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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호 Jun 07. 2022

남성 화장품 시장의 미래, 이것부터 해결해야

여기가 노다지입니다

여자들의 놀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난 ‘뷰티’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화장품이 정말 필요해서 구매할 때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소유하고 싶은 수집품 또는 장난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동차를 구경하거나 피규어를 모으는 등 다양한 형태로 동심을 간직한다. 키덜트 시장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중국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 자료]


화장품을 오래 하다 보면 화장품쟁이가 된다. 쟁이 전문가, 과연 그들은 진짜 전문가인가? 그런데 왜 20년, 30년 동안 화장품을 한 사람 중에는 성공한 사례가 드물까? 관건은 관점의 차이다. 혁신은 다양한 시야를 가진 이들로부터 시작된다. 너무 한 곳에 몰입하면 자기 안의 틀에 갇혀 본질이 무엇인지 잊게 된다. 소비자 마인드보다는 생산자 마인드 즉 만드는 이의 시선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뷰티 마케팅을 진행하며 든 의문이 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한다는데 이렇다 할 결과를 못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K뷰티 시장에 한 획을 그은 닥터자르트, AHC, 3CE 같은 브랜드가 왜 맨즈 뷰티에서는 나오지 않는 걸까? 분명 고민해볼 만한 안건이다.


[실제 페이스북 페이지에 업로드된 DTRT 발렌타인 기획 콘텐츠]


과거 닥터자르트 마케팅을 맡던 때에 세컨드 브랜드인 남성컬처코스메틱 DTRT의 마케팅을 병행한 적이 있다. ‘Do the right thing’의 약자로 남자를 겨냥한 화장품 브랜드다. 당시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행사를 기획했는데 대충 콘셉트는 이렇다. 남자친구 선물을 고민하는 여자친구를 타깃으로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을 한데 묶어 바이럴을 진행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 매출 신장도 되고 KPI도 넘겼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속가능성이다. 재구매가 없으면 브랜드가 그 이상으로 크기 힘들다. 결국, 해당 기획도 반짝 행사로 끝나게 됐고, 우리는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은 모 브랜드에서 연락이 왔다. 바버샵을 콘셉트로 만든 브랜드로 디자인은 물론, 실제로 바버샵과 컬래버레이션해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시 바버샵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남성 그루밍 시장이 커질 거라는 보고서가 나온 시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회사랑은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지만, 남성 화장품 분야에 대해 다각도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미프 X 배틀그라운드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 이미지]


남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루밍 하는 남자와 그루밍 안 하는 남자. 전자를 타깃으로 한 그루밍 제품이 꽤 많이 나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유는 재구매가 없기 때문. 시장이 아직도 작다. 그럼 그루밍을 안 하는 남자는 어떤 남자인가? 그곳에 답이 있다.


그들은 단순하다. 못 꾸미는 사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단지 예민하지 않고, 관심이 없을 뿐이다. 그들은 오히려 그들의 세계에 온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 게임 시장은 남성 뷰티 시장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래서 난 화장품을 게임아이템처럼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19년인가? 미프(미남프로젝트) 대표님이 우리 회사에 놀러 오셨다. 그래서 남성 뷰티 시장에 대한 나의 경험과 게임 시장의 아이템 접근방법에 대해 말씀드렸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한창 하던 시절이라 배틀그라운드 아이템처럼 상품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얼마 뒤 그는 실제로 그걸 실행에 옮겼고, 꽤 많은 매출을 낸 거로 알고 있다.


게임 컬래버레이션 상품의 성공 사례는 스웨거와 검은사막이 함께 제작한 탈모 샴푸 ‘감은 사막’도 빼놓을 수 없다. 오픈마켓 11번가의 ‘베스트 500’ 샴푸 부문에서 1위에 등극한 것은 물론 속옷, 껌, 김 등 상품 카테고리 확장까지 날개를 달았다. 지난 가을에는 우리가 게임 회사로 잘 알고 있는 넷마블이 아예 자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하기도 했으니 이젠 더 이상 이들의 합작이 낯설지 않다.



지난해 클럽하우스 앱에서 각계 전문가와 맨즈 뷰티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듣게 됐다. 미국에서 인종별, 연령별로 남성 화장품 인식에 대해 조사했는데, 그들에게 특별한 공통점이 있었다는 거다. 그 공통점은 남자는 내가 어떤 화장품을 쓰고, 어떻게 그루밍을 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1m 이상의 거리에서 봤을 때 이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아는 것 자체가 남자들이 숨기고 싶은 부분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나 또한 뷰티업계에 있고 이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나만의 베이스 방법이 따로 있으나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나조차도 그랬던 거다. 아무래도 아직은 사회적인 시선이나 인식 때문에 위의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예상한다. 젠더리스 브랜드인 이솝 제품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하니 더욱 설득이 됐다. 브랜딩이나 패키지 디자인을 할 때 많은 참고가 될 듯하다.


분명 과제는 있다. 재구매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남성 화장품 시장에서 재구매는 여전한 미해결 과제다. 잊지 말자. 너무 화장품을 화장품으로만 접근하면 큰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뷰티 시장의 문제를 뷰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틀리다고 얘기할 순 없지만, 이 문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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