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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호 Mar 14. 2018

구글의 72시간

동일본 대지진에 세계 최강 IT 기업은 어떻게 대응했나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많은 기업들이 재해 대응(Crisis Response)을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것은 IT 기업의 활약이었다.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트위터(Twitter)로 정보교환이 번번이 이루어졌고 구글(Google)과 야후 재팬(Yahoo! JAPAN)은 발 빠르게 재해 관련 서비스를 개발해 공개했다.                                    

 

 저자 하야시 노부유키는 구글이 일본에 들어왔을 때부터 수십 년 간 꾸준히 취재해 ‘구글 전문통’으로 불린다. 동일본 대지진 후 빠르게 재해 대응 서비스를 개발한 수십 명의 구글 직원을 직접 인터뷰했다. 책은 지진 직후, 복구 단계에서 구글이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했는지,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던 구글 기업 특성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3 • 11 동일본 대지진 때 구글은 무엇을 했나

구글은 2005년, 태풍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New Orleans)를 덮친 이래, 중국 쓰촨성 지진과 아이티 지진 등의 대형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부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해 대응'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구글 미국 본사에는 세계 어디에서 대규모 재해가 발생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상설 재해 대응 '크라이시스 레스폰스팀'이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구글뿐만 아니라 미국 본사에서도 '재해 대응'을 시작하도록 조치했다.


 동일본 대지진 대응 페이지를 개설하여 가족, 친척, 친구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퍼슨 파인더를 가장 먼저 공개한 후, 움직일 수 직원들이 일제히 재해지원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50427010017049

 재해 대응 서비스가 생겨나기까지

 구글은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구축해 나갔다. 지진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 힘은 '연결'에 있다. 미디어, 기업, 자원봉사자, 지자체 등이 보유한 자원과 인력을 재해 대응 서비스개발에 활용했다. 그리고 그 창조적 연결은 구글이 제공한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생활지원 사이트, 복구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구글 어스, 재해지역 비즈니스 지원, 재해 기록 등 구글의 연결은 재해 현장에서 엄청난 활약을 했다.

특히 피해현장을 위해 뭔가 돕고 싶어도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선의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어떻게 구축하느냐는 하나의 큰 도전이 될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발휘된 구글 기업의 저력

 구글 직원들이 재해 시, 그렇게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시도 그렇게 업무를 하기 때문이다. 직원의 주체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구글에게 직원은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인격체인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자기 업무를 버리고 재해 대응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다. 상시적으로 재해 대응에 관여했다가, 통상업무로 돌아가는 등 본인 역할에 따라 움직였다. 물론 그것도 스스로 판단했다.

 지진 발생 후, 한동안 통상 업무를 중지하고 재해 대응 활동을 맡은 직원도 있었는데 구글 사내에서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비난하지 않았다. 그런 체제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구글 직원에게는 그다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구글에서는 어떤 업무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 수행하느냐에 대한 결정권을 직원에게 일임해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기 떄문이다.
서비스 개발을 맡은 엔지니어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스타였는데, 그 뒤에는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고군분투한 현장이 있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 역할을 한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재해지원을 나선 사람의 일을 대신한 사람과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방을 제공한 사람, 야식을 사러 간 사람...... 등등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분명히 재해 대응이었다.

 지진 피해로 배운 IT의 미래 과제

 피해현장에서 IT는 도움이 되었을까? 피해지역과 개인 상황마다 천차만별이었다. 통신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전자기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었지만 그 반대도 분명 있었다. 구글이 개발한 서비스를 어떻게 모든 지역에 전달할지, 어떻게 모든 사용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은 세대와 지역에 따른 디지털 디바이드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평소에 지역주민과의 신뢰관계를 어떻게 쌓을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까, IT 서비스와 피해자를 연결해 줄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까. 정보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구글이 해온 일들, 한계점, 남겨진 과제 등을 생각해보니 답은 '신뢰'에 있었다. 조직과 직원 관계에서, 조직과 조직 관계에서, 주민과 자원봉사가 관계에서, 주민과 주민 관계에서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책 표지에서 묻고 있다. 우리는 다음 재해 • 재난을 준비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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