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공정여행 답사기 - 1
2016년 9월 17일 토요일, 트래킹 첫째 날.
카트만두 - 포카라 - 나야풀 - 힐레 - 예정에 없었던 울레리
06:30
나는 정말 잘 잔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탄이었는데 잠자리 바뀌어도 전혀 지장이 없다.
굉장한 장점을 하나 발견했다.
생기 넘치는 카트만두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포카라로 이동하는 날이다.
포카라까지는 국내선 항공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벅타(Bhakta)씨가 해주는 계란 프라이와 식빵 몇 조각을 입에 욱여넣고 공항으로 향했다.
07:30
택시를 타고 국내선 공항에 도착하니 부펜드라(Bhupendra)씨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국내선 공항은 국제선 공항 바로 옆에 있다.
공항이 아주 아담하다.
08:00
국내선을 운영하는 항공사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항공사는 부다 에어(Buddha Air)이다.
트래킹을 하려는 여행객 반, 네팔 현지 사람 반이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08:30
보딩-출국 수속-탑승까지 신속히 이루어졌다. 맘에 든다.
기내도 공항과 어울리게 아담했다.
1번부터 12번까지 4 좌석씩 총 48명이 탑승 가능한 작은 비행기였다.
운항 중에 캔디와 물을 준다.
아, 부펜드라(Bhupendar)씨는 이번에 트레킹을 안내해주는 가이드이다. 한국에서 6년 동안 일을 하셨고, 네팔로 돌아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 일을 하고 계신다. 23살에 결혼을 하셔서 지금은 4살짜리, 10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사실 둘째 아들은 계획에 없으셨다고....... 하셨다. 아무튼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분이다!
09:30
30분 정도 비행을 하니 포카라에 도착했다. 짐 찾는 곳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어서 신기했다.
역시 아담하다. 트레킹 시작점인 나야폴까지는 택시로 이동해야 한다. 공항에서 역시 아담한 택시를 잡아 나야폴로 향했다.
11:05
나야폴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포카라의 풍경은 필리핀 서민촌과 많이 비슷했다. 익숙한 풍경이라서 그랬을까? 역시 잘 잤다. 사실 난 차만 타면 자는데 이 증상은 멀미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역시 놀랍다. (그래서 사진이 없구나.)
11:25
본격적인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에 네팔 전통차를 따끈하게 한 잔 마셨다. 자, 이제 시작이다.
컨디션이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안나푸르나 모습을 떠올리니 굉장히 설렜다.
11:50
팀스(TIMS)를 등록하는 곳에 들렀다.
팀스(TIMS)란?
Trre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의 약자로 트래커들의 동선을 파악하는 용도로 개인정보, 동선계획 등을 기록하고 있다. 네팔 정부가 운영하고 있다.
부펜드라(Bhupendra)씨가 물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할까요?”
“좋아요.”
아, 아직 본격적인 트래킹은 시작하지 않았구나. 괜히 설렜네.
12:50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다.
어제 먹었던 네팔 전통음식 ‘달밧’이 맛있었기 때문에 또 ‘달밧’을 주문했다.
벅타씨가 말한 것처럼 반찬거리가 달랐지만 이곳도 역시 맛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포터(Porter)와 가이드(Guide)의 차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네팔은 하루에 청년 1,500명이 해외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난다. 그런 청년들 중 네팔로 돌아와 가이드로 일을 하는 경우가 (외국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다고 한다. 영어를 할 줄 아는 것보다 다른 외국어(한국어, 일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를 할 줄 알면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 포터는 외국어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로 여행자나 마을 사람들의 짐을 나른다. 외국어가 가능한 사람들은 포터로 시작해 가이드가 되고 본인만의 고객이 어느 정도 생기면(1년에 3~4팀) 여행사를 차린다고 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트래킹이다!
14:50
어렵지 않게 힐레에 도착했다. 사실 어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트레킹이 처음이라 배낭에 짐을 한 가득 쌓았던 것이다. (20kg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무지의 결과.......) 힐레까지 오는 길에 부펜드라(Bhupendra)씨가 계속 가방을 바꿔 주냐고 물어봐주셨지만 첫날부터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괜한 오기에 괜찮다며 걸었다. 두 시간을 걸어 마침내 힐레(Hile)에 도착했다!
그런데, 부펜드라(Bhupendra)씨가 울레리(Ulleri)까지 올라가는 것을 제안하셨다. 내일 더 편하게 걸으려면 그게 낫다고 하셔서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있었지만 흔쾌히 승낙했다. 단, 내 배낭은 본인이 들고 가는 것이 조건이었다. 음....... 그래. 오늘만 걷는 것이 아니고 괜히 고집부리다가 나중에 더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방을 바꿔 들었다. (가방을 바꿨더니 몸이 매우 가벼워졌다. 무게 차이가 2배 정도였다.)
부펜드라(Bhupendra)씨가 내 배낭을 들더니 한 마디 하셨다.
“우리 4일 트래킹 하는데 뭘 담아 오신 거예요?”
16:30
울레리(Ulleri)까지 올라오는 길은 다섯 단계의 반복이었다.
1. 높은 경사의 계단을 보고 한숨. ‘하.......’
2. 계단을 오르며 육두문자.
3. 오, 저기 집이 보인다. 드디어 도착인가!
4. 아....... 여기가 아니네.
5. 다시 계단을 보고 한숨. ‘하.......’
이 단계를 정확히 10번 반복하면 울레리(Ulleri)에 도착할 수 있다.
신중히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서 무언가 저분의 삶에 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 앞서 가지 않고 한참 저분의 뒤를 따랐다.
한 시간 반 동안 계단을 오르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께 걸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사람 좋은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며 괜찮은지 물어봐주신 부펜드라(Bhupendra)씨. 내 앞에서 걸어가던 누군가, 내 뒤에서 걸어오던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나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뒤돌아 볼 때마다 보이는 경이로운 풍경까지!
혼자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함께 걸었다.
부펜드라(Bhupendra)씨가 물었다.
“한 시간 더 올라가서 쉴까요?”
“네? 거긴 어딘데요?” (나한테 왜 그래요, 형.......)
“Upper Ulleri."
나의 떨리는 눈동자를 눈치채셨는지 그냥 오늘은 여기서 쉬자고 하신다.
어깨가 아픈 것이 꼭 군인 시절 행군했던 날의 통증과 똑같다.
그런데 잠깐,
이제 첫날 지난 거야.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