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솔직한 어쩌면 2025년 마지막 일기.

굿바이 25.

by 진혜



하고 싶은 건 산더미처럼 많고 할 수 있는 건

콩 한쪽보다 적으며 하고 싶은 것에 비례하지 않게

노력과 배움을 가까이하지 않은 나.


입고 싶은 옷도 많고 사고 싶은 물건도 많은데

정리할 힘도 없고 그렇다고 역시 돈도 없고.


청춘이 이렇게 초라하고 한 가정의 어머니 같이

아끼고 기워입고, 모자라면 남들 먼저 챙겨야 하는

그런 모습에 가까웠다고 왜 미리 이야기 안 해줬나요.


그렇다고 해서 뛰어넘기를 할 순 없었을 테지만.


알고 당했으면 덜 아팠을까 아니면 더 다가가기가 무서웠을까

아마도 후자겠지만 원망과 모르고 맞은 매에 대한 배신감이 담긴 눈,

일부의 안도감에 한숨을 살짝 쉬어본다.


노력 안 하는 나와, 바라는 게 많은 사회가 찰떡궁합으로 만나 결국

낮에는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밤에는 기상 시간이 걱정 없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이승인지 저승인지 모를 생활을 영위하고 있답니다.


돈을 버는 행위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은

바짓가랑이를 잡아서라도 꼭 하고 싶은데 과정이 산 넘어 산인 걸 보는 순간

이승에서 저승 쪽으로 그저 마음이 기울어요.


안락하게 살고 싶다가 안 된다면 안락하게 죽고라고 싶다.

뭐 그런 상상 속에 장례를 치르는 겁니다.


결국 난 죽지 않고 내일을 살아가겠지만

책임지지 못할 미래라 회피도 하고 싶고

때론 나아가는 게 아닌 도망도 가고 싶고요.


나아가는 건 고속도로를 싱싱 달리는 것 같다면

도망은 잘 빠진 길을 두고 산 너머 물 건너

발에 가시가 박히면서 험난하게 뛰는 모양새가 생각이 나네요.


그럴 힘으로 너른 도로를 달려라 바보야.

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하는 것과

하기 싫은데 매끈한 곳을 달리는 건 천지차입니다.


도망은 결국 선택이잖아요 안 좋은 선택

선택한 길이니 전력 질주해야죠

멀리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매일 이런 이상한 상상만 하고 그러니 더 나아갈 수가 없었겠죠?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혼자 살아보고 싶어요.

한 번도 혼자서 살아본 적이 없어요.


풍경도 나쁘지 않고 집세도 비싸지 않은

동네는 상관없으니 혼자서 덩그러니한

삶도 살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하는 일이라곤 집 청소, 기상, 취침, 밥 차려 먹기,

작가가 되어서 글 쓴다고 머리를 잡고 골몰하기 등

이 정도면 제 삶이 200프로 채워졌달까.


혼자서 산다는 건 산다는 거 이외의 많은 의미가

있어 보여서 또 다른 동경이었어요.


나를 지탱하는 나.


별도의 구조물 없이 혼자 선 나.

모든 게 나로 이루어진 백 퍼센트 나.


어쩌면 지금 아니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아서

점점 두려워지니까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나의 반려견을 가방에 후닥 넣고

시동 걸어 멀리 결국은 둘이 되어

그렇게 가보고 싶긴 하네요


혼자가 되고 싶어도 결국 사랑을 버리진 못 했다.

나의 반려견 메주를 챙겨 버리다니.


또 하나 심장 터질 것 같은 로맨스를 보고 싶어요.

너덜너덜거려서 차라리 헤어지는 게, 아니

둘 중 누구 하나 세상에서 없어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그런 미친 로맨스.


자고로 나에게 사랑은 그런 거였으니까요.


너덜너덜, 아니 세상이 두 쪽 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해 다시 만날 거야

내가 지구를 뛰어넘어서라도

널 만나러 갈 거야 라는 그런 결의가 넘치는


산소는 없어도 사랑은 영원하다.


올해 기억에 남는 사건도 사진도

그닥 별일이 없는 것에 감사하고 지나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너무 특별하지 못하게 지냈는지


계량기가 그 사이에서 아쉬움을 비추지만


그렇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아홉 수의 정체에 대해서 몸소 느끼지 못해

어느 정도는 감사하고


나름에 숨 쉬고 밥 먹고 운동하며 잘 살아준

나에게 감사하고.


아직 사랑에 가치관이 바뀌지 않은 걸 보니

젊다.라고 판단 내리며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25년도의 젊은 내가

아니 언제나 젊고 나이 듦에 무색할 내가


26년도의 나에게 나를 보냅니다.


잘 전송이 되었나요.

저를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잘 보살펴주세요.


당부의 말은 언제나 줄이기가 어렵지만

그 어려운 걸 한 번은 해보죠

기념비적인 날이니까요


나의 서른 날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