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지향적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에 기고한 글을 한 번 더 소개합니다
패스트파이브가 포브스 파워리더,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와 함께 다방면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혁신가들을 만나 대담하는 시리즈, 임팩터를 진행한다. 패스트파이브 멤버사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세상을 바꾸고 혁신적인 미래를 꿈꾸는 스타트업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다. 해빗팩토리는 고객의 입장에서 금융을 분석하고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시리즈 B 이후 최근 3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유치에 나서며 보험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번 임팩터로 해빗팩토리를 선정한 데는 궁금증의 이유가 컸다. 사실 보험이라는 게 발달한 지 워낙 오래됐음에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영업 방식이 그대로 고착돼 많은 변화가 필요한 산업이기도 한데 어떻게 이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또한, 생활과 밀접해 있지만, 관련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 부모님의 지인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거라 예상해 그 비대칭성을 풀고 싶었다. 즉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생소한 인슈어테크 산업,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패스트파이브 용산점으로 향했다.
BBC가 AI의 발달과 함께 최근 20년 안에 없어질 가능성이 큰 직업으로 보험설계사를 꼽았다. 보험연구원이 9월 9일 발간한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따른 보험업 법제 정비 방향과 과제’ 보고서에서도 보험설계사를 사라질 직업으로 전망했다. 240조 보험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보험설계사가 사라진다고? 그래서 소프트뱅크가 보험 중개 업무를 AI로 대체하며 기존 보험 모델의 혁신을 꾀하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레모네이드의 지분을 인수한 걸까?
2016년 출범한 해빗팩토리도 레모네이드의 모습과 일정 부분 닮아있다. 기술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금융 상품 유통의 비효율성을 줄여 사용자들이 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 초기에는 유저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도와주는 스마트 소비 코칭 앱 '시그널가계부'로 출발했으며, 이후 보험설계사 대상 보험 분석 서비스로 시작한 '시그널플래너'가 2019년부터 B2C로 확장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그널플래너는 철저히 ‘이용자’ 중심이라는 특징을 가졌다. 기존의 어렵고 복잡한 금융 상품은 정보 비대칭이나 대리인 문제를 발생시키며 결과적으로 고객의 이익보다 대리인의 이익에 복무할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이를 모바일·비대면으로 설명하고 판매함으로써 판매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높은 생산성과 고객 만족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세 차례의 피봇팅으로 2022년 7월 기준 10억 매출을 달성한 해빗팩토리. 그들의 끊임없는 추진력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이동익 공동대표와는 어떻게 만났는가.
기업 투자 담당자와 투자를 받는 업체 대표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동갑이라 말이 잘 통했다. 내가 스타트업에서 오래 일해 신규서비스 기획에 자신 있다면 이 대표는 개발자 출신에 꼼꼼한 성격이라 숫자에 강하다. 게다가 메리츠화재에서 오래 일한 탓에 업계 사정에 정통하며 그만큼 강한 변화 의지를 가져 2016년 해빗팩토리를 먼저 창업했고, 내가 1년 뒤 합류했다.
공동대표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두 사람이 모여 어떤 혁신을 일으키고 싶었던 건가.
국내 연간 납입 보험료가 얼마인지 아는가. 약 240조 원이다. 보험사는 보험설계사가 신규 보험 계약체결 시 월 납입 보험료의 13~15배에 달하는 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데 이를 추정하면 13조 원이다. 이 어마어마한 돈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혀 디지털화되지 않고 ‘브로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객들은 설계사에게 의존하고, 보험사는 유일한 고객과의 접점인 설계사에게 의존하는 형태인 거다. 하여 제품 서비스부터 프로세스, 조직구조까지 동시에 해결하지 않으면 보험 산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이를 위해 보험설계사를 위한 앱 ‘시그널플래너’를 출시했다. 공동창업자 4명 중 3명이 보험 관련 개발업무 경험이 많은 개발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설계사용이면 초기 적용이 만만치 않았겠다.
처음에는 KB생명보험과 함께했다. 무료로 KB생명보험의 설계사들이 쓸 수 있게 배포한 것이다. 우리 이름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근데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고, 메리츠화재 설계사들도 우리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보험의 상식을 완전히 깨다
B2C로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설계사들이 이 앱을 활용해 환경을 잘 만드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더 빠른 혁신을 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이렉트로 고객과 소통하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B2C용 앱을 출시했다. 지금 시대라 가능한 일이다. 만약 20년 전이었으면 컴퓨터를 통한 서류 통합과 정보수집이 어려워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에서 마이데이터 라이선스 허가를 받았고, 이걸 기반으로 한 보험 설계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미리 300개 이상의 템플릿을 만들어둬 고객의 질문에 상담사가 일일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형성했다. 현재 시그널플래너의 상담사가 총 46명으로 올해 예상 매출이 120억인데, 내년에는 상담사 400명에 매출 900억을 만드는 게 수치적인 목표다.
900억이면 금년 예상 매출의 7배가 넘는다. AI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게 가능하겠나.
시스템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기 어려운 것을 구분하고 가능한 것을 모두 자동화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기존에 보험설계사가 고객 획득, 가입 보험 분석, 상품 제안, 심사, 계약체결, 관리 등 전 과정을 직접 해야 했다면 우리는 이걸 시스템과 분담해 상담사가 두 차례만 투입된다. 따라서 상담사는 자신의 직무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일반 보험설계사보다 생산성이 7배 이상 늘었다. 또한, 비싼 보험을 팔아 수수료로 수익을 취하는 전통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상담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해 일정 기본급에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를 택했다. 이는 수수료를 대폭 낮춰 곧 매출 신장으로 이어진다.
그래도 너무 높은 수치 아닌가.
목표는 높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목표가 낮으면 계속 그 수준에 머무르게 돼 혁신할 수 없다. 현 상태를 다듬기만 하다가 끝날 것이다.
이러한 성공 과정을 지켜보던 다른 보험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경쟁사 방어 전략이 따로 있었나.
우리는 진심이었다. 초반에는 자금력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게 가능하지만, 진심 없이 온고잉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는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 따로 있지 않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한번 만들어보면 안다. 조금이라도 업데이트가 늦거나 뒤처지면 고객은 바로 이탈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해빗팩토리가 꿈꾸는 세상
해외 시장에서 참고하는 회사가 있는가. 레모네이드와 비슷한 느낌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레모네이드는 자사의 보험을 팔고, 시그널플래너는 여러 회사의 보험 중 고객에게 최적화된 보험을 추천하고 안내한다. 독일의 위폭스라는 회사가 우리 모델과 흡사하다. 약 5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곳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보험회사를 인수해 자사의 보험 상품까지 같이 세일즈한다. 우리 역시 이와 같은 미래를 고려하고 있다.
올 초에는 미국 진출도 했다고 들었다. 한국의 서비스와 연결된 서비스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시장으로의 접근인지 궁금하다.
미국에 새로운 법인 회사인 모기지 대출 중개 서비스 ‘Loaning.ai’를 설립했다. 미국은 모기지 대출 시 중개자가 대출금의 1~4%의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약 0.1%를 가져가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10~40배 정도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워낙 인종과 언어가 다양하고 여러 과정에서 복잡한 서류가 요구되는 만큼 변화에 보수적인 시장인데, 한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빠르게 접근해 1월에 미국에 넘어가 3월에 서비스를 론칭했다. 성과는 개시 이래 3개월간 총 30건, 225억에 이르는 대출실행에 성공했다.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어떻게 단기간에 법인 서비스 론칭부터 매출까지 일으킬 수 있었는지 비결이 알고 싶다.
나라는 다르지만, 시장 형성에 관해서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 금방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웹/앱을 통해 대출 신청 서류 확인, 정보 입력, 서류 제출을 가능하게 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축소하고 업무 생산성을 상승시킨 것이다. 이후 한인 커뮤니티부터 접근해 조금씩 파이를 키우고, 한국어 서비스와 영어 서비스를 동시 진행하며 언어의 장벽을 해결했다. 모기지다 보니 타깃 연령대가 높은 편인데도 반응이 아주 뜨겁다.
추진력이 대단하다. 또 어떤 사업을 준비하고 있나.
이젠 우리가 가진 서비스를 시그널플래너뿐만 아니라 타 앱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간단히 URL 하나만 넘겨도 서비스를 붙일 수 있게 개발에 힘쓰는 단계다. 조만간 다른 앱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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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팩토리의 목표는 간단하고 확실하다. 보험을 더 쉽게, 금융을 더 쉽게 만드는 것.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며 모두가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만이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시그널플래너의 앱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 중 4.8점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 서서 불편함을 해소하고 고객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디 해빗팩토리의 비즈니스 혁신이 만점까지 도달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100년을 깨는 혁신, 그 시작점에는 해빗팩토리가 있다.
박진호 대표는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2030 파워리더이자 K-Beauty Trend Analyst로 뷰티 전문 마케팅사 뷰스컴퍼니를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수인 1,600개의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2019년에는 Glossy-days 글로시박스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현재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를 뷰티에 접목시키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사진 출처=패스트파이브, 해빗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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