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적 삶과 타의적 삶
정해진 대로 살아가야 하는 삶 속에서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다는 소중함
회사 생활을 한 지 10년을 채우는 나이
그러려니 하면서도 별것도 아닌 것에 화가 나기도 해서 씩씩 거리는 내 모습을 봐
최근에 또 씩씩 거렸지
회사에서 난 말을 많이 없고 내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의 사람이야
여직원들끼리 서로 말을 주고받고, 또 전달하고 확인 사살을 하는 일이 있었어
사람 성향인가 봐, 처음에는 나이에 따라 다른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전해오는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 말이 오고 가다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아
내가 말하지 않은 감정을 넣어 다른 사람에게 이렇다 저렇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야
어디까지 전하고 안 전하는 게 상대방을 위한 것인지 생각하다가 그냥 전하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싶었어
공동체 생활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그냥 듣고 흘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사람하고는 적당한 선이 필요해
말을 전달하는 것도 나쁘고, 거기에 살을 붙여 이야기하는 것도 나쁘지
이런 방법으로 듣는 이야기는 기분이 참 별로야
그래서 확인 사살하러 온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어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상대방의 이야기를 안 들어보고 마치 그 사람의 감정인 것처럼 말하는 대화 법은 안 좋은 습관이라,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사람이라며,
차라리 물어보고 그렇지 않은 영역이라면 거기서 끝내야 한다고 말했어
그러나 사람은 안 바뀐다는 걸 알아
나한테 먼저 대화를 시도한 사람한테 서운함을 들어주기보다 난 그동안 쌓여 있는 걸 말했어
그 사람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고, 그동안 못다 한 말을 나름 정리 후 이야기했으니 나 이제 여기서 끝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사람 관계는 참 우스워
별일 아닌 일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별일 아닌 일에 이렇게 열받아하기도 하고,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사이인 것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힘을 받는 것도 사람이라
사람이라 참 좋은데, 사람이라 참 스트레스받기도 하는 이 묘한 관계에서 난 내 울타리를 더 단단히 만들었어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 중에 내가 배울 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때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분명 있을 줄 알았고, 쉽게 찾을 줄 알았어 아직 가까운 사람은 못 만났어
공대를 졸업하고, 남자들 속에서 생활하는 여직원의 사회생활
이럴 때는 나보다 5년, 10년 더 살아본 멘토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랑 비슷한 상황에 나랑 비슷한 전공을 한 사람으로 말이야
최근에 친한 친구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우리 고민은
친구도 나도 주도적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지만, 누군가 위에서 끌어주는 멘토 같은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이라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 친구는 성취감은 최대치, 워라벨은 없는 회사, 높은 업무강도로 주말에도 종종 일을 해
난 성취감은 없지만, 워라벨이 보장하는 회사에서 일을 해
만날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다른 근무조건을 이야기하다가 서로 갖고 있는 점을 응원해 줘
친구는 늘 나에게 성취감은 회사 밖에서 느끼는 영역이라고 말해줘
내가 지금 하는 커뮤니티 모임, 수업, 안녕바다 플랫폼 들을 더 럭셔리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래
난 친구에게 초고속 승진하고, 지금 하는 업무가 분명 쌓여 능력치가 될 거라고 이야기해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려
회사는 월급 받으러 다니는 곳이고, 여기는 내 회사가 아니잖아. 우리 삶 살자
난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성취감과 희열을 줄 만한 것도 아니고 끝없이 반복되는 관리 업무가 넘쳐날 때가 많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라는 걸 인정했지
난 바꿀 수 없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5년 차 때부터 수 없이 노력했어
‘무시하자’라는 단어를 이상한 인도어? 구글에서 번역기를 돌려 뽑아 붙여두기도 했고
좋아하는 피규어를 갖다 두기도 했고
내 사람들을 만나면서 개인 시간을 많이 보냈어
자기 계발을 하기 위해 책, 강연을 찾아 듣기도 했었어
여러 방법을 동원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고 싶었어
작년부터 그동안 꿈꾸던 것들을 소소하게 시작하면서 단단해지려고 애쓰던 마음이 싹! 사라졌어
내가 하고 싶던 걸 온라인상에서 펼치고
기획 마음대로 하는 우리의 프로젝트 덕에 회사에 연연하는 마음이 제로야
내가 주도적으로 우리의 프로젝트 덕에 회사는 정말 돈을 벌러 다니는 곳으로 못 박았어
오늘이랑 하는 프로젝트는 오늘이가 어떤 말을 해줘도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하나 안 들고
주고받는 피드백이 재미있고, 바로 반영하게 돼
자의적으로 하는 일과 타의적에는 이렇게 큰 차이가 있나 봐
자의적 :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에 의한.
타의적 :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에 의한.
모든 시선이 바다, 커뮤니티에 향해 있는 우리를 보면서
왜 사업하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일 생각을 해도 지치지 않는다고 하는지 처음 알았어
그만큼 좋아하는 일이기에, 24시간 생각해도 스트레스가 아니라 일의 흥미가 이런 달달함이라는 것 많이 느껴
아직 우리에게 수익 구조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모이고, 프로그램을 하고,
우리의 영역이 커져가는 걸 볼 때, 하면 할수록 용기가 생겨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창업 스쿨을 들을 때는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지금은 싹 사라졌어
우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지금도 이렇게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으니깐
이 파동이 점점 더 커질 거라고 확신해
안녕 바다 프로그램 ‘새로운 사람 모집하자’ 하고 인스타, 문토 경로로 홍보를 했더니
벌써 9명이 모였어
10명 모이면 좋겠어라고 고백했던 말이 이루어졌어
역시 꿈꾸고 하나씩 현실화하니깐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가 허구가 아닌 사실로 증명되고 있어
내일이 기대되는 삶이야
2022. 9. 20 함께 만들어갈 내일이 기대되는 내일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