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진화 Dec 03. 2022

시간을 쌓아간다는 것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차곡차곡 우리들만의 시간을 쌓아가자 

요즘 한동안 일기를 너무 안 써서 오늘은 꼭 써야겠다고 다짐했어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겠지만

오늘은 그동안 양보해왔던 다른 것들보다도 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야


요즘은 뭐든 하기 싫어서 꼭 해야 하는 것들만 겨우겨우 하면서 지내왔어

참 많이도 벌려놨기에 매일매일 미션의 연속이더라고

그래도 그렇게 지내왔기에 나의 시간들이 마냥 흘러가버린 건 아니더라


시간은 고무줄이라서 내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길어졌다 짧아졌다 한데

부지런한 사람에게 시간은 더 길고, 게으른 사람에게 오히려 시간은 더 짧데


아침 일찍 눈떠서 청소하고 샤워하고 밥 먹고 공부까지 하다 보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잖아

반면 하루 종일 누워서 드라마 몰아보기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삭제되는 기분이지


요즘 내가 보낸 시간들이 그러했는지 몰라

일이 많다고는 했지만 나의 모든 시간들을 다 의미 있게 쓴 건 아니야

세상에는 나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해내고 더 큰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더라


난 슬럼프가 없어요

슬럼프에 빠졌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김미경 강사님은 당당하게 외친데

자신은 슬럼프가 없다고.

수많은 강의 일정을 소화하고,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자기 계발까지 하시는 강사님은

슬럼프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자신을 평가하는 게 싫데

자신이 지금 무기력에 빠지거나 불안한 건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거지

슬럼프라는 말 대신 정확한 원인을 찾아 이름을 붙여준데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했던 말들이 다 핑계처럼 느껴졌어

나는 단지 하기 싫다는 이유로 번아웃이다, 무기력이다 핑곗거리를 찾고 있었던 거 같아


슬럼프의 원인을 찾아 깊이깊이 들어가다 보면 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데

휴식을 취하든 직접 부딪히든 더 연습을 하든

그에 맞는 합당한 행동을 취해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거지

‘슬럼프에 빠졌으니 나를 위로해줘’라는 건 단지 몇 시간, 며칠 지나면 결국 원래대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거지


나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니 그 상황을 계속 피하고 있었나 봐

좋든 나쁘든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데 말이야


과거의 내가 벌려놓은 것들, 학술대회 참가, 청년 프로젝트 활동, 2학기 수업들과 과제, 회사에서 하는 일들까지

마감기한이 몰려있는 요즘, 그것들을 하나씩 처내기 위해 매일이 벼락치기야

벼락치기 하려니까 바쁜 거였고, 몰아서 하려니까 하기 싫은 거였지

무기력과 번아웃에 하기 싫은 게 아니었거든


오늘은 오전에 반차를 내고 집을 청소했어

회사에 가서 일하는 것보다 나에게는 청소하는 게 우선이었어

요즘 집에 늦게 들어가긴 했는데 어제는 행사가 생각보다 일찍 마쳐서 집에 일찍 들어갔었어

어질러진 집을 청소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들어갔지만 나는 결코 움직이지 않았고 별 의미 없는 다큐를 보다 잠이 들었어

어제 못한 청소를 오늘이라도 꼭 해야겠다 싶었던 거지


그동안 받아놓은 택배들이 뜯지도 않은 상태로 쌓여있더라

그걸 하나하나 다 풀어서 정리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박스들은 다 내다 버렸어

쓰레기를 버리고 방청소를 하고 오랜만에 집밥을 차려 먹었어

매번 하기 싫어 미루던 설거지도 밥 먹고 바로 해버렸지


해야 하는 걸 알지만 미뤄뒀던 일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해결하고 나니

그다음 일을 하는 것도 한결 수월한 마음이었어

아직 몸과 마음에 분발이 더 필요하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해내가려고 해


결과가 어찌 되었든 해야 되는 일들이 하나씩 처리하고 나니 그래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발판이 생겼어

나는 또 올해의 일들을 발판 삼아 내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있더라고

물론 아직 못다 한 수습이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야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시간을 쌓아가라


시간을 쌓아가라는 말이 이제는 무엇인지 조금씩 알 거 같아

올해의 내가 한 많은 것들이 내년의 내가 새로운 일들을 도전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어

특히 2022년 한 해는 우리가 참 많은 것들을 쌓은 날들이었어


브런치에 쌓인 우리의 일기들

그리고 우리가 노션에 쌓아온 모든 것들


앞으로도 차곡차곡 우리만의 것들을 쌓아가자

더 멋진 너와 내가 되길 기대할게


2022.12.02 오랜만에 일기를 쓰겠다는 의지의 오늘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