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간 원폭돔은 고요했다. 어느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사람들에게 절망을 건네준 그 찰나와 그 후에 고통을 견뎠던 나날들을 상상할 수 없을만큼. 그게 원폭돔이 첫 인상이었다.
히로시마 사람들은 원폭돔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위령비에는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적혀 있다. 어떤 잘못인지, 누구의 잘못인지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다.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난 후에 일본사람들은 미국을 증오했고, 분노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그 분노가 반미감정으로 퍼질까 우려했고, 교묘하게 사람들의 분노를 핵무기로 돌려버렸다. 히로시마 원폭을 통해 전 세계인은 핵무기를 반대해야 하고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논리로 위령비에 적어 놓은 잘못의 주체를 없애버린다. 전쟁을 일으킨 자국의 잘못인지,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잘못인지 알 수 없다.
원폭돔을 직접 찾은 후에 평화를 추구한다는 그 대목에 진심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원폭투하 시에 히로시마에는 상당수의 조선인이 거주하고 있었고, 희생자가 되었다. 일본인 희생자 위령비는 원폭돔 바로 옆에 크게 설치 되어 있다. 반면에,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는 공중화장실 옆에 작게 있었고, 한참을 헤매다 찾을 수 있었다. 그 위령비도 훗날 히로시마에 있는 한국사람들이 세운 것이다. 정말 진심으로 평화를 바랬다면 일본인, 조선인 구별없이 전쟁과 원폭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세워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랬어야한다.
원폭돔을 보며 베트남 전쟁이 떠올랐다. 과연 우리는 다른가? 우리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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