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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Nov 21. 2022

나의 나쁜 습관

언제부터인가 나를 낮춰 표현하는데 익숙해져 버렸다


"벼락의 신"

나를 부르는 또 다른 애칭

벼락치기를 하도 많이 해서 벼락의 신이 되어버렸어


회사일도, 학교 과제도, 논문 준비도, 활동보고 작성도

모두 모두 벼락치기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


평소에 미리미리 조금씩 해둘 수 있는 건데 결코 하지 않아

왜 그러는 걸까?

꼭 시간이 닥쳐야 겨우겨우 끝내고 안도의 한 숨을 쉬지


이런 나 자신을 알기에 꾸준히 해야 하는 건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아

나는 꾸준히 매일매일 하는 걸 싫어하고 (싫어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한 가지만 진득하니 하는 걸 잘 못하니

나에게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만들어두는 거 같아

절대 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말이야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벼락치기로 꾸역꾸역 끝내는 나

때로는 기간을 넘겨버리는 일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 견뎌내며 하나씩 하나씩 처리하고 있지


최근에 종종 보는 유튜브에서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

"진정한 열정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해내는 거"라고

불타오르는 빨간색이 아니라 꾸준히 해내는 파란불 같은 거라고 하더라


이런 말들을 위로 삼아 하루하루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거 같아

이것저것들로 뒤엉켜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고

실제로 내가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하고 뭘 끝내야 하는지  감이 잘 안와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무기력하게 보내다가

마감 일정에 맞춰 겨우겨우 끝내고…


그나마 이런 것들이라도 없으면 나는 지금 뭘 하며 시간을 채우고 있었을까?

바쁘다는 말이 세상에서 제일 못난 핑계라는데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네… 사실 뭐가 중요한 건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나는 요즘 본질을 잃어버린 거 같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말이야

그냥 겉으로 보이는 허상 같은 걸 따르고 있는 게 아닌지 겁이 나




나 스스로도 내가 요즘 많이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했구나라는 걸 느껴

최근 들어 인지하게 된 된 나의 안 좋은 습관이 있어


나는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어, 물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나는 브런치에 글을 써,  물론 막 엄청 대단한 걸 적는 건 아니지만
나는 회사에서 일한 지 꽤 되었어,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엄청 많지만


나를 표현할 때 굳이 안 써도 되는 말들을 붙여서 나 자신을 낮춰버린다는 거야

나도 모르게 자꾸 이런 식으로 나를 표현하더라고

이건 겸손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거 같아


심리 상담하면서, 멘토링을 하면서 나에게 지적해준 사항이었어

내가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 회사를 오랜 시간 다녔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수도, 칭찬할 수도, 잘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건데

나는 나 자신을 소개하거나 이야기할 때

나는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는 거지

이미 충분할 만큼 잘하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말이야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어

나도 모르게 이런 표현들을 쓰고 있더라고

이 습관에 대해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내가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를 느꼈어


어떻게 하면 이런 습관을 고쳐갈 수 있을까?

내가 너무 나 스스로 기준을 높게 갖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나부터 나에게 이야기해줘야겠지


잘하고 있어, 지금 한 것도 대단한 거야



2022. 10. 30 오늘도 벼락치기인 오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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