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이 쓴다, 대중이 따라온다
패션에 관심 좀 있다 하는 사람이라면 슈프림이 콜라보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걸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여기 휴대폰 케이스계의 슈프림으로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케이스는 기능적인 부분만 담당한다는 선입견을 깨고 전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케이스티파이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홍콩, 일본 등 180여 개국에 진출해 1,300억의 매출을 올리고 현재는 1조 단위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케이스티파이의 아이덴티티는 명확하다. 스스로 테크액세서리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브랜딩도 매력적이지만, 절제미까지 갖춘 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번 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저 미국에서 나온 힙한 브랜드로 알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워낙 많은 유명인과 셀럽이 케이스티파이 케이스를 끼고 거울 셀카를 찍거나 자신의 색깔을 나타내는 소품으로 활용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케이스티파이의 역사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홍콩인 웨슬리 응의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아이폰이 유행템으로 떠오르던 당시, 인스타그램 피드에 있는 사진을 케이스로 만들어주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다는 아주 간단한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아무도 알아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전 재산을 투자하면서까지 사업을 지속했고, 하루 100건 이상 미디어에 문을 두드린 끝에 유명 IT 미디어 매셔블에 최초로 소개됐다.
이후 서버가 다운될 정도의 붐이 일어났지만,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지금도 견고하다. 나만의 케이스를 만드는 것. 그래서 택한 방법이 바로 콜라보다. 생로랑, 코치, 톰브라운, 베트멍 같은 패션 브랜드부터 포켓몬, 라인, 디즈니, 그룹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까지 점차 분야를 확장해갔다. 물론 기준은 확실하다. 무조건 유명하다고 해서 콜라보하는 게 아닌, 가치를 줄 수 있는 콜라보에 집중한다.
케이스티파이의 성공방정식
직접 광고하기보다 제3자가 광고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한다. 유명 셀럽에게 제품 홍보 목적이 아닌 단순 선물 개념으로 제품을 제공해 받은 사람들은 유기적으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밖에 없다. 카일리 제너, 지지 하디드 같은 셀럽이 사진을 올리기 시작하니 이 문화가 삽시간에 퍼지는 건 당연하다.
또한, 급을 낮추지 않는다. 전부터 10대들이 입거나 쓰면 브랜드의 가치가 손실된다는 의류업계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 오프화이트, 발렌시아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 우리나라에 레플리카 상품으로 한꺼번에 풀리며 희소성이 사라지고 이미지가 몰락된 사례를 들 수 있다. 케이스티파이가 가격을 높여 10대들로부터 진입장벽을 만든 이유도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그가 이야기하기를 케이스티파이는 창의성을 위한 캔버스다. 이는 초개인화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다. 기술적인 부분 대신 감성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케이스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고가의 케이스에 투자하고, 나 또한 커스터마이징한 케이스티파이 케이스를 쓰고 있다.
케이스티파이는 마치 패션처럼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폰 케이스로 승화시켰다. 그래서 대중적이지 않다. 절제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증명하는 브랜드다.
웨슬리 응은 디자이너 출신이지만 사람의 심리적인 부분을 잘 아는 마케터라는 생각이 든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출시하자 그는 가까운 미래에 모든 사람이 다 아이폰을 가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감성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아이폰과 비교해 휴대폰 케이스는 퀄리티와 디자인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주목한 것이다.
그는 갖고 싶어야 하고, 나를 표현할 수 있으며,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정성이 가득한 게 좋다는 사람의 심리를 잘 꿰뚫었다. 케이스티파이 케이스의 배송 시간은 짧지 않다. 평균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걸 기다리며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난 이 부분을 보며 새벽 배송, 직진 배송 같은 시스템에 집착했던 우리 산업이 분명 간과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의 회를 비롯한 많은 스타트업이 파산을 면치 못하고, 배송 관련 회사들은 지속되는 적자 상황에 운영조차 힘든 상황이다.
결국, 제품과 브랜드는 사람이 쓰는 것이다.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마음을 사는 게 먼저다. 오히려 요즘 시대는 물질풍요사회다 보니 희소성이 높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제품이 더 사랑받는다. 그리고 이 시대를 대표하는 게 케이스티파이다.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마케팅의 가장 근간이 되는 말이다. 마케팅으로 성공하고 싶으면 증거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눈으로 보이는 증거를 믿고, 그에 따라 신뢰도가 높아진다. 휴대폰 케이스 역시 디자인적인 부분도 무시 못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해야 하기에 케이스티파이는 케이스의 본질인 충격 흡수에 충실했다. 또한, 6.5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안전함을 증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뛰어난 보호 성능의 독점 소재를 개발했다.
이렇게 잘 되면 의류나 화장품 등 타 산업으로 진출할 만도 한데도 그들은 여전히 휴대폰 케이스 제작에만 몰두한다.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우직한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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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티파이 사례를 보며 앞으로 더 다양한 브랜드가 세상에 나올 것이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케이스티파이가 나왔듯, 메타버스와 AI 기반 산업의 발달이 또 우리 삶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이스티파이를 홍콩인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에는 국가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선진국이 아니더라도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문화 경쟁력과 OTT 확산세는 이미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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