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혁 Nov 20. 2015

존댓말

대학생 때 잠시 해외에서 일을 했다. 일하던 가게에 홀로 앉아있는데 한 한국인이 찾아왔다. 나이는 아버지뻘.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이 반가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모시던 사장님도 합류해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그때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장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눴던 대화는 선명하게 남아있다.


"사장님, 아까 만났던 그 한국분 정말 괜찮은 사람 같아요."


"왜 그런데?"


"그런데 제가 아직 사람을 많이 만나보지 않아 이런 기준으로 사람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기준이 뭔데?"


"그 분은 저한테 만나서 헤어지는 순간까지 계속 저에게 존댓말을 썼거든요. 나이로 아들뻘인 저에게. 그리고 가식적인 존댓말이 아니라, 정말로 절 하나의 인격을 취급해주는 느낌이였어요. 여기서 만났던 다른 한국인 장사치들과는 전혀 다르게요. 그런데 이런 존댓말 해주는 것 하나로 사람을 평가해도 되나 모르겠네요."


"아니. 네 그 기준은 매우 정확해. 앞으로 사회 나가면 더 많은 사람 만날테지만, 너에게 존댓말을 한다는 걸 그 사람이 괜찮다는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


그 이후 사회에 나와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보통 갑을관계의 갑에 위치한 사람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사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초면부터 내게 반말을 했다.


하지만 분명, 이런 사회적 지위가 높음에도 나에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존대를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오랜 기간 부대끼며 지내다보니 저 때 사장님이 한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에게 진심으로 존댓말을 쓰는 분들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였으니.


저 대화 후, 나도 어린 사람, 후배, 회사의 후임들에게 절대로 말을 낮추지 않다. 상대편이 불편해 말을 놓으라는 부탁을 여러차례 하면 그제서야 어렵사리 그리했고. 그렇지만 여전히 존대를 하는 것이 편하긴 하다.


단지 나이가 어리고, 학년이 낮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나보다 부족한 사람은 아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