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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재 Sep 03. 2023

우리 시대에 여전히 이념이 필요할까?

아래 링크로 공유하는 유튜브 영상은 미국 프로야구 MLB 사무국과 미국 프로농구 NBA 사무국의 운영 방식을 비교해 놓은 유튜브 콘텐츠다. 


https://youtu.be/22_Q26yofE4?si=6RpFApmOiBfcgLn1


여기에 출연한 패널들은 MLB와 NBA의 운영 방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비교하는데, 그 결론에는 어쩌면 MLB는 자본주의, NBA는 사회주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왜냐하면 MLB는 각 구단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지출 규모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지만, NBA는 모든 구단이 비교적 균등한 지출 규모를 유지하도록 장려하기 때문이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MLB의 구단들은 돈이 많은 구단주가 있거나 인기가 많아서 수입이 많을 경우, 막대한 지출을 통해 스타 선수들을 영입하여 더 좋은 성적과 더 큰 인기를 추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NBA의 구단들은 구단주의 자산이나 지난 시즌 입장료 수익 등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구단이 비슷한 규모로 지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는 지출 규모의 하한선마저도 정해져 있다고 한다.)

  다분히 프로 스포츠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루고 있는 이 영상을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이 영상의 내용 중에서 중요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패널들이 MLB와 NBA 각각의 운영방식이 좋은지 니쁜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각 종목의 본질적인 성격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특히나 NBA를 좋아하고 또 NBA의 운영방식을 지지하는 한 패널은 농구라는 종목이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자본에 의해 수준급 선수들이 한 팀에 몰리게 될 경우 경쟁이 약화되어 스포츠 본연의 재미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NBA에는 사회주의적(?) 운영 방식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반해 야구라는 종목은, 아무리 잘해도 10번 중 6번 이기고, 4번은 질 수밖에 없다는 말처럼, 승부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스타 선수 몇 명을 영입한다고 해서 구단의 성적이 극적으로 변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런 스타 군단을 잡는 언더독의 반란도 자주 일어나는 종목이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어쩌면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라는 이념은 (그리고 그것에 기초한 운영 방식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이다. 농구와 같이 개개인의 역량의 차이가 지나친 결과의 차이를 야기하게 될 경우, 우리의 공존은 위협받기 쉬우므로 사회주의와 같은 적극적은 평등화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또 반대로 개개인의 경쟁이 야기하는 결과가 (다소간의 차이를 만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라도) 우리의 공존을 위협하지는 않는 수준에서만 차이를 만들어낸다면, 이들에게는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경쟁과 투자가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금 대통령이 (그리고 그에게 동의하는 고위 관료들이) 우리에게 여전히 이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그 이유가 냉전시대와 같이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데올로기가 언제나 참이고, 선이고, 정의롭기 때문은 아니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그 모습을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필요한 이념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반성한 뒤에 이념을 주장해야 오늘날의 시대에 맞는 이념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2023.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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