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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호 Oct 02. 2023

아내가 제주도에서 사는 법 (feat. 오행걸즈)

제주 여자, 서울 남자의 신혼생활 이야기 ③

'제주 여자, 서울 남자의 신혼생활 이야기'를 기록하겠노라 떠들었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딱히 할 얘기가 없다. 생각과 달리 우리 삶은 단조롭고, 단순하다. 집 외에는 모두 밖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제주에서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서울로 요양 온 올리는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제일 많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봤을 만한 '제주살이'를 몸소 실천하는 올리의 삶이 더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남편의 눈으로 관찰한 모습이므로,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양지하기를 바란다.


올리는 동거인이 많다. 올리를 포함해서 무려 5명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구마구 하우스'라고 공간 이름을 붙였는데, 본인들이 마구마구 살아간다고 생각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단다.  다들 메타인지가 높다. 희망이 보인다. 사주를 봤는데, 다섯 명이 '땅(土), 불(火), 금(金), 물(水), 나무(木)'으로 다르게 나와서  '오행걸즈'라고 본인들 활동명을 짓기도 했다. (난 캡틴플래닛이 낫다고 했다)  

출처: 나무위키

서울 원룸 월세 반값으로 수영장이 있는 집에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오 괜찮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약 30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같이 생활하면, 크고 작은 갈등이 무조건 생긴다는 확신도 있었다. (사실 올리가 갈등이 생겼다고 이야기해 주길 기다렸다. 재밌으니까)    


'워커홀릭+에너자이저+영입 대상 1호', '마구마구 하우스 기획자이자, 엄마+아빠', '사랑받는 막내 같지만 사실 제일 센 언니',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꾸자꾸 깨닫는 요기(Yogi)'. 이 다섯 명이 일으키는 화학작용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바투카다(여러 종류의 북을 다수가 모여 연주하는 브라질 문화)'팀에 들어가 함께 배우고, 함께 공연하러 다니고, 본인들 삶의 방식을 널리 알리겠다며 본업 외에 창업을 준비한다. 각자가 꾸려 가는 세계에 서로를 초대하고, 또 서슴없이 응하며 본인의 세계를 확장한다.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부럽다.


그녀들을 끈끈하게 만드는 건 소소한 일상도 한몫한다. 비 오는 날이면, 누군가 파전을 굽고, 누군가 막걸리를 사 온다. 누군가 바빠서 빨래 정리를 못 하면 누군가 그 일을 한다. 누군가 공항에 도착하면, 누군가 마중을 간다. 누군가 아프면, 누군가 기꺼이 간병인이 되어 준다. 서로 일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이쯤 되면 캡틴플래닛이 맞다.

리루, 올리, 톨부, 연, 롤라

나는 그녀들을 애정한다. 조금 오버하면, 계급의식과 차별이 만행하고, '나만 아니면 돼, 나만 잘 살면 돼'라는 적자생존이 된 우리 사회에서 그녀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때로는 감동을 준다. 함께 먹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함께 이야기하는 그 시간을 각자 나름대로 쌓아 가며 스스로, 또 같이 단단해진다. 나도 그녀들처럼, 우리도 그녀들처럼 살아봄 직하다. 앞으로 또 어떤 화학작용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멜로, 드라마, 액션 등 (주로 코미디, 가끔 공포) 다양한 장르가 넘나드는 마구마구 하우스가 있는 한, 올리는 제주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p.s

장모님이 나를 볼 때마다 하는 말씀이 있다. '우리 사위 딱해서 어떡하나...'

장인어른이 나는 볼 때마다 하는 말씀이 있다. '고맙네. 노서방...'

내 의지와 다르게 포지셔닝이 아주 잘되어 있다.

올리가 그려가는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나는 정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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