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이 아닌 내가 살고 싶은 살고 싶어, 뚜렷하게
나에게도 코로나가 두둥!!
남편이 토요일에 기침을 많이 하길래 이비인후과 갔는데 인후염이라길래
이때까지는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어
그러고 그날 밤 추워하더니 다음날 코로나 확진, 난 음성이 나와 엄마 아빠 집 피신을 갔어
다음날 나도 자가 키트 두줄… 다시 집으로 와 남편과 집에서 7일간 격리가 시작됐어
살면서 일주일 동안 밖에 안 나가본 것은 처음이었어
혼자가 아니라 남편이랑 둘이라 덜 심심할 줄 알았지만 그래도 난 그래도 심심했어
그래도 너랑 웨일 덕에 밤에 수다라도 떨 수 있어 좋았어
네가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온라인으로 자주 만나고 있어 옆집이나 다름없어
코로나로 기침과 열 때문에 잠을 엄청 많이 잤어
겨울잠을 자는 수준이었지
사람도 동물처럼 겨울잠이 필요해 이랬는데 처음 해봤어
푹 쉬고, 잘 먹고 잘 자고 하는 시간 동안 사람이 이렇게 한없이 게을러질 수 있겠구나 싶었어
다른 또 하나는, 사람은 공동체가 있어야 하는구나, 사람이 고프다는 걸 알았어
난 아무래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인가 봐
단, 마음 맞는 사람들하고만 함께하고 싶어!
그 외 사람들은 적당한 관계 유지하면서 나도, 상대방도 로봇처럼 지냈으면 좋겠어
시간은 생각보다 잘 갔어
밥 먹고 뭐 좀 하고 자고, 먹고 또 자고 반복되는 하루가 어색했지만 푹 쉴 수 있었어
한동안 조금 쉬고 싶다.
며칠 동안 계획 없이 흘러가는 대로 보내고 싶다. 이랬는데 이루어졌네 말이 씨가 됐어
그래도 몸이 아픈 것 싫어 머리가 띵한 그 기분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아
건강해야 뭐든 한다는 것 이거는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였어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낸다는 것 뭘까?
매일 계획을 세우고 다이어리를 쓰는 나한테 격리기간은 무지 어색했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어
이런저런 생각이 끝이 없었어 멍하니 아무 생각을 안 하려고 했지만, 계속 생각이 끝없었어
문뜩,
“언제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고 살아야 할까?”
“가만히 있어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은데,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하는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규모가 커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의 꼬리를 물어 생각이 깊어졌어
프리랜서로 성공한 사람들, 유튜브로 떡상한 사람들, 퇴사하고 나만의 하고 싶은 걸 찾아 일이 재미있다고 일하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볼수록 자신감보다는 반신반의 했어
나도 할 수 있어! 충분히 가능성 있어! 이렇게 주문을 걸고 싶었는데 의심이 더 커졌어
굳이 애쓰는 것은 아닐까, 시간 낭비하는 것 아니겠지 확신에 찼던 믿음은 어디 가고,
이런 의심이 날 사로잡고 있는 걸까 정확한 원인을 못 찾았어
아직도 반신반의이지만, 아이들 수업을 하나 더 해보겠다고 심화 편을 만들고,
다이어리를 펼쳐두고, 일기 쓰고 있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면서
언제까지 해야 할까? 미친 듯이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하기에는 그만한 열정은 없고, 대충 살기도 싫고
이러기도 저러기도 싫은 내 마음
소소한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야 할까?
크고 넓은 꿈을 꾸며 애쓰며 살아야 할까?
이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난, 귀찮은 것들이 자꾸 많아지고, 무서운 것도 많아지고 있어
난 빛나는 삶을 살고 싶고,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아무것도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어쩌지?
내가 앞으로 어떤 걸 추구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정확하게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자꾸 나 자신과 합리화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
뚜렷하게
명확하게
2022.11.20 격리라는 걸 처음 해본 내일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