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입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괜히 설레여지는 그런 마음
보노 대학시절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잘하는 엄친딸이었네 오올~~
부산에서 대학생활해서 지방으로 놀러 다니기에 거리가 가까워서 좋았을 것 같아.
난 집에서 통학이라 멀리는 많이 못 갔어. 방학 때 내일로 여행 가고, 시골 가고, 서울에서 노는 정도
난 대학 가면 바로 남자친구가 생긴다는 환상이 있었어
다른 과에서 만난 동기였는데, 신입생 OT 가서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고백을 받고 고민도 안 하고 바로 오케이 했어
사실 그냥 ‘남자친구’라는 타이틀이 갖고 싶었어
남자친구 있는 대학생이고 싶었고, 캠퍼스 커플이 하고 싶었어.
사귀는 동안 큰 이벤트 없이 좋아하는 감정보다 남자 사람 친구보다 가까이 지내다 헤어졌어.
이별하는 순간 잠깐 슬퍼했나? 밥도 잘 먹고 잘 지냈어
학교 안에서 만나면 만나는가 보다 하고 아무 생각이 없었어
1학년 1학기에 난 부과대를 했어. 사실 어떻게 한 건지 기억이 없어
그래서 과 활동을 빠짐없이 다 참석했어.
학회비 안 내는 오빠들에게 지갑이 보이면 바로 회비 내야 한다고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하면서 돈을 다 걷었지, 내가 주도하는 과 활동이 재미있었어
봄 체육대회에 1등 해서 상금 100만 원 받아 과 삼겹살 회식이 목표였어.
우리 과는 30명 중에 5명 빼고는 수업 끝나면 운동장에 다 모였어. 발야구, 피구, 계주 연습을 했어.
과 특성상 여자가 5명뿐이라 피구도 발야구도 계주도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참석이었어.
운동회 연습하고 운동장에 앉아 중국 음식을 시켜 먹었어.
진짜 이때는 공부보다 같이 먹고 놀며 운동하는 게 좋았어.
그때 처음으로 내가 먼저 이성을 좋아했어.
축구 연습을 하는 오빠들 중에 흰 티 입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왜 이렇게 멋있었어
오빠들이 운동장을 뛰어다니면 그 오빠만 내 눈에 보였어
깔끔한 흰 티에 운동하고 흘린 땀나는 모습이 만화 주인공처럼 멋있어 보였어.
환상에 빠졌지, 그래서 더 열심히 운동회 연습을 했던 것도 같아. 하지만 그 오빠는 여자친구가 있었어 속으로 헤어지면 ‘내가 여자친구야’ 라고 생각했지
원피스도 입고, 화장도 하고, 하이힐도 신고, 이뻐 보이기 위해 날 꾸미기 시작했어
공부도 잘해서 잘 보이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이 모든 일을 설레고 신나는 감정이었어
뭐든지 다 잘 보여야지 이 생각으로만 가득했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 중
내가 제일 빛나 보이고 이뻐 보이고 싶다는 걸
내가 이성을 좋아하는 여자였고, 사람을 좋아하는 게 날 가꾸는 일이라는 걸 느꼈지
난 학교 다닐 때 도 꾸미거나 화장하거나 이런 것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어
20살에 처음 느꼈던 그 감정으로 꾸미는 맛에 빠졌지
이것도 잠시였지만 지금도 난 화장을 잘 안 하는 사람...
그 오빠한테 과제도 보여주고 밥 얻어먹고, 조별 과제도 같이 하고,
학교에서 하는 활동을 다 같이 했어 밥도 같이 먹고,
매일 연락도 하고 전화도 하고 인생 상담도 하고,
"나의 하루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참 좋았어"
결국 내 남자친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나한테 내 삶을 매일 물어 봐주던 누군가 있다는 것과
내가 뭘 이야기하든 다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거였어.
잠깐 만났던 남자친구랑 이별을 하고, 가까이 지냈던 오빠랑 애매한 관계를 정리하고 나니
다른 사람이 날 사랑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겠구나 싶어
‘난 나를 사랑해줘야겠다’ 생각했어.
난 다이어리에 내 감정을 적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내 마음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었어
“오늘 내 기분이 어땠어?”
2022.03.25 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