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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Mar 11. 2022

19살의 내가 나에게 선물해준 삶

그때의 선택이 없었다면 지금 나는 부산에 있지 않았겠지

안녕 포로리.

너의 치열했던 20대 이야기 잘 들었어.

누군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듣는다는 게 살면서 쉬운 일은 아닌데

성장일기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거에 고맙고 감사해


우리가 사실 최근에야 자주 연락하고 지내지만,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가고, 다른 대학을 진학하면서

서로의 소식을 뜨문뜨문 전할 뿐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지낸 거 같아

나도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더 보기 힘들어졌고

서울에 잠시 올라와 있을 때 한 번씩 강연이나 공연을 보러 가곤 했지


그래도 우리 그 와중에 세바시도 보러 가고, 36.5도씨랑... 내가 결국 인도에 가게 된 인디아 블로그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 공연들까지 나름 많이 다녔더라

추억이 새록새록하네.

그때부터 우리가 선호하는 것들이 비슷해서 그럴 수 있었나 봐


참.... 그때부터 우리 참 열심히 살아왔나 봐



이번에는 나의 이야기를 말해줄까 해

내가 부산으로 대학을 갔고, 해양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 외에는 자세하게 말한 적이 없더라고.


일단, 나는 대학을 부산으로 갔어. 부산에 위치한 해양대를 갔지

부산에 아무런 연고지가 없던 내가 어떻게 부산까지 가는 선택을 했을까?

엄마 아빠 품을 떠나 본 적 없던 내가 부산까지 혼자 갈 생각을 하다니!!

19살의 내가 어떤 큰 꿈을 꾸고 갔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어

고3이 되어서도 가고 싶은 대학도, 되고 싶은 게 무엇인지도 잘 몰랐어

그때는 대학은 당연히 가야 하는 건 줄 알았고, 나도 남들 따라서 가야 할 대학을 정해야만 했어

그렇다고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을 따라가고 싶진 않았나 봐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나만이 갈 수 있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았던 거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의 영향력이 있었던 거 같아.

남들 따라서 더 유명한 곳에 가라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앞으로 뭘로 먹고살면 좋을지 고민하게 했던 거 같아


그렇게 해서 나는 고민 끝에 수시를 넣을 대학을 몇 군데 정했어

산림학과, 항공대, 해양대

산과 하늘과 바다. 너무 흔하지도 않으면서 지구환경과 관련된 분야가 마음에 들었었나 봐


해양대를 알게 된 건 엄마 덕분이었어

엄마가 부산에 여행 가서 타게 된 크루즈가 해양대 근처를 지났는데

너무 멋지다고 사진 찍어서 보여줬었는데, 그게 나에게 임팩트가 컸었나 봐


수시로 넣었는데, 산림학과는 수능 최저등급 없이 합격, 해양대는 수능 최저등급이 남아있었고,

항공대는 마지막 심층면접에서 떨어졌어.

최종적으로 해양대를 선택했고, 부산에 가게 되었지


나름 미리 붙어놓은 학교가 있어서 수능 날은 정말 아무 부담 없이 도시락 맛있게 먹을 기분으로 갔고,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도 전에 나는 필리핀으로 단기 연수를 갔었어

수능성적표는 내 친구가 대신 받아줬고, 2월에 한국에 돌아와 졸업식에 참석했지

아직도 수능성적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는...



19살이 선물한 나의 20대에는 또다른 삶이 펼쳐졌어



스무 살이 된 나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처음 해보는 것들이 무지무지 많았어

혼자서 밥도 해 먹고, 빨래도 하고, 쌀도 사고, 세금도 내고, 가스비도 내고 등등등

집을 떠나 살아본 적 없던 내가 부산까지 와서 홀로 지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어


부산에서도 영도라는 섬, 영도에서도 끝자락에 위치한 조도라는 섬

그곳에서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어

방파재를 걸어서 학교에 가고, 방파재 위 낚시하시는 분들이 물고기 잡아서 바로 사시미를 뜨시고,

해녀분들이 물질을 하고 학교 뒤 자갈마당 큰 바위에 미역을 말리시고,

농구하다 공이 바다로 떨어지면 옆에서 카누 타고 있는 학생들이 공을 건져다 주고

학교 안에서 낚시로 물고기를 잡아 동아리방에서 매운탕을 끓여먹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아주 다이내믹한 대학생활이 기다리고 있었지


가끔 방파재 위에서 밤바다를 보며 마시는 맥주 한잔처럼

바다와 함께하기에 누릴 수 있는 그만의 감성이 있는 나의 대학생활.

좋은 점도 많았지만, 혼자 떨어져서 지낸다는 게 스무 살의 나에게는 마냥 쉽지 만은 않았어.


그래도 19살의 내가 부산에서의 삶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것도 모르고 천방지축인 줄 알았던 내가 생각보다 멋진 선택을 한거 같아

그때 내가 부산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내가 부산에서 살고있지 않았겠지? 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다음에는부산에서 혼자 독립하게 된 나의 20대 이야기를 꺼내볼게



2022.03.11 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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