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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Jun 02. 2022

나의 삶에 자부심을 가져볼게   

다짐하고 결단하기보다는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때를 기다리는 걸 알았어

결혼 전에는 난 무조건 날 위해 소비를 했어

사람들을 만나 먹고 놀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며칠 쉴 수 있다면 무조건 여행을 갔고,

쉬는 날은 한 달에 1~2번이면 충분했고, 다이어리에 주말마다 일정을 가득 채웠어

집에 좀 있으라고 잔소리를 듣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난 바쁘게 움직였어.

그러다 나한테 결혼을 하고 보니 양가 가족행사로 인해 그전만큼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고,

그때 만났던 사람들을 다 만나고 싶지 않았어

내가 퍼줘야만 하는 관계는 유지하고 싶지 않았어

나도 상대방을 찾고, 상대방도 나를 찾는 그런 사람들만 남게 되었어

이런 사람을 만나면 짜릿하고 또 만나고 싶고, 돌아오는 길에 그날의 만남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어

그렇게 난 날 위한 소비를 정리하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내 씀씀이가 “함께 살아가는 것”에 향해 있다는 걸 알았어

그동안 자기 계발한다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배우고 다녔던 행동들이 헛되지 않았어

그때는 내 안에 채워짐이 없어 계속 집어넣었어


이것들이 쌓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우는 작업이었어

최고의 학벌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이 생겼어.

나 또한 소비자의 삶보다 생산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어


한때는 강의를 통해, 책을 통해 인생을 배우는데 자연에서 배우고 있어

내가 집에서 화분을 키우면서 자연이 더 좋아졌어


겨울이 되면 창가가 춥지만 그래도 견디는 초연함

초파리가 생겨도 새싹이 돋는 한결같음

내가 물을 깜박하고 안 줘도 운명을 받아들이는 의연함


이렇게 살아가고 싶어졌어
초연함과 한결같음 그리고 어떤 상황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의연함 말이야




지난번에 문화센터에서 “옥상요가”를 한다길래 수강신청을 하고 주말에 다녀왔어

오전 9시 30분에 백화점 옥상요가타임을 했어

이 시간에도 사람이 많이 올까? 했는데 주말이면 다들 늦게 일어나지 않을까?

역시나, 뭘 하러 가면 다들 열정 넘치는 사람들이 많아


마스크를 벗고 요가를 하는데 좋으면서도 부끄러운 거야

내 얼굴이 다 보인다는 게 어색했어

2년 넘게 쓰고 다니던 마스크가 익숙함이 컸어


인요가를 하고 마지막에 누워서 쉬는데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해주셨어


온몸을 지구가 지탱해주고 있어요.
그걸 온몸으로 느끼면서 지구를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세요


이 문구가 주말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어

지구가 내 몸을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과 내가 지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생각한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 이게 지구를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와 연결이 되겠다 싶었어


머리로는 늘 생각했지만 “내 능력과 경험치로 무엇을 할까”를 20대 후반부터 고민했었어

나도 나만의 브랜드? 나만의 커뮤니티로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어

내가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가치를 찾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

‘하고 싶었어’라는 말만 입에 달고 살았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평소에 영감을 얻는 것들과 나눔의 영향이 있을까

몇 년 고민 끝에 코로나가 나한테 용기를 줬어


작년 9월부터 시작한 후킹구독클럽을 하면서 소름이 돋았어

신청기간이 아닌데도 하고 싶다던 사람과, 연결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생겼어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날 신뢰해준다는 게 말이야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조심스럽기도 해


한 달 만 하고 끝날 줄 알았던 아이들 수업도 어느덧 6개월째야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올해까지 계속해보려고 해

아이들을 통해 내가 배우는 것도 생기고 마음이 순수해질 때가 있어

어렸을 때 놀이공원 가서 솜사탕 먹었을 때의 기분이야


이 활동이 지구를 위해 하는 씀씀이였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어


내가 지구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일기가 날 알게 해 줬어


시간이 지날수록 일기가 내 삶을 정리하게 해 주고

내가 그동안 느꼈던 일상을 내 언어로 소화하게 하는 시간이라 일기 쓰는 시간이 흥이나

나도 모르게 웃기도 하고, 적고 내가 내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감정에 더 솔직해졌어


제일 값지게 느끼는 것

내가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구나

내가 하는 활동들에 자부심이 생겼어

불안해하면서 하지 않기로 했고, 초연함, 한결같음, 의연함을 조금씩 자연스레 흘려보내야겠어

무조건 해야지라고 다짐하고 결단하기보다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때를 기다리는 걸 알았어


오늘도 일기를 쓰며 나한테 진실할 수 있었어


2022.05.30.

내 씀씀이를 알아가는 중인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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