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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Apr 11. 2022

날 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나의 기준에 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만 했었어. 

나도 사실 잘 잃어버려..  자주 잃어버려서 익숙해졌어..

남편이 요즘은 조용하면 ‘뭐 안 잃어버렸어?’라고 먼저 물어봐


대학생 때 학교 가는 길에 버스 타고 내렸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아빠가 데리러 온 적이 있어

빨간색 지갑이었는데 한 달 뒤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고 지갑이 집으로 돌아왔어. 

착한 사람이었어, 돈도 그대로 들어 있었지


그 뒤로 카드, 이어폰 등 다양하게 잃어버렸지 처음 잃어버렸을 때는 진짜 속상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해

언젠가 돌아오겠지 아니면 안 돌아오면 뭐 다시 필요할 때쯤 구매하지 이러고 말아.



지난 이야기에 이어 연애 이야기 또 해볼게 그렇게 대학생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부터 썸을 타는 남자가 생겼어... 동기로 남자애들 중에 그래도 나름 훈남?이 였지

말을 이쁘게 해주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나도 점점 호감이 생기고, 더 가까워지다가 남자 친구가 됐지. 


어떻게 고백받았는지가 왜 기억이 안 나지?

분명 다이어리에 그때 감정이 적혀 있을 텐데 엄마 집 가면 추억 상자 열어봐야겠어


이 친구랑은 4년을 만났고, 두 번째 연애였지 동갑이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겠다는 욕심에 많이 싸웠어. 

싸우고 금방 풀고, 때론 심하게 싸우기도 했어. 

별일 아닌데 그냥 마음에 안 들면 짜증을 내고 내 감정을 마구마구 표현을 했어

거기에 난 다이어리도 쓰자고 하고, 한 달에 1권씩 내가 책을 빌려주기도 했어.

똑똑한 남자가 내 남자 친구이고 싶어 인형 놀이하듯이 내 맘대로 다하려고 했어 지금 보니 난 정말 진상이 여자친구였어

그때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남이 보는 시선, 옷 잘 입는 커플, 똑똑한 커플이고 싶었어


그래서 더 싸운 것 같아 

내가 하라고 했는데 안 하면 난 그저 그 행동이 서운 한 건데 이렇게 표현했어.

날 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그렇게 1년 반을 만나고 그 친구는 군대를 가고 난 이때 편입 공부를 했어 거리가 멀어지니깐 내가 그동안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연애가 아니라

내 입맛에 맞춘 연애라는 걸 느꼈어

서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게 아니라 내 기준으로 맞춰 나가는 연애였지


군대 있는 동안은 싸울 것 없이 종종 면회 가고, 내 공부하고 자주 연락 안 해서 편했어 

제대하고도 한 1년 좀 안되게 만나고 헤어졌어 내가 하도 내 맘대로 주입하니깐 상대방도 나도 지쳤나 봐

그때 이별은 아팠지만 난 그래도 밥은 잘 먹었어

이별이 뭐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그전부터 많이 싸워서 그런가? 헤어질 줄 알았다고 해야 하나, 오래가지는 못하겠구나 싶었어


내가 연애 중에 이런 질문을 했거든 

난 나중에 늙으면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갈 거야. 넌? 


그러자 고민도 없이 바로 이러더라

 난 안가 

난 이게 충격이었어


당장 내일 떠나는 게 아닌데, 그 순간에는 같이 가자고 말해줘도 좋잖아.

다른 것은 다 함께해줘도 아프리카는 안된다고 했어 그때 난 마음이 조금씩 멀어졌어. 

그래서 오래갈 사이는 아니라 느꼈지


헤어지고 잠깐 만났던 친구가 있어 전 남친이 군대가 있는 동안에 끝없이 연락하는 사람이 있었어 

몇 년 동안 아침마다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응원해주고 힘내라고 해주는 사람이 있었지

몇 개월 만나고 바로 헤어졌어

좋아서 만난 게 아니라 꾸준하게 연락해주고 날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 그냥 만났어

아무런 재미가 없었어, 한 달에 1번 밥 먹고, 영화 보고 이게 끝 그러고 바로 헤어졌어

이 연애는 의무적인 만남 같았어


이렇게 내가 만났던 전 남친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묘한 재미가 있네

그러고 나서 새로운 남자친구를 만났지

정말 오랜 기간 만났고,

싸운 적 없이 내가 그동안 꿈꾸던 사람이 였어 똑똑하고, 옷 잘 입고, 매너 좋고, 센스 있고, 여행 좋아하고, 대화가 잘 통했어


아프리카 이야기를 이 친구한테도 한 적이 있는데,

아프리카 책을 사주면서 지금부터 관심 갖고 보라고 선물을 주더라고.

섬세하게 내가 한 말을 기억해주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지지해주는 사람이었어

수많은 추억도 만들었고 배우는 것도 많았던 사람이었어

이 사람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서 써볼게


2022.03.31 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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