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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Aug 21. 2022

삶은 원래 지겨운거야 !?

삶이 지겨운 걸까? 일이 지겨운 걸까? 

나 오늘 사무실 자리에 앉자마자 지겹다는 생각을 했어

아니 사실은 어제도 하고, 그제도 했던 거 같아


과거에는 일하는 게 재미있기도 했고, 월요일을 좋아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더더욱 일하는 게 지겹다는 생각만 드네

재미없으니깐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야


“더 열심히 해서 위로 올라가야지”라는 상사의 말도

과연 올라가는 게 좋은 걸까? 직급이 올라갈수록 책임져야 하는 것들, 걱정해야 되는 것들만 많아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단지 열심히 하기 싫다는 단순한 투정일까?


요즘 출근하고, 일하고, 남아서 일하거나 밀린 숙제를 하거나 하는 나의 일상이 너무 지겨워졌어


아침 9시까지 가까스로 출근을 하고

전화를 하고, 회의를 하고, 필요한 것 이상의 구글 검색을 하다 보면

딱히 뭘 했는지도 모르게 6시가 되어있지


해야 할 일은 전혀 줄어들지 않은 거 같은데 시간만 가버린 느낌이랄까?

내가 일을 못하는 걸까? 능력이 없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회의감만 드는 요즘이네


게다가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짜증만 늘어난 거 같아

예전 같았으면 좋은 마음으로 해줬을 것 같은 것들도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이런 생각만 들어

나의 기분 나쁨이 다른 직원들에게 옮겨가는 그런 나쁜 영향만 미치는 거 같고


이 회사와 너무 오랜 시간 함께한 걸까?

나도 너무 회사에 의지하고, 회사도 너무 나에게 의지하는 느낌이랄까?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가 아니고 회사에 있는 대표이고 임원이겠지


편한 건 좋지만 그게 어쩔 땐 나에게 스트레스로 돌아와

동면의 양면성 같은 걸까?

내가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그만큼 그들도 나에게 편하게 표현하니깐

좋은 거든 싫은 거든 말이야


나 요즘 "삶의 지겨움"에 대해 고민을 했어

내가 하려는 게 이게 맞는 걸까?
내가 무엇을 위해 지금 이 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있지?


뜬금없는 질문이란 걸 잘 알지만

최근 들어온 직원들에게 물어봤어

아침에 출근할 때 어떤 마음이냐고?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어떤 마음이냐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답하길,

출근해야 되니깐 집을 나섰고, 가는 길이 안 막히길, 사람이 많지 않길 바랐고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오늘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한데


회사에 출근하는 것은 출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돈을 벌어야 하니깐 출근하는 거고, 출근은 했지만 퇴근하고 싶은 마음이고,

그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깐 일하는 거라고…


내가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걸까?

아주 짧지만 일하는 게 재미있었던 적이 있기에 지금 더 지겨움을 크게 느끼는 걸까?


나는 처음에 무슨 마음가짐으로 출근했었을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부산까지 내려온 거지?


큰 뜻이 있지는 않았더라도 뭘 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었던 거 같은데 …


요즘 나의 삶이 지겹게 느껴진다는 걸 안채로 밥을 먹으러 갔어

식당 아주머니가 치즈돈가스를 해주셨지

날씨가 더운데도 불 앞에서 열심히 일을 하시더라고


치즈돈가스, 김밥, 라볶이…

해봤자 10가지 정도 되는 메뉴를 매일같이 반복해서 만드는 일은 더 지겨운 일일 거야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고, 음식을 만들고, 치우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는 것


아 그래! 일은 원래 지겨운 게 당연한 거야

그래도 그 일로 인해 그분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용돈을 주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다고 그분들의 삶까지 지겹다고 할 수는 없는 거구나


나는 다시 고민했어.

지금 내가 지겹다고 느끼는 게 나의 삶인 건지, 일인 건지

그렇구나, 나는 지금 잠시 일을 지겨워하고 있는 거구나


나는 매주 회사의 주간보고를 취합했어

2017년부터 시작해서, 2018, 2019, 2020, 2021, 2022… 와 내가 6년 동안이나 매주 주간보고를 취합하고 있었구나

장기간 여행 갔을 때 빼고는 거의 매주 주간보고를 취합해왔어

왜 이리도 목요일은 빨리 돌아오는지… 회사 주간보고에 프로젝트 주간보고, 월간보고까지 하면

주간보고만 작성하는 걸로 일주일에 하루는 소비하는 거


주간보고 취합은 어려운 건 없어. 단순히 내용을 취합하고 서로 다른 양식을 맞추지.

동일한 양식을 나눠줬는데도 왜 이리 다르게 써주는 건지…

색깔도 안 맞고, 글머리도 다르고, 표의 여백은 제각각이지

내용만 맞으면 되지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하겠지만, 보시는 분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은가 봐

물론 사업 전체 현황도 파악해서 넣고, 주요 일정도 정리해서 넣는 역할도 하지

하지만 그 외에 자잘한 것들이 나를 너무 피곤하게 만들었어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매주 매주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내 인생을 주간보고를 취합하면서 보내고 싶지 않았어

서로 공유하여 작성할 수 있는 구글 문서로 주간보고 양식을 새로 만들었어


사실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회사에서 사내용 문서 공유 및 주간보고 작성 툴을 만든다고 했는데

대체 언제 만든다는 건지… 영 깜깜무소식이야


구글 문서로 만들고 몇몇 사람들에게 테스트용으로 보내봤어

다들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 여백과 배치를 좀 더 수정해서 그렇게 이번 주간보고는 구글 문서로 만들고 파일이 아닌 링크를 배포했어

어차피 모두들 출력물보다는 파일을 보니깐 더 편리하더라고

다음 주부터는 링크 보내주고, 각자 여기에 적으라고 하려고

내가 왜 이제야 이걸 바꾼 건지 후회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기존 체계도 회사의 문화 중 하나였던 거니깐


사실 예전에는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은 게 아니었어 크게 상관없었지만

프로젝트가 점점 늘어나다 보니 어느 순간 취합하는 게 일인 거야

그렇게 주간보고라는 매주 돌아오는 숙제를 좀 더 편리하게 바꿨어


그렇다고 해서 아직 회사가, 일이 지겹지 않아 진 것은 아니야

오랫동안 함께 해온 만큼 서로에게 주는 역할 같은 게 있나 봐

관계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는 있어 보이네


회사를 덜 지겹게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어


내가 지겨움에 헤매고 있을 때 접하게 된 노래 하나를 소개해

이런 노래가 있다는 건 모두가 삶의 지겨움을 느낀다는 거잖아

‘지겨운 일이 있으니깐 또 즐거운 일도 있겠지’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여전히 지겨운 날들은 여전할 거지만, 그 속에서의 조그마한 재미를 찾아볼게



2022.08.20 일인 듯 공부인 듯, 공부인 듯 일인 듯… 그보다 일기 쓰기가 우선인 오늘이가



뮤지컬 프롬미드나잇 중


<운명따윈 필요없어>

모두 다 포기하기엔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모든 게 전부 그 자리에 바뀐 건 하나 없어

 생각도 한 적 없잖아 시도조차 안 했던 것 

정해진 운명 따윈 처음부터 없다는 것 

오늘이 내 마지막 하루면 용기를 내보고 싶어 

누가 뭐래도 상관없어 내 맘대로 할 거야 

공주를 구하지 못해도 사랑을 이루지 못해도 

이게 진짜 나의 얘기 

해피엔딩엔 운명 따윈 필요 없어 

해피엔딩엔 아무것도 상관없어 

나의 춤 나의 노래들로 내가 쓸 거야 나의 이야기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우리를 어떤 식으로 봤던 

그늘에 숨어있던 삶 이젠 너무 지겨워 

이제 더는 숨지 않아 우리만의 무도회 

나도 이제 가볼 거야 우리만의 무도회 

자나 깨나 무도회 앉으나 서나 무도회 

무도회 무도회 Everybody 무도회 

해피엔딩엔 운명 따윈 필요 없어 

해피엔딩엔 아무것도 상관없어 

나의 춤 나의 노래들로 내가 쓸 거야 나의 이야기 

규칙 속에 갇혀있던 우리만의 이야기 

이제 가면 뒤에 가려진 그런 삶은 지겨워 

이제 모든 걸 훌훌 털고 함께 모여서 

무도회를 여는 거야 와 

해피엔딩엔 (유리구두 발 아파 운동화는 안 아파) 

해피엔딩엔 (인생은 물거품) 

해피엔딩엔 (나 원래 과일도 싫어하고 뮤지컬도 별로야) 

해피엔딩엔 (아무것도 상관없어) 

나의 춤 나의 노래들로 나의 이야기 주인공은 나 

해피엔딩엔 운명 따윈 필요 없어 

해피엔딩엔 아무것도 상관없어 

나의 춤 나의 노래들로 내가 쓸 거야 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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