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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진화 Nov 21. 2022

즐기는 삶이란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즐기고 있었어

한동안 일기를 안 썼네

뭐하고 살았는지 다이어리를 펼쳐봤는데 특별하게 큰일도 없었고 잔잔했어

그러면서 2022년 계획 세웠던 걸 펼쳤어

올해 가장 많이 이것저것 많이 했어.

후킹클럽, 아이들 수업, 안녕바다 프로젝트, 미술심리수업, 인터넷 강의로 혁신창업스쿨 등등

그랬더니 연말이 다가오니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라는 질문이 생겼어


지금 하는 걸 한다고 엄청나게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거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뾰쪽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야


비염이 크게 오고 몸이 축축 처졌어

주말에 루틴을 멈추고 쉼을 보냈어

그 주말의 여파로 며칠 동안 귀찮음이 찾아오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면서 일주일 넘게 그냥 보냈어.

별 의미 없는 오래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멍을 때렸어


그전에는 무기력함이 오면 자기 계발 영상을 더더더 찾아봤어 빨리 벗어나려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김미경 강사의 언니의 독설을 듣고,

이번에는 그런 영상을 안 봤어 그렇게 주입한다고 더 빨리 벗어나지는 않았어


다른 사람들은 일하는 시간 외에는 뭐할까?

자기계발하는 사람들, 쉼을 갖는 사람들 등 각자 본인들만의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겠지

난 나대로 살아가면 되는데 무기력 해지니깐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더라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깐 무기력함이 사라졌어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하니깐 자연스레 흘러가더라

그걸 여태 모르고 살았어

무기력함을 덜어내기 위해 꾸역꾸역 ‘열심히 살아야 해’라는 것 담아 넣지 않았더니

무기력함이 덜어졌어


이럴 때마다 벗어나려고 애썼던 과거의 나를 발견했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무 애쓰려고 힘주고 있지 않아도,

저절로 살아갈 의욕이 생기는 것이 삶이었어


그걸 이제 알았어

내가 무기력해질 때 이 일기 꼭 열어봐야지




출퇴근에 이용하는 기차

지난 주말에 기차 탈선으로 인해 월요일 아침부터 난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을 했어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온 지하철

언제 앉을 수 있을지 모르는 눈치 싸움하는 지하철

계속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

기차보다 시간은 30분 더 걸리는 지하철을 하루 이용하고

사람은 역시 없어봐야 더 소중함을 느끼는 건가? 싶었어

기차를 타고 다니다가, 지하철로 인해 기차를 타고 다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감사한 거였어


어제부터 기차 시간이 4분 빨라지면서 어쩔 수 없이 10분 일찍 일어났어

그전에는 10분 일찍, 30분 일찍 일어나 아침형 인간을 해보겠어

아침에 뭘 해보겠어 하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결국 못했지


기차 시간 덕에 10분 일찍 일어난 아침은 과장해서 표현하면 빛나는 아침이었어

머리도 여유롭게 말리고, 앞머리에 뽕도 더 줄 수 있고,

지하철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올 때 지나오는 공원에서 여유롭게 다른 길로 들어가 산책을 했어


같은 공원을 3년 넘게 지나다니는데 처음으로 들어간 길에서 만난 장면이 마음을 사로잡았어

여기는 한국이야? 싶을 정도로 여유로움,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들, 작은 호수에서 여유롭게 오리까지

거기 있는 사람들 다 같은 마음이었는지 다 핸드폰을 열고 사진을 찍었어




이래서 맛을 봐야 아는 건가

기차의 소중함도, 아침에 10분 일찍 일어나는 것도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리 옆에서 이야기해줘도 모르나 봐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그걸 알고 알 수 있으니


학생 때 어른들이 종종 지금이 좋을 때다 이러는데

그때는 그때가 제일 힘든데, 지금 돌아보면 좋을 때였는데

정해진 것들만 하면 되는 울타리가 있었고

그때는 지금이 소중하다는 걸 왜 몰랐을까?


지금은 선택해야 하는 것도 많고 , 책임져야 하는 것도 많고, 예상치도 못하는 일도 많고

그래도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살아가는 지금이 소중하고, 즐기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는 게 신기해

언제까지 알아가는 것을 즐기면 살아야 할까? 죽을 때까지?

완전하게 삶을 즐기고, 누리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즐기다 사전적 의미는 즐겁게 누리거나 맛보다, 무엇을 좋아하여 자주 하다.

의미를 찾아보니 오늘이랑 같이 바다 이야기 맨날 나누는 게 즐기는 삶이었어

이미 하고 있었는데 왜 더 즐기려고 했을까?


아직도 욕심이 많아 내려놓고 있음에도, 갖고 싶은 게 더 많은 내일이 일기 202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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