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ed to Goldman Sachs?
개인적으로, 졸업을 앞두고 회사로의 복귀가 다가옴에 따라 올해 들어서 업무와 유관한 책들에 부쩍 손이 가기 시작한다. 이 책 “What happened to Goldman Sachs : An Insider’s story of organizational Drift and its unintended consequences”도 바로 전에 읽었던 “Making It Happen”과 함께 구입한 책인데, 은행원으로서 직업적인 동기가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책을 “Making it happen”과 함께 Financial Times의 Business부문 2013 Books of the year list에서 발견한 후 Amazon 서평을 참고하여 구입을 하였는데, 이 책을 구입한 결정적 이유는 맨 첫머리 서평이 “이 책은 Goldman Sachs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내용이어서 “Making It Happen”과 달리 Goldman Sachs의 긍정적인 내용이 서술된 책인줄 알고 구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그 정반대에 가까웠고, 서평을 쓴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아마도 책을 다 안 읽은 Goldman Sachs를 증오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생각된다) 셈이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 덕분에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전직 Goldman Sachs (이하 골드만) 직원이 쓴, 골드만의 성장사쯤 되겠다. 다만, 그 Focus를 왜/어떻게 골드만이 “고객 최우선, 장기 이익 추구”라는 자신의 존재원칙(principles)으로부터 멀어져 대중으로부터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했는지에 맞추고 있으며, 따라서 일정부분 “고발”의 성격이 포함된 대중서라고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소위 내부 Whistle Blower들 혹은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잘나가는 기업 또는 성공적으로 보이는 산업 혹은 현상의 추악한 뒷모습을 폭로하여 읽은 이로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류의 책들 혹은 documentary에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더랬다. 아마도 작년 가을부터 올초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책으로 기억나는 것은 Greg Smith의 “Why I am leaving Goldman Sachs?”와 Martin Kin의 “House of Lies” (결국 이 책을 읽고 미드 “House of Lies” season 1,2를 일주일만에 클리어해버린 기억도 나네^^), 다큐멘타리는 “Inside Job”과 “Gas Land 1,2″정도가 생각나다.
이런류의 책또는 다큐들의 특성이 그렇듯이, 해당 기업이나 현상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불특정다수의 피해자인 독자가 받게되는 impression은 순간적 분노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많은 인물들을 Blame하게 만든다. 소위 탐사고발 저널리즘(그것이 알고싶다, PD수첩류의)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양상을 띠는 것일텐데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책이나 다큐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요약하면 “니 삶이 우울한 것은 니 탓이 아니고,너를 등쳐먹는 나쁜 놈들이 있기 때문인데 제도적으로 이것을 막기는 힘들어” 정도라고 생각된다.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증오 오락”정도의 범주에 들어가리라… 그런데, 뭐 욕하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대안 없는 증오에 대한 허탈감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조만간 조직인으로 복귀해야하는 나 자신의 신세를 생각해보건데, 이런 감정 낭비는 정신건강에도 좋을리 만무하다.
암튼,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책이 기존의 “고발”들과 다른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책의 저자인 Steven G. Mandis는 독특한 Career를 가진 사람이다. 1990년대 초반, 아직 골드만이 국제화되고 IPO를 하기 전 골드만에 입사하여 Partner (요즘으로 말하면 Managing Director)가 되기 직전까지 골드만의 각영역 (M&A 자문, HR, FICC, PE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퇴사 후 스스로 투자회사를 차린 후 고객으로서 골드만을 고용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경쟁사인 Citi의 고위직에 근무하면서 경쟁사 입장에서 골드만을 볼 기회가 있었고, 컨설팅회사인 Mackinsey에서 금융부문에 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한 경험도 있는 말 그대로 Wall Street의 진정한 전문가인 셈이다. 이러한 저자의 다양한 경험은 책 속에서 골드만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상당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40대 후반)에 Professional Career에서 Early Retirement를 하고 (사실 이점이 제일 부러움 ㅠㅠ) 컬럼비아 경영대에서 초빙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사회학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저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한 주제로 자신이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첫 직장인 골드만의 조직 변화를 선정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정리된 내용들을 책으로 묶어 출간하게 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서 자신의 골드만에 대한 애정 (정확하게는 IPO전 파트너십을 유지하던 1990년대 후반 이전의 골드만)을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다른 IB 출신 사람이 본다면 거의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골드만의 상대적 우월함에 대해 노골적인 서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무한애정은 역설적으로 존재원칙 (내부적으로 1979년에 수립되고 공표된)과 유리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변한 골드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이러한 변화를 강제한 원인에 대한 증오심이 수반된 심층 분석을 가능케 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이 지점이 일반적인 Whistle Blower와 입장, 혹은 고발저널리즘와 이 책을 구분케 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다. 즉, 해당 조직에 대한 비난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어떻게 잘못의 원인을 밝히고 개선의 가능성을 찾을것인가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골드만에만 국한된 분석이나 제안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다. 저자는 “Organizational Drift” (‘조직의 변형’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조직의 노력이 종국에 가서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 (Unintended Consequencies)를 창출할 수 있음을 상세히 서술한다 골드만을 예로 들면, “Our Clients’ interest always come first”와 “To be greedy, but long-term greedy”로 요약되는 1990년대 이전의 ‘고객중심/장기이익 추구’라는 존재원칙 및 이를 지탱하던 문화 및 제도들을 통해 월가의 독보적인 prestege Investment Bank로 존경받던 골드만이, 국제화로 인한 조직 확대, 성장을 위한 자본확충을 위해 실시한 IPO 이후 “고객의 이익과 주주이익과의 충돌” 등의 이해관계 상충 등을 겪으면서 어떻게 대중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고 경쟁자들의 도전에 취약할수도 있는 현재의 모습으로 변화하였는지를 수많은 전현직 골드만 파트너들, 경쟁자들의 임원, 신문기사의 논조 변화 등의 분석을 통해 그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특정 인물 중심의 외부의 비난 (예를들어, 현 CEO인 Lloyd Blankfein이 trader 출신이기에 그가 이익을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잘못된 문화를 만연하게 했다는)이나, 변화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내부의 합리화 모두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해, 결국 골드만의 “Organizational Drift”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금융자본주의의 상징적 존재인 골드만의 사례를 통해서 맹아적으로나마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몇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임원에 대한 보상시스템 개선을 통해 필요이상의 Risk taking을 막는 방안, 경영진과 고객, 주주 등 각 이해관계자간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바람직한 원칙 설계, 그리고 기업경영에 있어서 윤리와 법률의 관계 등… 약간의 논리적 비약 혹은 실증적 근거의 부족이 보이기는 하지만 저자가 책 서두에 명확히 밝혔듯이 이 책이 자신의 연구의 중간과정이며 이 책의 결론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연구를 확대할 예정인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원대한 연구목표 수립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저자가 사랑했던 골드만의 원칙 및 제도 (채용, 보상, 교육훈련, 경영진 구성 등)에 대한 생생한 사례들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어, 금융기관 종사자라면 누구에게라도 흥미로운 Text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언뜻 떠오른 책은 작년 가을쯤 Kindle을 통해 전자책으로 읽었던 “The Firm: the story of Mckinsey (written by Duff Mcdonald)”였다. 골드만과 맥킨지가 프로페셔널한 직군 중 업계 1위를 달리는 유사한 지위를 가지고 있고, 두 회사가 공교롭게도 금융위기에 즈음하여 (맥킨지는 Enron 사태때부터) 대중으로부터 비판받고 자신의 존재원칙을 훼손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비교 대상이 될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두 책 저자의 해당 회사를 바라보는 입장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애정에 근거한 비판,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제안) 언젠가 두책을 직접 비교해서 다시 한 번 읽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나에게 남은 Impression은 다음의 2가지. 어쨌든 골드만삭스는 정말로 행복한 조직이고 향후 더욱 강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 회사를 떠난 Alumni들이 단순한 비난만이 아니라 미래의 발전을 위한 이러한 건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이 왜 무너져내리는지 이유도 징후도 모르고 망가져가는 수많은 기업들에 비해 미래에 훨씬 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최근 10년간 (묘하게도 나의 재직기간과 겹친다) 중소기업 중심의 조직에서 개인영업을 강화하면서 Universal한 Bank가 되어온 나의 직장에서는 어떤 “Orgnizational Drift”가 일어났으며, 어떤 “Unintended Consequeces”들이 생겨나고 있을까? 지금쯤 스스로를, 혹은 외부에 비추어 살펴보야 할 때는 아닐까?
복귀가 다가올수록 번민은 깊어가고 ^^
발췌한 다음의 문장이 이 책 전체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두고두고 되새김질해 볼만한 내용이다.
An organization’s structure, incentives, and values last longer and have more impact than those of individual leaders. Usually when there is a change or loss or failure, there is a tendency to blame one thing or one person, when typically there are complex organizational cultural reasons. It is the duty of leaders and board members to examine what is responsible, not who is respon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