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PO는 뭐하는 사람이에요?
PM으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해내기에 바빴다. 5개월 차에 접어들며 이제 겨우 조금씩 데일리 업무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며 나라는 존재가 PM으로서 무슨 일을 해내야 하는 사람이며, 도대체 이 역할은 무엇을 하는 직무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생각들이 무르익어가는 단계에서 책 '인스파이어드'를 읽어볼 수 있었던 건 아주 좋은 기회였다. 책 인스파이어드는 개념적으로 PM은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이 역할을 수행하며 가져가야 하는 일반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도 꽤나 자세히 알려준다.
책을 읽고 현재까지 내게 가장 크게 가시화된 PM이라는 역할에 관해 나열해보며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은 어떠한 PM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책의 후기를 남겨보려 한다.
1. 제품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팀원과 이해 관계자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
회사에는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이 있다. 이런 여러 직무에서 제너럴리스트인 PM이 비집고 들어가 그 누구보다 크게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도 제너럴리스트로써 제품을 만들어내는 특정 단계에서가 아닌 제품 생산 모든 과정에서 동일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나는 그것을 '제품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제품의 비전'만큼은 PM이 가장 존재감 있는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인스파이어드에서는 제품의 비전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제품 비전의 주요한 목적은 비전을 잘 전달하고, 직원을 포함하여 이해 관계자, 투자자, 제휴사, 잠재고객들의 비전 실현을 돕기 위해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다.
책 인스파이어드 146.p
짧게나마 PM으로 일하며 '우리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나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많은 대다수 팀원과 이해 관계자들이 놓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하루 해야 할 일을 급히 쳐내 가듯 하다 보면 일의 목적이 되는 비전을 생각하는 것이 사치와도 같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결국 제품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제품의 비전에 대해 놓치게 되면 일의 목적이 불분명해지고 그렇다면 목적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구간들이 고장 나게 된다. 이는 무척이나 시스템적으로도 해석되는데, 파이프라인을 비치는 조명과 같은 역할인 제품의 비전이 없다면, 막힌 구간들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고 우린 적절한 곳에 수도꼭지를 달 수 없게 된다. 즉, 제품의 비전은 고장 난 구간을 비춰주고, 고쳐야 할 부분들을 밝혀주는 조명과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조명과 같은 제품의 비전만큼은 그 어떤 직무도 아닌 PM이 가장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품의 비전을 지속해서 말하며 현재 상황을 조명하고 막혀있는 곳과 수도꼭지를 달 곳을 찾아 나가는 것이 PM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2.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발견되는 '문제 상황'을 정의하는 사람
비전을 바라보게 되면 보통의 사람들은 솔루션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비전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말이다. 분명 우리는 해답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솔루션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논쟁이 도달하는 지점은 결국 '왜?'이다. '왜? 이 솔루션이 최선인데? 그래서 왜?' 이때 보통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은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때 우리의 PM이 이야기할 구간이 생긴다. 바로 이 '왜'에 대답하는 것. 그래서 이 '왜'는 결국 솔루션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솔루션의 시작점은 문제이다. x+y=z에서 z가 나오기 위해 문제였던 'x+y'를 정의하는 것처럼 PM은 가장 먼저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현상을 정의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바라보는 비전과 다른 현재 상황은 우리에게 문제이고, 이 문제가 비전과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무엇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그 출발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문제vs 솔루션
본질적인 문제보다는 솔루션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는 특히 사용자나 고객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비즈니스 이해관계자나 회사의 임원들에게도 적용된다...(중략)... 하지만 우리 업계에서 특히 중요한 교훈은 '솔루션이 아닌 문제와 사랑에 빠져라'다.
책 인스파이어드 203.p
3. 최고의 솔루션을 위해 재료를 '공급'해주는 사람
좋다. 문제도 정의되었고 비전도 분명히 섰다. 이제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부스터를 달고 신나게 솔루션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이때 우리의 PM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바로 '공급자'의 역할이다. 우리 팀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PM은 최선의 서포트를 해야 한다. 여기서 공급은 다양한 리소스가 될 수 도 있고, 환경 조성을 위한 헌신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또한 PM의 매우 중요한 업무라고 본다.
4. 그러면 여기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PM이 되고 싶을까?
디자이너에서 PM으로 직무를 전환하며 오는 어려움 가운데서 내가 과연 PM의 길을 택해도 될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직무일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간단하게 나에 대해 나열해보면 나는 꽤 오지랖이 넓고, 담대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길 원하며 그것이 결국 성장이라고 보아 성장에 대한 욕심이 크다. 그리고 내가 PM으로 일하며 가장 기쁘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돌아보면 팀의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컨디션에 많이 좌우되어 있었다. 그들이 '요즘 일하기 힘들다, 재미없다'라고 이야기를 할 때면 위험을 감지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기 바빴고, 그들이 '꿀벌님과 대화하고 나니 일할 맛이 나네요'라고 이야기할 때면 너무 기뻐 하루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나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팀에게 열정을 전염시키고 일에서 가치를 찾아 함께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가는 PM이 되고 싶다. 위에서 내가 정의한 PM의 역할에서 3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1, 2번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해서 팀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다. 이러한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니 어느정도 고민에 대한 답에 가까워 지는 것 같다. 내가 PM으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분명 잘 해냈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일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직무임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