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여린 십 년
지나 보니 아픈 첫사랑 같기도 하고
오래도록 자리를 지킬 것 같던 결혼감이기도 하고.
결국은 첫사랑 같은 아픈 느낌이 더 강하긴 하지만
술 취해 불러보고픈 이름 같던 나의 이십 대가
지극히 평범하게 저물고 있다.
뒤에 올 날들이 많기에 저문다고 하면
나의 나날들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십 대의 철문을 쾅하고 닫고 싶다가도
여전히 다시 올 수 있다고
손 내밀고 기다리고 싶기도 하다.
아침인지 밤인지 모를 시간들을
정처 없이 휩쓸던 시간들.
아직도 해가 들어가고
밤이 고개를 내밀 때 그 시간이
공기가 다르다며 술이 당기긴 하지만
아침에 물 없인 일어날 수 없고
하루를 통째로 숙취에게
내어줘야 하는 상황들이
이젠 성가셔서 그렇게 살 수도 없다.
이십 대의 말미가
슬프다며 울상 지을 때 같이 지어볼걸
괜히 아무렇지 않다고
쎈 척만 늘어놓다가 이제와
혼자 울적해하고 있는 내 꼴이
언제나 그렇지만 뒷북에 천재끼가 있다.
내 과거에 담긴 연애사들.
전부 쓸어 담아 버려야 마땅하지만
왠지 쓸어 담아지지가 않는다.
희로애락 가득 담은 선물 세트를 쉽게 버릴 수 없지.
콩닥콩닥 기다리던 남자들.
날 늘상 울렸지만 또 좋다고 만났던.
연애에서 남은 건 그 남자가 아니라.
내가 느낀 감정 그것뿐이다.
사람의 얼굴은 기억이 안 나고,
나이가 몇 살이었는지.
어디 사는지. 때로는 직업도 헷갈린다.
가슴속에 깊이 남는 건 내 심박수뿐.
얼마나 설레었는지 잠은 고사하고
그와의 대화만 기다렸는데.
이별 노래는 또 얼마나 재생을 했는지.
테이프가 끊어져도 진즉에 닳았을 것
술을 마시다가 아침이 오는 게 미웠던 적도 있고.
미화하기 싫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마치 쓰레기장에서 상쾌하게 일어나는
기분이었다면 맞을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만나고. 안아주고.
달래고. 다시 원점으로 그렇게 마음이 떼어지는 대로
마음을 주고받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이십 대를 벗어나는 일을 괜찮다고 토닥여도
아직 가보지도 않았는데 뭐가 뭔지 알아야지.
알지도 못하는 걸 괜찮다고
하는 건 너무 무심한 말이잖아.
이건 무슨 유행같이 그저 반짝하고 지는 게 아니라.
기념비적인 일이 맞다.
난리치고 아까워할 그런 스테디 같은 일이 맞았어
한참을 그리워하고 목놓아
이름도 불러 볼 그런 사랑이 맞았던 거야.
잘 가지 마 나의 첫 성인식들.
여전히 내 품에 살아.
꺼내는 게 아니라 넣지도 않을 거야
아주아주 미련 있게 보내지 않을래.
가장 여린 십 년을 어떻게 놓겠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