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으면 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너무 불공정했다.
자본보다 사람이 우선이 되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택했다.
무엇 하나 뛰어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본이 중심인 사회에서는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 사는 기준이 되는 대기업에 취업하고, 외제차를 뽑고, 명품을 사며, 큰 집을 마련하는 등의 행위를 잘할 자신이 없었고, 그런 경쟁에 뛰어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택했다.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취직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우고...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정한 기준에 따라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며 살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택했다.
어느 것이 우선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세 가지 이유로 사회적기업을 선택하였다.
처음 1년 동안은 참 혼란스러웠다. 공동체 또는 학교 비슷한 곳으로 생각했었다. 잘할 때까지 알려 주고, 기다려줄 것이라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할 것이라고... 많은 것을 스스로 단정했다. 물론 착각이었다. 2년째가 되면서 오랫동안 쌓아온 안 좋은 습관들을 곳곳에서 드러내며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나를 마주했고, 무엇보다 실력이 없음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야 함을, 누구보다 생존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함을, 사회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실력이 있어야 함을, 좋은 일을 한다고 무조건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음을...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느새 3년 차가 되었다.
아, 나는 공정여행을 하고 있다.
공정여행은 현지인과 관계를 맺고 지역이 경제적 자립을 돕는다. 그렇게 만나는 현지 사람과 그곳 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지속 가능한 환경 구조를 고민하는 소소한 장치에서 힐링을 한다.
(중략)
여행은 삶의 축소판이다. 클릭 한 번으로 결제하고, 오늘 결심하여 내일 출발하는 여행도 때론 필요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조금 다르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내 삶이 회복되고, 여행 중 힐링, 영감, 되살림 등을 경험한 후, 여행을 다녀와서 또다시 다녀온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삶 속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것, 그게 공감만세가 가진 공정여행이라는 상품이다.
출처: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까, 고두환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와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6%다. 자동차 제조업보다 2배, 화학 제조산업보다 30%나 높다. 직ㆍ간접 고용규모는 약 2억 7,1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근로자 11명 중 1명이 관광과 연계된 직업을 갖고 있다. 이렇게 굴뚝 없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라고 불리는 관광산업에는 사실 우리가 알고도 외면하는 것부터 생각지도 못한 것까지 많은 이슈(인권, 경제, 환경, 정치 등)들이 혼재한다.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베네치아에 반(反) 외국인 정서가 퍼지고 있다. 이곳이 안전 휴양지로 각광받으면서 관광객이 늘자 자연스레 쓰레기 투기 등 사회문제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
20일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베네치아에는 최근 며칠 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시내 중심가 곳곳에 ‘꺼져’(go away) 등 관광객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문구와 이미지를 담은 전단들이 뿌려지고 있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인 산 죠반니 성당 외벽에는 ‘관광객은 가라. 당신들은 이 지역을 파괴하고 있다’라는 영어 문구를 담은 포스터가 내걸렸다.
산 마르코 광장의 거리에 비치된 쓰레기통에서는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관광객들을 암시하듯 쓰레기를 버리는 돼지의 그림이 곳곳에 붙었다.
출처: 해럴드 경제(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820000104)
70개 이상의 아동 보호 관련 단체와 기관이 참여하는 아동 성 착취 반대 단체 'ECPAT'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관광객의 아동에 대한 성 착취가 전 세계에서 증가하고 있다며 "모든 지역, 모든 나라에서 예외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년 전에는 국제적인 아동 성 착취 가해자의 출신과 목적지를 보여주는 국제 지도를 그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그 구분이 흐릿해졌다"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 관광지로 꼽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서구 백인 소아성애자들은 여전히 문제지만 정부 간 협력으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오히려 현지인이나 주변 지역인 일본과 중국, 한국 관광객에 의한 피해 아동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출처: 허핑턴포스트(http://www.huffingtonpost.kr/2017/03/09/story_n_9945134.html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네팔, 베트남, 부탄, 일본,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공정여행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여행이 지역과 지역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여행자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학습하며 확신했다. 모두가 공정여행을 경험해야 한다고.
적어도 나는 공정여행을 하며 많은 영감을 받고 있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만나고 있다. 나아가 때로는 직접 실험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청년으로서 공정여행은 확실히 엄청난 매력을 지닌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17세기 중반부터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상류층 귀족 자제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돌아보며 문물을 익히는 여행인 그랜드 투어부터 길 위의 학교, 로드스꼴라, 여행학교까지 최근 들어 청소년 교육과정에서 여행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하며 작게는 나부터 시작해서 우리 지역, 우리나라를 돌아보고 나아가 세계 속의 시민이 되어 볼 수 있다.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지 못하면, 현지 사람과 만나 대화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여행하는지가 중요하다. 공정여행은 어떻게 여행할 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다.
공정여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공정여행을 많이 알리고, 사람들에게 경험시키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여행자에게 영감을, 지역에게 지속가능성을, 현지 주민에게 활기를 주는 공정여행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나는 요즘이다.
문득 궁금증이 들어 스스로 물어본다.
모두가 공정여행을 하면 정말 세상이 바뀔까?
모두가 공정여행을 하면 정말 세상이 바뀔까?
모두가 공정여행을 하면 내가 사회적기업을 선택한 이유들로 삶을 살아도 괜찮은 사회가 올까?
공정여행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공정여행을 하면 세상은 바뀐다.
어떻게 바뀔지는 상상하기에 달렸다.
같이 여행하고, 같이 상상해보자.
공정여행이 궁금하다면
1. 우리의 여행이 세상을 바꿀까, 고두환 지음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DGT00030577678YE
2. 희망을 여행하라, 임영신 이혜영 지음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71398166
3. 공정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 패멀라 노위카 지음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615706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