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늙어 영어 공부 6

6. 다리 밑에서 주워 왔지

by 지노킴

2026년 4월 18일(토)


아마 어렸을 적에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도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보통 두 가지 경우이다. 한 번은 알라(애기)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궁금해서 엄마에게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항상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알라가 밥을 잘 안 먹고 떼를 쓰거나 엄마 말을 듣지 않고 지 고집대로 하려고 하면 역시 이 말이 또 등장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한마디 더 추가한다. <니 그렇게 밥도 안 먹고 엄마 말 안 듣고 떼를 쓰면 니 주워 온 다리 밑 알제, 글로 다시 갖다 버릴 기다> 한국 엄마가 미국 엄마보다 쪼매 더 위협적이다. 갖다 버린다는 abandon 이란 말로 겁을 주기 때문이다. 이럴 때 미국 엄마들은 낭만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The stork brought you.


알라가 어떻게 생겨 나는지 애들이 어려서 성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할 수 없는 경우, 미국맘들은 황새가 물고 왔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만다. 아빠 정자가 엄마 난자와 엄마 뱃속에서 만나서 10달 동안 자라서 알라가 된다는 것을 어린애들에게는 설명할 수가 없어 다리 밑이나 황새를 들어 얼버무리는 것은 동서양이 비스무리하다.


그래서 옆집 사람이 곧 아기를 낳을 산달이 다가오면 역시 황새를 소환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The browns are expecting a visit from the stork

soon.(브라운 씨 댁이 곧 애기를 본대요)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표현은 조선 시대 경북 영주 소수서원 인근 청다리(靑橋)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당시 선비들과 기녀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청다리 밑에 버려졌고, 마을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데려다 키우면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라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내가 위에서 다리 밑으로 버려졌다는 것을 영어 표현으로 abandon을 사용했는데 이건 내가 pickup 한 게 아니고 해외로 입양된 한국 고아들의 공통된 표현이다. 내가 읽어 본 한국 입양 고아들의 수기에 똑같이 그들이 쓰는 표현이 부모님이 나를 버렸어요(abandon)였다. 고아원에, 교회나 성당 앞에, 길거리에 버러 졌다는 것이다. 2016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에서 만난 여성도 한국에서 스웨덴으로 입양된 케이스로 자기를 버린 부모를 원망하면서도 한 번쯤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OECD에서 한국 고아의 해외 입양률이 노인 빈곤율과 마찬가지로 윗자리에 랭크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매년 수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정부가 취한 조치가 고아들의 해외 입양을 전면금지하기로 하고 국내 입양을 적극 유도하기로 정책을 세운 모양인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다 늙어 영어 공부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