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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Apr 29. 2022

내 생애 가장 어른스러운 이별

고마웠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

오늘이는 늘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연애했네. 연애하면서 싸우거나, 속상했던 적은 없어??


난 그랬던 적이 매번 있었지 지난번에 이어 아프리카 책을 사준 전남친 이야기를 해볼게


그 친구는 인싸였어. 똑똑하고, 대학원 다니면서 사람들 모아 어플도 만들고, 센스 있게 주변 사람에게 나눔 하는 것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친구들도 많고, 모임도 많아 그 친구 커플이랑 많이 놀았어

내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과는 다른 스타일이었고, 나랑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만나면 만날수록 더 같이 갈 수 있겠다 싶었어

둘 다 자기계발 좋아하고 생산적인걸 좋아해서 데이트 장소로 서점, 전시회를 많이 다녔고, 뮤지컬도 보고 서로 필요한 게 있음 쇼핑도 하고 목적 있는 데이트를 많이 했었어

여행 다녀오면 늘 내선물 사 오고, 어디 가서 내 생각났다고 아무 날이 아니어도 마음을 자주 표시해주는 사람이었어


4년 정도 만났을까?? 그때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각자의 가정환경 이야기했어 

난 평범한 가정에 가정애가 넘치는 환경, 그 친구는 부모님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어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고등학교 생활로 가족들이랑 자연스레 멀어지고 소통이 줄었더라고


난 그게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어 가정환경이 다르니깐 

그 친구는 가족하고 소통을 어려워하고, 안 하려고 하고, 그래서 결혼을 하려고 준비하는데 그 친구 부모님이 날 좋아하지 않으셨어. 아들이랑 관계가 더 안 좋아지는 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셨고, 그 친구는 그걸로 부모님이랑 더 멀어졌어.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넝쿨채 굴러온 당신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내가 중간다리를 하면 가능할 거라 판단했어. 그러나 내 영역 밖의 문제였어. 상처받고, 더 힘들기만 했어

결정적인 건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동굴로 숨어 버리는 태도에 실망이 컸어. 

나랑 뭐든 같이 해나가려고 해도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건데 말이야. 이때 난 이 친구가 내 배우자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날 이후 머리는 이미 결혼은 안 되겠다는 걸 인지했고, 마음에서도 받아들이기 위해 나도 모르게 이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어.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안 되겠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연애는 이어갔지만, 도저히 안 되겠다 싶던 날 내가 먼저 할 말이 있으니 만나자고 했어


평일 저녁 이별하는 날,

나에게 책 한 권과 영상을 하나 보여줬어.

영상은 유튜브 디제이에게 우리 이별 사연과 피아노 음악을 들려주는데 둘 다 들으면서 아무 말 없이 울었어

음악은 하나도 기억이 없고,

그렇게 마지막 인사로

"고마웠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지내"


이러고 돌아오는 길에 한참 울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별이 따뜻했어

내가 한 이별 중 제일 어른스러웠어


그다음 사람이 지금의 남편이야

대화 통하고, 똑똑하고, 인싸 아닌 아싸라 가정에 집중해주는 사람, 내가 못하는 기계에 관심이 많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혼자 공부하며 터득하는 스타일이야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어

가정에 집중해주는 모습에 늘 고마웠고, 우리가족 생활에서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들에서도, 잘 녹아드는 사람이라 행복해

옆에서 묵묵히 함께해주고 피드백해줘서 마음에 안정감을 찾았어


난 사실 20살에 배우자 기도를 적었어

전기, 기계공학을 전공한 사람, 요리를 잘하는 사람,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

우리 가족에게 녹아드는 사람, 노래 잘하는 사람, 여행 좋아하는 사람, 꽃 선물해주는 사람 등 30개 이상 적었어

묘하게 딱 지금의 남편이야 처음에는 몰랐는데
살면 살수록 ~~~~ 적은 것들과 맞아떨어져


신기할 때가 많아

나랑은 다른 면이 많지만 그런 남편이 나에겐 큰 의지가 되고 베스트 프랜드이자 동역자야



그래서 기록에는 힘이 있다는 걸 제대로 경험했지

기록한 것 중에 20살에 처음 쓴 인생계획이 있어. 그때 90살까지 적었어

작년에 커뮤니티 모임에서 세우고, 올해 또 바뀐 것들이 있으니,



우리 같이 인생 계획을 다시 세워볼까?
미래를 상상한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너랑 같이 꿈꾸는 걸 적어 내는 과정이 재미날 것 같아.



2022.04.22 내일이가 오늘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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