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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호 Dec 19. 2017

iCOOP생협과 함께 했기에

공정여행 이야기

여행의 시대


  사람이 없을 법한 평일 새벽 시간에도 공항은 사람으로 넘쳐 난다.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 약 2천만 명(한국 관광 통계)이 넘는 사람이, 전 세계 약 12억 명(세계 관광 기구)이 넘는 사람이 해외여행을 했다.      

 

 각종 사회관계망 서비스에는 여행 사진, 동영상 등 여행콘텐츠가 수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받았고, 서점에는 ‘여행’을 주제로 한 에세이 서적이 부쩍 늘었다. 또, TV만 켜면 배틀트립, 오지의 마법사, 추블리네가 떴다, 뭉쳐야 뜬다, 원나잇푸드트립, 떠나보고서 등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까지 당장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줄을 잇는다. 

    

 바야흐로 여행의 시대다.        


여행이대로 괜찮을까?     


 최근 거주지가 관광지로 바뀌면서 원주민이 사는 곳을 이탈하는 현상을 일컫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관광지화하다(touristify)와 지역 개발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를 말한다. 이 현상이 극에 달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수많은 지역민이 여행객 출입을 막고, 추방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나날이 증가하는 여행객 수가 여행지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됐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제일 많이 나오는 답변은 단연 ‘힐링’이다. 이는 많은 사람이 힘들다는 간접증거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해소하는 게 우리나라 여행문화가 되었다. 정말 그거면 될까? 여행에서 돌아온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변함없는 일상에서 탈출하고자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게 소비적인 여행이 반복된다.   

  

 여행, 이대로 괜찮을까? 

     

iCOOP생협 활동가와 함께한 여행     


 2015년 3월, 공정여행 코디네이터로서 첫 여행을 안티케 마스코바도 공장(AFTC)이 자리한 필리핀 파나이섬으로 갔다. 여행자 모두 빨간 지붕의 공장을 보고 감탄했다. 사탕수수를 베며 즐거워했다. 생산자와 부대끼며 감동했다. 이런 여행을 기획한 사람, 이런 여행을 함께한 사람, PFTC·AFTC 공정무역 활동가 등 모든 만남이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공정여행을 하고 있는 원동력이 어쩌면 그 첫 여행일지도 모르겠다. 

 

 

 이후로 iCOOP활동가와 대만, 베트남, 부탄, 태국, 필리핀, 홍콩 등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했다. 대만 난강찌우루 마을에서 생태를 보존하며 세대 간의 조화를 이뤄가는 활동가를 만났던 일, 베트남 호아빈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춤추며 어울렸던 일, 부탄에서 받았던 감동이 이어져 부탄 사람을 한국에 초대한 일, 태국 나꽈우끼우 마을에서 각자 소원을 빌며 풍등을 날렸던 일, 필리핀 파나이섬에서 마스코바도 생산자와 사탕수수를 베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던 일, 어렵게 찾은 홍콩 가가iCOOP생협에서 협동조합 정신을 나눴던 일. 모든 순간, 순간에 일상이 더해져 지금 내 삶을 이룬다. iCOOP생협과 함께 했기에 가능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현지 문화를 존중했고, 그들 삶에 녹아들고자 했다.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민도 행복한 여행이 무엇일까 계속 질문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작은 순간이 모여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그런 순간을, 나는 공정여행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여행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18년은 국내에 공정여행 개념이 들어온 지 10년차가 되는 해다. 지금까지 공정여행 기획자를 양성하고, 생산자와 연대하며 생태계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대중에게 공정여행을 더욱 확산, 설득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여행‘이라는 단어 속에 공정함이 스며들 때까지 우리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여행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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