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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Aug 17. 2022

쉼표와 매듭짓기

우리의 기록들이 삶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쉼표이고 매듭이 되어주길

안녕. 내일이야.

비가 추적추적 오는 그런 날이네


내일이가 꺼낸 한마디로 시작해서 벌써 1년 가까이 써온 우리 일기를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읽어봤어

초등학교 시절 우리의 추억부터 시작해서 각자 살아온 이야기,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과 고민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네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낸다는 게 낯설고 어색했어

그것도 공개된 자리에 말이야.

때론 일기를 쓰듯, 때론 편지를 쓰듯

그렇게 써 내려가다 보니

때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때론 객관적으로 나를 보기도 했어

드문드문 쓰던 혼자만의 일기와는 다른 글이었고 소통이었어


때로는 서로에게 공감하기도, 때로는 서로의 다름에 낯설어하기도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어

내 눈과 마음을 통해서만 보던 세상을

나 아닌 널 통한 세상도 접할 수 있었고

내 안에서만 쌓여있던 고민들도

밖으로 꺼내어 함께 공유할 수도 있었어


사실 오랜 시간 각자의 삶에 충실히 살아오다 보니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할 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명의 사람이었잖아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는…

일기를 쓰면서는 행복한 일도, 힘들었던 날들도 함께 보내온 것처럼 마음의 거리가 한층 가깝게 느껴져


문득 드는 생각인데
우리가 어릴 적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성인이 되어 만났더라면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다르고, 이렇게 반대인데!

성인으로, 사회인으로 만났다면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들, 서로에게 기대하는 기준이 더 많고 높아서

우리는 그만큼 서로에게 실망하기도, 서운해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난 항상 기다려주고 고맙다고 해주는 너에게 고마워


지금 써 내려가는 글들이

먼 훗날 우리에게 더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


누군가가 나의 시간을 빨리감기 하는 것만 같은 요즘

하루하루가 삭제되는 기분인 요즘

눈을 감았다 뜨면 마치 할머니가 되어있을 것만 같은

그런 나날들을

공기처럼 사라지지 않게

내 삶에 쉼표, 쉼표, 쉼표를 놓아주는

너와 함께 하는 기록들이 있기에

매듭 매듭 지어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듯 해


즐거운 오늘, 힘겨운 오늘, 반가운 오늘, 귀찮은 오늘, 애쓰는 오늘들을

쌓고 쌓아 우리의 상상보다 더 후킹 한 내일을 만들어가 보자


2022.08.13 쉼표와 매듭을 지어가는 오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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