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자, 서울 남자의 신혼생활 이야기 ③
혼자 오피스텔에 살던 때, 저녁 즈음에 여성 한 분과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우연히 같은 층에 내렸고, 각자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성분이 나보다 앞장을 서게 됐는데 힐끔 뒤를 바라보면서 나를 경계하는 느낌을 받았다. 갈 길을 가는 것뿐인데 누군가 나를 경계하는 느낌을 받는 건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그 이야기를 현 배우자(구 여자친구)에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털어놨었다. 극 P, 공감대마왕(영혼이 없을 때가 꽤 있지만) 그녀에게 돌아온 반응은 의외였다.
여성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라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상대적으로 그런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고, 그런 범죄에 취약하니까 경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여성 권익 증진‘에 동의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나는 ‘말’보다 ‘행동‘을 신뢰하는 편이다. ’ 행동‘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내가 배우자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제주에서 더욱 '건강'하고 '똑똑'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들의 성장과 연대를 돕는 커뮤니티인 제우파(JWP)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운영진으로 참여하더니, 올해부터 공동 대표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에 올 생각이 있는 거 맞지?)
별 거 아닌 듯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지만 그녀가 기획하는 행사를 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화북여성의용소방대를 초청해 이야기를 듣고, 심폐소생술 교육까지 진행했던 것,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고안한 라이프 디자이닝 툴 '오디세이 플랜'을 어디서 찾아와서 5년 동안의 인생을 디자인해 보고, 먼저 비슷한 커리어를 쌓은 선배를 초청해 '여성으로서의 삶', '성평등 고시제' 이야기를 나누고.
이러쿵저러쿵 말하지 않아도, 실천하고 있는 것들은 살펴보면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이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끝난 총선에서는 여성주권자행동 제주지역 '어퍼'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운 젠더 관계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는 30대 남성으로서 우리 사회가 예전부터 지금까지 구조적으로, 문화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불평등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남성다움'에 갇히는 우리 남성들도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별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평등하게 자기 삶을 누릴 수 사회를 지향한다.
그녀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배우자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그녀가 '여성 권익' 증진에 어떠한 방식으로 기여하든. 사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ㅎㅎ
물론 방향과 방식을 두고 격하게 토론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남성과 여성 임금 차이' 주제로 격양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우리 부부 관계도 '평등'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