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난위기관리 현장 탐방기
지난 2월 11일 새벽 5시 11분, 긴급재난문자 알람이 울렸다. 새벽 5시 3분, 포항에 규모 4.6 지진이 발생하여 안전에 주의하라는 문자였다. ‘긴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이번 대응도 상당히 늦었다. 1분 1초가 중요한 재난 상황에서 8분은 이미 사고가 일어나고 종료되는 긴 시간이다. 최근 국내에 일어난 몇 몇 사고를 마주하면서 다수 국민은 재난에서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는지 반문했고, 아직 우리가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목도했다.
사단법인 씨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지역시민사회와 재난 복구' 포럼에 참가했었다. 고베 대지진, 세월호 참사, 경주 지진을 직접 겪은 공포와 재난 이후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 그리고 또 다른 재난을 준비하는 활동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뇌리에 박힌 한 마디가 있었다.
'재난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렇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공포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 또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재난 이후의 삶...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결국 재난에 대응하는 것도 당사자, 재난을 극복하는 것도 당사자일 수밖에 없다. 국가의 역할과 개인의 역할이 동시에 존재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어떤지 궁금했고, '청년, 생각을 흔들다 2: 일본 재난위기관리 현장 탐방기'를 꺼내 들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본 방재는 결국 세 가지 단어로 압축된다. 스스로를 지키는 자조(自助), 공동체 내에서 서로 돕는 공조(共助),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공조(公助). 재난이 발생했을 때, 결국 1차로 대응해야 하는 사람은 현장에 있는 본인이다. 일본 사람은 크고 작은 자연재해를 자주 겪다 보니 '자신 생명은 자신이 지킨다'는 자조 정신이 강하다. 주변 대피소는 어디 있는지, 집 가구 배치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비상식량은 무엇을 얼마만큼 비축해야 하는지, 가족과는 어디서 만날지 등 재난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조(公助)가 더해진다.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이 자조(自助)능력을 기를 수 있는 방재센터를 운영한다. 지역에 발생했던 재난을 기록하여 어떤 피해를 입었고,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알려 주고, 실제 재난 상황을 체험하는 등 시민이 언제든지 방문하여 둘러 볼 수 있다. 또, 주변 도시와 재난협약을 맺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조(公助)가 다져놓은 기반 위에 지역사회도 공조(共助)의 역할을 수행한다. 유치원, 학교에서는 보건, 위생, 방재 등 전체적인 안전 교육을 철저히 실시한다. 지역에서 일어난 재난으로 인한 피해와 그 때 지역사회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개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피난소에서 서로 돕고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학습한다. 공식 행사 전에는 항상 대피소 안내를 먼저 하고, 재해약자를 위한 쉬운 일본어를 개발하는 등 곳곳에서 공조(共助)의 노력을 볼 수 있다.
일본이 이렇게 재해문화를 만들고, 재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많은 재난을 경험하며 쓰라린 아픔을 겪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도 더 큰 재난이 오기 전에 일본의 삼조(三助)를 배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