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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May 29. 2022

오늘이 더 소중한 이유

불멸의 삶을 살지 않는다는 건 우리의 최대 행복일지도

예전에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도깨비는 벌로 불멸의 삶을 살게 되었어

도깨비는 살아가는 긴긴 시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매번 떠나보내야만 했지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항상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점차 누군가를 잘 보내는 방법을 배우며 익숙해져 갔어

우리도 그렇게 점점 성숙해져 가는 거겠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세상에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거야

슬픈 날도, 속상한 날도 있기에 우리의 삶이 더 가치 있고 소중한 거겠지


예전에 화장터에 갔던 일이 기억이 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있더라고

공장처럼 돌아가는 화장터…. 우리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했을 뿐 그곳에서는 당연한 거겠지


인도에 여행 갔을 때 갠지스강을 가트 따라 걷고 있었어

젊은 청년이 넓을 바닥을 작은 빗자루로 열심히 빗고 있더라

그는 그곳을 깨끗이 청소하고는 나무장작을 열심히 쌓아 올렸어

얼마 후 형형색색의 천으로 감싼 무언가를 사람들이 들고 내려오더라고

장작들 위로 그 무언가를 올려놓고 다시 장작들을 쌓았어

그리고 불을… 지폈지 … 그래 맞아 화장하는 거였어

불길은 점점 타올랐고, 그 무언가도 점점 재가 되어가고 있었어


불길 사이로 다리 부분이 튀어나오자 그 청년은 긴 꼬챙이로 불길 사이로 다시 들이밀었어

처음에는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는데, 24시간 활활 타오르는 화장터에서는 그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였어


죽은 이를 감싼 화려한 천들, 하나씩 쌓아 올린 장작나무들, 절대 꺼지지 않게 지킨다는 불씨까지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이 들어가지 않은 게 하나도 없었어



인도에서 죽음은 또 다른 생의 시작이라고 해

다른 생의 시작을 축하해 주는 거지.

갠지스강은 어머니를 의미한데. 삶의 마지막을 갠지스강에서 마무리하는 건 생이 시작되었던 어머니 품으로 다시 돌아가는 거래.

그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배울 수 있었어


인도 여행은 나에게 참 많은 변화를 준 거 같아

내일이와 함께 본 공연이 도화선이 되어 내가 인도에 다다르기까지

그리고 오늘날의 내가 되기까지



내가 참 소비자로서의 삶만 살아왔구나


인도 여행을 마침표로 당분간, 아니 적어도 10년간 나는 해외여행을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

누군가 만든 요리를 먹고, 누군가 기획한 공연을 보고, 누군가 만든 물건을 사고, 누군가 쓴 글을 읽고... 내가 하는 여행은 종합 소비 세트였어


여행이라는 게 처음에는 그 감동과 임팩트가 엄청 컸지만,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그만큼의 감동은 사라지고

소비만이 남게 되더라고… 나는 그 시간 그 공간에서의 추억을 만들겠다며 예쁜 옷을 사 입고, 유명한 관광명소에 가서 사진을 찍고, 유명하다는 맛집에 가서 음식을 사 먹고… 그렇게 여행을 즐겼어. 물론 즐거웠지


인도 여행은 그런 즐거움 속에서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줬고, 감사하게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지 알려줬어

헬조선이라는 표현은 함부로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렇게 인도 여행을 다녀온 나는 여행으로 쓰던 돈을 다르게 쓰고 싶어졌어

1년에 200만 원이라는 돈으로 나는 대학원을 진학했고, 영어강의를 끊었어


때마침 내일이를 만나 이렇게 성장일기를 함께 쓰고, 2주에 한 번씩 만나 후킹 클럽도 함께하고 있지

벌써 학교는 3학기가 끝나가고 나는 매주 주말에 하루는 수업을 가거나 스터디를 해

내일이와 함께 창업교육도 들었고, 잘 되지는 않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 나가보려 해

또 한 달에 한번 재능기부 강의도 하고, 다음 달부터는 청년활동과 글쓰기 모임도 끌고 가려해


아직 완벽한 생산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나만의 결과물을 생산해내고 있어


나도 이제 조금씩 생산자의 삶을 살아가 보려 해


지난주 토요일 오전에는 창업스쿨 멘토링이 있었고 오후에는 청년 자기 주도 활동 발표가 있었어


자신이 쓴 사업계획서 초안을 가지고 멘토링을 받는 건데 너무 떨리고 무섭더라고

선생님은 너무 거창하게 쓰지 말고 하려는 내용을 쉽고 자세하게 담으라고 하셨어.

내가 쓴 사업계획서보다 오히려 청년 활동 개요서를 더 맘에 들어하셨어


청년 활동 개요서는 정말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적은 반면,

사업계획서는 정말 이걸 내가 할 수 있을지, 아니 하고 싶은건지도 모른 채 그냥 멋져 보이게 적으려고만 했던 거 같아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오후에는 청년 자기 주도 활동 5분 발표가 있었어

편안한 분위기라 했는데, 막상 가보니 23팀의 대표자들과 심사위원까지 있었지

두근 두 근 한 마음으로 23팀의 발표를 들었어

나를 포함한 23팀의 대표자가 자신들의 활동을 5분 동안 소개하고, 마음에 드는 15개의 팀을 투표하는 방식이었어

내가 평가받는 대상인 동시에 평가하는 입장인 거지


내가 누군가의 활동계획서를 보고 평가하는 입장이 되자

오전에 들었던 선생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와닿았어

어떤 이들의 활동계획서는 내용만 거창할 뿐 정확히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알기 어려웠거든


아침에는 평가받는 입장, 오후에는 평가하는 입장

이렇게 두 가지 입장이 되어보니 내가 쓴 사업계획서가 엄청 부끄러워지더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어

아니 우리는 이미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있는지 몰라

우리가 하는 것들, 그리고 하려는 것들을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했어


5시간 만에 쓴 사업계획서가 2차 심사에 통과되지 않은 게 어쩌면 당연한 거겠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엄청 노력하신 분들이 많았으니깐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명확해졌다는 거야

사실 창업스쿨 시작할 때 우린 뭘 하고 싶은 건지도 전혀 알지 못했잖아


정말 하루하루가 재미나지고 있다. 이렇게 작은 변화가 점점 일어난다는 거

앞으로의 우리의 날들을 기대해볼게


2022.05.29 하루하루 미션 수행 중인 오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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