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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Mar 30. 2022

노는 때도 다 때가 있다

엄친딸이 되고 싶었었던 걸까? 누구에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었던 걸까? 

맞아 나 엄친딸이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엄친딸처럼 보이고 싶었던 거 같아

놀기도 잘 놀면서, 공부도 잘하고 싶었었나 봐

그때는 왜 그렇게 뭐든 잘 보이고 싶었는지 모르겠어

꾸미기도 엄청 꾸미고 다니고.


엄마가 20대의 나에게 해주던 말이 있어

그때 아니면 못해. 그냥 열심히 다 해봐.
짧은 치마도 열심히 입어보고, 꾸미기도 열심히 꾸며보고

그때의 엄마의 말이 정답이었어.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귀찮아서 못해.

아니 딱히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말이야.


그때는 옷도 많이 사고, 가방도 모양별로 색깔별로 있어야 하고, 알레르기 때문에 아파하면서도 귀걸이를 꼭 하려고 했어. 보석함에 가지각색의 귀걸이를 채워가는 게 일이었고.

그 시절은 힐이 엄청 유행이었는데, 색깔별, 모양별로 엄청 샀던 거 같아.

기숙사 살면서 강의실까지 가는 그 가까운 거리를 매번 힐을 신고 나갔어. 높은 굽 신고도 뛰어다닐 만큼 내 신체의 일부처럼 여겼어. 사실 내 키가 힐 포함해서 인 줄 알았어.


어느 순간 내가 뒤꿈치 까져가면서 힘들게 살고 있지?라는 현타가 오면서 굉장히 많은 힐들을 한 번에 내다 버렸었어. 그럼에도 다 버리지는 못하고, 몇 개는 남겨두었었지. 결국 시간이 흘러 다 처분하긴 했지만 말이야.


밖에 나갈 때는 화장도 꼭 하고 나갔지. 무쌍이라 아이라이너는 나에게 생명과 같은 거라 여기며 말이야. 기숙사 사니깐 여자 사람 6명이서 서로서로 화장도 해주고, 자신에게 맞는 화장법도 배워가며 아주 열심히 꾸미고 치장하느라 애썼지. 그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 그때는 그게 즐거웠고 재밌었어.

그때 아니면 언제 또 그렇게 나를 꾸며보겠어. 요즘은 화장도 잘 안 하고, 해야 할 때만 가끔씩 하는 거 같아. 더 군다라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쓰고 다니니깐 화장을 더더욱 안 하고 있지

밖에 나갈 때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나가면 다행이야



그래도 그 시절 다 해봤으니깐 지금 안 하는 거겠지?



청개구리 심보라고 안 하면 꼭 더 하고 싶고 그렇잖아

지금은 겉치장보다는 그 안을 채우는데 더 집중하는 거 같아

멋진 옷, 멋진 가방보다 냥 사람 자체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요즘은 멋진 사람은 아니더라도 우선 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무엇을 하던, 그 분야에 실력 있는 사람


일은 계속하는데, 실력 없이 그냥 그 자리 그대로인 거 같아

심지어 꼼꼼하지 않아서 아직도 실수투성이에 뭐든 빠뜨리는 일이 잦아

안 그러고 싶은데 계속 반복되니깐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싶어

회사 안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작은 목표라도 만들어야 될 거 같아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운전면허증 잃어버렸다고 했잖아

드디어 찾았어. 아직 온전히 찾은 건 아니고,

오늘 부산 북구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어.  신분증이 들어왔다고 등기로 보내주신데.

세상은 아직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은 가봐

사실 내가 물건 찾으러 경찰서 간 게 처음은 아니야

대학생 때도 지갑을 잃어버렸었는데,  나중에 경찰서에서 찾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었어.

그때 큰 경찰서는 처음 가봤었지


집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잃어버린 거였어

지난번에 시험 보러 갔다가 두고 왔나 봐

평소에 물건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그만큼 또 잘 찾기도 하는 거 같아

애타게 찾고 있던 물건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는 거 같아

주변 사람들이 재발급받으라고 했건만, 귀차니즘 때문에 안 하고 있었더니

이런 기쁨도 만끽할 수 있는 거잖아.

만약 이미 했다면, 그 기쁨이 지금만큼은 아니겠지?

나의 귀차니즘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니.. 마냥 나쁜 건 아니었군


고마워 나의 귀차니즘


심지어 신분증 찾을 거라고 집 대청소한다 해놓고 하지도 않았어.

이제 대청소는 안 해도 될꺼같아. 그냥 청소만 열심히 하기. 아니 그냥 청소 하기



2022.03.28   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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