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써클>은 엠마 왓슨과 톰 행크스, 믿고 볼 수 있는 배우의 출연만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영화다. 영화를 다 본 뒤 내가 가장 처음 했던 생각은 “영화의 국내 홍보를 그런 방식으로 하는 게 과연 최선이었을까?”였다. 내가 기억하기로 이 영화의 국내 예고편은 엠마 왓슨이 면접을 보는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편집됐다. 아마도 국내의 취업에 민감한 여론을 의식한 접근이겠거니 싶었지만 영화의 내용을 알게 된 뒤 그 접근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엠마 왓슨이 단순히 청년으로서 직장 생활을 해나가는 애환을 그린 작품이 전혀 아니다. 써클이라는 거대 IT 기업의 영향력과 미래에 다가오는 정보 혁명의 시대적 흐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이다.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이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고 그 변화의 물결이 막 시작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모든 정보가 통합된 고차원적인 정보혁명 시대도 머지않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그런 시대. 이 영화가 제시하는 담론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질문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지금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
지식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가능한 모든 경험으로의 접근 역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Knowledge is a basic human right. Access to all possible human experiences is a basic human right.)
데이터는 가치중립적이며 객관적이다. 그러나 정보는 어떨까? 또 그 정보를 활용한 지식은? 우리는 IT를 이야기할 때 보통 데이터(data)에서 정보(information)로, 정보에서 지식(knowledge)으로 그 층위를 확장해 나간다. 우리에게 화두가 되는 것은 더 이상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는가"의 수준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오히려 감당할 수조차 없는 많은 데이터를 디지털 세계에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어떤 정보와 어떤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만들어낸 정보와 지식을 누가 어떻게 사용해야만 할까? 데이터라는 자산은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이렇게 풍요로웠던 적이 없었기에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의 소유과 권리에 관한 문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데이터로 만들어진 정보는 누구의 소유로 분류될 수 있을까? 그 정보의 응용은 또 누구의 권리인가?
영화 속 일어나는 사건은 정보에 대한 이런 기본적인 질문을 내포하고 있는 사건이다. 정보의 풍요로움. 그리고 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그 정보를 기업이 독점할 때 생기는 권한과 권리의 문제. 영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갖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영화의 감독은 정보의 제한 없는 공유와 접근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결론에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본 뒤 여러분은 정보의 무한한 공유와 확장을 주장하는 엠마 왓슨의 주장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까? 또 우리가 동의하는 주장은 나의 정서적인 공감인가 아니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인가? 단순이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을 너머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정답은 무엇일까?
2017. 08.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