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의진화 Mar 02. 2023

혼자 하는 삶, 함께 하는 삶

혼자 그리고 함께, 더 나아가 우리로 살아갈 수 있을까? 

대학을 입학하며 인생 첫 자취를 시작하고, 부모님과 떨어져 나의 삶을 살아온 나

취업도 하고 돈도 벌며 경제적 독립까지 이루었지

진정한 독립이란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의미한다고 해

그런 면에서 나는 부모로부터 잘 독립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세상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실수도 많이 하고, 사람과의 관계 등등 부족한 면도 많았지

타인들에게 나만의 잣대를 들이대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잘못되었다며 나의 주장만 외치기도 했고,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당장 나의 기분을 풀어달라며 울고 불고 하기도 했었지

그렇게 사람들과 부딪히고 흔들리며 불안정한 날들을 지내왔지


서른 중반이 된 지금에서야 나다움을 알아가고, 나와 타인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어.

나의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는 법도 배웠고, 상대가 베푼 배려에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법도 배웠지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 온 거 같아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는 감사 선생님, 내가 어떤 이야기도 터놓고 할 수 있는 심리 선생님, 내가 하는 말에는 언제나 괜찮다고 좋다고 해주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 마음도 더 단단하고 유연해지는 거 같아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느껴

과거에는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해왔다면, 지금은 정말 괜찮은 것들이 많아졌어

반면에 안 괜찮은 것들은 안 괜찮다고 표현하게 된 거 같아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내가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거겠지?





예전에는 들이받는 그냥 카우였는데, 이제는 말랑카우가 다 되었네요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이 유해졌다고, 마음이 말랑말랑 해졌다는 소리를 종종 들어

날 서 있다, 매정하다, 냉정하다, 인간미 없다 그런 표현들이 나를 나타내는 말들이었는데 이제는 따뜻함이 있다, 배려심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지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나에게 정말 변화가 있다는 거겠지

이제는 혼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 된 거라고 생각해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쓸쓸함을 느끼더라도, 화나거나 슬프더라도

괜찮은 나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 길지 않아 졌어



세상은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혼자 하는 힘보다 함께 하는 힘이 더 크고 강하다는 걸 깨달았지

회사에서 일할 때도 함께 하는 동료가 있기에, 공부할 때도 함께 하는 친구가 있기에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걸 배웠어


우리가 하는 후킹클럽, 안녕바다도 혼자였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내가 부족한 부분은 네가 채워주고, 네가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워주고.

매번 입버릇처럼 말하지

내일이가 큰 일이건 작은 일이건 항상 “고마워요”, “감사해요”라고 말해주니, 나도 모르게 나도 사람들에게 고마워요, 감사해요라고 표현하게 되었다고.

반면 내일이는 나에게 말하곤 하지, 오늘이 덕분에 삶을 조금 더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고, 매번 계획하고 애쓰지 않더라도 우연찮게 찾은 행복도 있다는 것을 말이야


이렇게 혼자 사는 법이 아닌 함께 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

하지만 혼자 사는 것과 함께 사는 것, 아니 나로 살아가는 것과 우리로 살아가는 것과는 다른 거 같아

나는 혼자 사는 것도 이제 괜찮아지고,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곧잘 하게 되었지만


아직 온전한 나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가 되어
우리로 살아가는 삶은 아직 두렵고 겁이 나



요즘 푹 빠진 <김미경의 마흔수업> 책에서 김미경 강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

우리의 삶은 20대부터 “나로 사는 삶”을  살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우리로 사는 삶”을 살고 다시 자녀가 독립을 하며 다시 “나로 사는 삶”을 사는 거라고


혼자, 함께 그렇듯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부딪히며 풍파에 모서리가 깎이듯 조금 더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사람이 되었어. 하지만 이 모든 건 나로서의 삶이지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선택하고, 결정하지. 내가 가진 시간, 체력, 돈 모두를 나를 위해 할애하지

마흔 수업을 읽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지금 힘들다고 투덜거리고 징징거리던 삶은 아직 맛보기에 불과하구나


지금 이 시기가 나로서 사는 삶에서의 가장 좋은 시절이구나

아직 책임져야 할 배우자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직 건강하시고, 소소하지만 경제활동도 하시니

나는 나의 시간, 나의 체력, 나의 돈을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걸 말이야


상담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시더라

“사랑의 다른 표현은 돌봄이에요. 돌봄을 떠오르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

돌봄… 돌봄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는 일이야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누군가에게 관심을 주고 살피는 일. 그걸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돌봄을 하는 것도 자신 없는데, 그 돌봄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면 과연 내가 그걸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지금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침마다 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씻기고, 밥을 먹이고, 감정도 다스려주고, 중간에 응원도 하고, 집에 오면 또 씻기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정말 끝도 없는데

다른 누군가의 돌봄까지…. 가능할까? 해야 할까? 할 수 있을까?





“결혼은 무조건 손해 보는 선택이에요. 손해 보는 삶을 선택할 수 있겠어요?”

“선생님 저 이제는 조금 손해 보는 삶도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손해 보는 삶을 살다가도 어느 시점에는 타협점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 손해 보는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나의 삶을 온전히 손해 보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함께 사는 삶이 가능한 거예요.”


손해 보는 삶을 논하는 그 와중에 타협점을 찾는 나 자신을 보고 흠칫 했어

정말 나는 손해 보는 삶을 싫어하는 사람이구나…

선생님은 내가 손해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셔서 더욱 그렇게 표현하신 거 같아


손해 보는 선택, 손해 보는 삶….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양보하고,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며 자라온 게

지금의 손해 보기 싫어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자리 잡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


나이를 들면서 나만 양보하는 삶을 더 이상 살지 않을 테야 라고 발버둥 치면서 성인의 내가 된 거 같아. 그래도 마냥 투정 부리는 게 아닌 이렇게 조금씩 성숙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어


나로서의 삶이 아닌 우리로서의 삶. 누군가와 삶을 공유하고 함께 하는 삶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2023.03.01 하루하루 조금씩 성숙해지고 있는 오늘이가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일까 잔소리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