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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Mar 25. 2022

그들 덕분에 행복했었구나  

부산에서의 삶은 즐거웠던 기억 투성이야. 함께 했던 그들 덕분에

20대. 절반의 독립

사실 스무 살이 되어 부산에 살 때는 월세도 아빠가, 생활비도 아빠가, 용돈까지...

모든 걸 부모님께 의지했던, 몸만 독립한 상태였어 (엄마, 아빠 고마워)


타지에서 혼자 산다는 게 처음에는 살짝 설레는 마음도 있었어

1학년 때는 친구들과 자취방에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 먹고, 술도 마시고,

놀러 다니기도 참 많이 놀러 다녔어


서울에 올라오면 위에 친구들과는 가평, 보령, 홍대, 강남, 명동... 윗동네를 놀러 다니고

부산에 내려가면 진해, 남해, 보성, 경주, 포항, 안동, 담양, 순천 등등 안다녀 본 곳 없이 많이 놀러 다녔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니면 그렇게 시간이 나는 때도 없는 거 같아


1학년을 그렇게 보내고, 자취가 지겨울 때쯤 기숙사에 들어갔어

4학년까지 계속 기숙사에서 지냈으니깐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더 오래 했네


타지에서 생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 그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 거 같아

가끔 너무 외롭고 서러워서 (아마 향수병이었던 거 같아)

창피하지만 동네가 떠나가라 정말 엉엉 울면, 친구들이 함께 위로해줬고 토닥여줬어

<우주회> 란 이름으로 모이던 친구들인데, 지금은 연락을 못하고 있어


연애를 비롯해 살아가는 걸 함께 배웠던 우주회 멤버들, 전국 방방곡곡 함께 놀러 다녔던 순수팸,

나의 룸메이트였던 던파걸, 매일같이 패션쇼를 열었던 기숙사 식구들,

나란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란 걸 깨닫게 해 준 파니파니까지

그 시절 나에게 큰 의지가 되었고, 멋진 날들을 보내게 해 준 소중한 사람들이야.


20대의 나를 반짝 반짝 빛나게 해줘서 고마워



다행히 학교 성적은 좋았어.

시험기간에는 다들 학교에 남아있으니깐 그 시간을 더 좋아했었어

시험공부하다 갑자기 FEEL 받으면 청사포로 조개구이 먹으러 가고,

광안리 수변공원에 회 먹으러 가고,,,

과탑도 해보고, 운 좋게 장학금도 계속 받을 수 있었어.

학과 내 집행부도 하고 나름대로 학과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교수님이 날 부르셨어

교수님은 내게 몇 가지 질문을 하시더니 알 수 없는 방학숙제를 내주시더라


방학 동안 너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나인데, 지금의 나로도 충분한데 뭘 더 어떻게 생각하라는 거지?


방학 동안 나는 알찬 방학을 보내겠다며,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만나고,

공연도 보러 다니고, 강연도 듣고, 여행도 다녔어

그땐 그렇게 하는 게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라 여겼어


십몇년이 흐른 지금의 내가 생각해보면,

그때 교수님은 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말씀이셨던 거 같아


사실 그때 그때 주어진 일들에는 충실했지만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

그저 내가 즐겁고, 남들에게 멋져 보이는 삶을 살아야지라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나 뭐해먹고살지? 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건 29살, 아니 서른이 되어서야

조금씩 내 안에 물음표가 만들어진 거 같아

물론 지금도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뭐 해 먹고살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적어도 그때보다는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한다는 거야


때때로 그 질문 때문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걱정이 되기도 해

하지만 세상에 답은 없데. 내가 50살이 되어서도, 100살이 되어서도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겠지

그래도 지금 하는 선택들이 나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궁금하고 기대돼


우선 오늘은 오늘의 나에게 믿고 맡겨볼게


2022.03.24 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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