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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Nov 07. 2022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걸 찾는 게 힘들다면 반대로 싫어하는 걸 골라내 봐 

회사에서 출장 가는 날은 큰 감흥이 없어

그냥 사무실 밖을 나가고, 가끔 일찍 끝나면 좋고 그게 전부였어

팀장이 서울역에서 연구용역 중간 보고회가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알았다고 했던 날

그러고 오늘이에게 말했는데, 같은 날 같은 장소로 출장을 온다는 말에 정말 신났어

그날 그럼 끝나고 우리가 또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장이 설레었던 적은 처음이야


그날 회의가 끝났는데 기분이 좋았어

멀리 살아도 우리가 이렇게 자주 만날 수 있음에 신기했어

MBTI에서 j형인 나는 서울역 주변에 맛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하고 검색했어

미리 어디 갈지 정해야지 하고 샤부샤부 가게를 찾아 걸어갔는데 없어졌는지 식당이 안 보였어

그랬더니 오늘이가 “주변 걷다가 보이는데 가자”라고 이야기했는데 난 이 말이 좋았어 

예전에 나였다면 다시 핸드폰을 열어 맛집을 찾고,

지도 앱을 켜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찾은 다음에 움직 였을 텐데 널 만나고 난 이런 습관이 사라졌어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만난 식당

한식을 사랑하는 우리한테 딱 어울리는 식당이었어

청국장 1개와 제육볶음 1개를 주문했더니 사장님께서 “젊어 보이는데, 청국장을? 냄새나는데 괜찮겠어?”라고 물으셨어

우린 “저희 나이 많아요. 청국장 좋아해요” 이러고 나온 백반을 남김없이 싹싹 먹었어


우연히 만난 따뜻한 시골 밥상


따뜻한 밥상을 먹고 산책을 하고 카페에 가고 이야기를 나눴지

한식을 좋아하고, 밥 먹고 산책을 좋아하고 어쩜 이렇게 잘 맞을까?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들에 대한 감사함, 지금 우리가 하는 것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그날

꿈꾸는 것 같았어

같은 날 미리 계획하지 않았는데 회사 출장으로 서울역에서 만나고,

우연히 들어간 백반집에서 좋아하는 반찬 가득한 밥상을 먹은 것도

남산 공원을 산책하며 미래를 같이 그릴 수 있는 것도

다 소중했어

내가 20대에 여러 사람을 만나,  같이 커뮤니티 모임을 할 사람을 애타게 찾아다녔던 보람이 있어

오늘이를 만나려고 그랬나 봐


지난주에는 오늘이가 먼저 오션이라는 해양 단체에 출장을 다녀오고

거기서 하는 사업들이 우리가 꿈꾸는 것과 같은 곳이라 우리가 많이 배워야 할 곳이라 이야기했었지

오늘은 내가 가는 날이야 출장 가는 길이 기대되기는 처음이네

오늘이랑 같이 해양에 대한 플랫폼을 기획하고 회사 일에 흥미가 1도 없었는데 재미가 조금 생겼어


대학시절 만났던 교수님들 중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한 분 있어

대학교 등록금에 소중함을 아시고 50분 수업하고 10분 쉬시고, 간혹 휴강하시면 꼭 보강해 주셨어

그때는 가끔 휴강하고 보강 안 하면 좋지 라고 생각했었지만

정말 학생들한테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 하시는 교수님이셨어

조교를 할 때도 같이 연구과제 있으면 같이 하자고 하시고 책 보라고 용돈도 주셨고

진로 고민할 때 현실적인 방법을 추천해 주셨어

졸업 후에 종종 같이 식사하면서 인생은 별거 없다고 즐기라고 이야기해 주셨어


10년이 지난 지금은 교수님이 회사 연구용역을 하셔서 같이 출장을 가는 날이야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이랑 같이 일을 하는 자체만으로도 좋아

많은 걸 배우러 가겠다는 마음 한가득 들고 일기 쓰니깐 더 기대 중이야


회사는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곳이라고 못을 박고, 정량만큼만 하자고 생각했던 나한테 큰 변화가 생겼어

아직 조절 능력이 없어 해양에 관련된 일할 때만 눈이 초롱초롱 해지지만,

그 외 일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똑같아


바다 청년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우리가 하는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

내 전공이 헛되지 않다는 확신이 생겼어

지난 연휴에 2일 연속 루틴도 안 하고 다이어리도 안 쓰고 그냥 시간을 보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어

‘내가 그동안 왜 자기 계발을 했지?’


난 잘 살고 싶었어


그래서 잘 사는 삶이 무엇인지 몰라 성공한 사람들을 쫓았어

책, 강의에서 뭘 알려주면 내 삶에 녹여내는 걸 좋아했어

그걸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게 장점이라면 그대로 해야만 잘 산다고 생각해 날 가만히 두지 않았던 게 단점이었어


지난 후킹 모임에서 나눴던 주제 : 생각의 힘

우리가 좋아하는 것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걸 찾는 것보다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걸 빼고 보니
남아 있는 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야

오늘이 이야기에 난 다시 생각해 봤어


지금은 내가 뭘 해야 잘 사는지가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행동, 내가 만나면 안 되는 사람 등 반대를 찾으니깐 마음이 편해졌어

내가 좋아하는 걸 애타게 찾는 걸 내려두고 내가 하기 싫은 것 들을 찾았어

그래서 지금의 후킹 클럽, 안녕바다 플랫폼, 아이들의 선생님을 하고 있나 봐

20대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를 무지 애쓰면 찾아다녔던 작업들이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찾는 과정이었어


출장 오는 길에 일기를 쓰고 출장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는 오늘이

큰 걱정 없이 가족에게 출장 잘 왔다고 사진 보내주고

오늘이에게 프로젝트 연락이 오고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며, 서로 건강 챙기라는 전화 한 통이

이 모든 것이 내 사람들과 연락하며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하루가

참 다정한 날이었어


출장 숙소 근처 바다 흔적 한 장


2022.10.12 출장이 막 싫지만은 않은 내일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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