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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an 21. 2022

나는 무얼 해야 오래 할 수 있을까?

조금씩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나만의 길을 찾아가기로 했어

로리 안녕.


요즘은 줌으로 매일 보는 거 같은데 괜히 편지를 쓰려고 하니 좀 낯설게 느껴지네

코로나 이전에는 멀리 떨어져서 지낸다는 이유로 1년에 얼굴 한번 볼까 말까 했는데

지금은 줌으로 자주자주 보니깐 마치 옆집에 사는 친구 같이 느껴진다


우연한 기회로 1월을 새벽기상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잘 일어나고 있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깐 약속이 있더라도 저녁 9시면 집에 들어가려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운동도, 공부도, 밀린 집안일도 아침시간에 하게 되는 거 같아

아주 좋은 현상이야


저녁에 줌으로 만나서 요가나 스트레칭하는 거 너무 좋아. 이제 안 하면 몸이 찌뿌둥한 기분이야

이렇게 점점 습관이 되는 건가 봐.


사실 지난번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모든 게 귀찮았는데, 요가타임(줌에서 만나 같이 요가하는 시간) 하자는 말에 얼른 들어갔어. 간단히 폼롤러 마사지만 했는데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어

혼자였으면 절대 하지 않았겠지? 이렇게 같이 하니깐 더 꾸준히 하게 되는 거 같아. GOOD!


요즘은 연구 주제를 정하느라 고민이 많았어

연구 주제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건 알아. 하지만 연구 주제가 아니라, 그 속을 더 들여다보면 사실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이었던 거 같아.


지금 나는 회사 안에서도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해야 하는 입장이기도 해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연구자가 될 것인지, 사업을 기획하는 기획자가 될 것인지

DB 기술을 키워 DB작업자로 남을 것인지, 사업과 인력을 관리하는 관리자가 될 것인지 말이야.

지금까지는 '나의 역할은, 나의 업무는 000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었어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 일도 해보고, 저 일도 해보고

여러 가지를 겪어본 것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전문성이 떨어지는 거 이기도 하니깐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겪어왔다면, 이제는 한 분야를 정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그래서 지난해에 대학원 진학도 결정했던 거였어.

‘이 분야는 내가 좀 더 공부해보고 싶다’ 하는 분야가 생겼었거든.


하지만 대학원에 가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접하면서

세상에는 참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무수히 많은 방법들이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 거 같아.

직장생활을 하고, 직장에서 진급하고, 소소하게 부업도 하는 그런 삶만 알았었는데 말이야.


그저 다른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것을

내 옆에 있는 사람,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 이뤄 내는 모습을 보니깐

나도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거 있지


물론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것은 아니야.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 해왔고, 열심히 살아온 날들도 나 스스로 대견하게 생각해.

현재의 나의 모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틀어가 보겠다는 거야.


작은 시도가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가 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처음에 내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은 꿈도 꿔보지 못할 것들을 지금은 시도해 보고 있잖아


지금은 연구 주제를 정하는 일이지만,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연구 논문이 그저 이력서 한 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해.


이제 시작이니깐 잘 고민해서 방향을 정하려고.


얼마 전에  한 회의자리에서 상사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기술자로 살아남는 건 한계가 있다.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려면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더 넓게 보고 크게 보라고.

기술자로서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관리하고, 사업을 관리하고, 고객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이야. 

그 회의가 끝나자 상사분은 축 처진 어깨를 하고 고객을 만나러 가시더라.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그의 삶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진 않았어.

무엇보다 내가 따라 하고 싶은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니었어.


내가 10년 후에는 저렇게 되어야 할까? 내가 저런 역할을 못하면 회사는 나에게 부족하다고 하겠지? 지금도 부족하다고,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말이야.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되고자 하는 모습이 그분의 모습이라면 너무 슬픈 거 같아


내가 지금처럼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게 맞을까 내가 이 회사 생활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사업관리자가 된다면 회사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연구원이 된다면, 논문을 쓰고, 밤새 연구하는걸 내가 잘 버틸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오래 하려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욕을 먹어도 더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이 없다면 무엇이든 언젠가는 그만두겠지? 아니 언제 그만둘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버티겠지.

그래서 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재미있어서 열심히 하고, 욕먹어도 이것이 나의 성장에 자양분이다 생각하면서 무럭무럭 클 수 있을지 찾아가 보려고.


회사에서는 그저 그런 정해진 길만 알려주길래, 나는 그냥 내가 개척해보기로 했어.  


2021. 1. 21 금요일  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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