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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현 Jan 14. 2016

2014년 책읽기 : Austerity (긴축)

소위 그들이 말하는 '긴축'의 위험성

졸업할때까지 남은 2달동안 이론과 관련된 책보다는 복귀해서 업무에 도움이 될만한 책들을 주로 읽어보자 했었지만, WSJ에서 이책에 대한 서평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저절로 Amazon에 가서 결재를 해버리고 말았다. 서평의 내용은 “금융위기의 원인 분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제시된 “긴축” 정책의 실체를 낱낱이 밝힌다”는 것이었는데 심정적으로 “정치적으로는 Liberal, 경제적 Kenensian”을 지향하는 개인적 성향에 비추어 볼 때, 마치 나를 독자로 정해놓고 책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ㅎㅎ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두서 없이 드는 생각은 세가지다. 첫번째, 이 책을 통해 미국에 와서 시작된 나의 경제학 관련 독서(폴크루그만, 니얼퍼거슨, 밀튼 프리드만, 하이에크 등)의 내용을 총정리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것, 두번째, 금융산업의 malpractice가 국가재정에 미칠수 있는 막대한 영향을 간접체험으로써 은행원으로써 직업윤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폴크루그만을 “유시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 Mark Blyth는 “유시민+김어준” 같다는 것(Youtube를 통해 특강을 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했다)


각설하고,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다음의 2가지다  

1. 현실적으로 EU의 Sovereign Debt 해결방안은 왜 효과가 없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가? 위기의 본질은 무엇인가?

2. “Austerity(긴축)”를 통한 불황탈출이라는 Idea의 근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토록 지겹게 반복      되는가?


각 질문에 대한 저자의 설명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EU의 Sovereign Debt 문제

저자는 EU의 국가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EU의 단일통화 체제내에 있으며 이러한 체제를 자신의 이익 증대에 활용한 은행들의 탐욕에 근거한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가 무책임하게 복지정책 등의 재원을 위해 부채를 늘려 발생한 문제가 아니라(그리스를 예외로 하면), 금융위기로 인해 발생한 은행 파산을 막기 위한 정책적 선택에 의해 국가부채 문제가 불거진 것이고,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Austerity(긴축)”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는 은행(혹은 은행으로 대변되는 30년간 금융자본주의에서 초과이득을 취한 계층)을 구하기 위해 전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먼저, 왜 Euro 단일 통화가 문제가 되는가? 저자가 제시한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세기까지 국가별 Default Risk를 반영하여 차별화되었던 EU 구성원의 10년만기 국채의 금리가 1999년 Euro화 도입과 동시에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EU 역내 대형 은행들이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변종 이익창출(주로 Investment Banking side)을 위한 collateral로 활용하기 위해 Default Risk가 높은 국가들의 국채를 편입하면서(신용도 높은 국가의 국채는 공급량이 부족하므로) 발생한 문제이며, 이 과정에서 이전과 달리 통합된 Euro 경제체제가 개별 국가의 Default Risk를 막아줄 것이라는 근거없는 환상이 동원되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은행들의 필요에 의해 신용도 낮은 국가가 필요하면 국채를 싼 값에 발행하거나 부채를 갚지 않고 저리로 Roll-over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대형은행들의 B/S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여 2008년 금융위기 발발전, 독일/프랑스/영국 3국의 은행자산규모만 합쳐도 이미 EU 전체 GDP의 2배를 넘는 irrational한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은행들이 각종 투자 거래에 collateral로 제시했던 역내 국가들의 국채가격이 폭락하게 되고, 서로 먼저 위기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채권시장에 국채를 투매한 결과 은행들의 B/S Book Value 폭락–>자산손실 반영으로 인한 자본량 급락–>은행 신용도 하락으로 인한 Bank-run가능성 고조의 수순을 거쳐 금융위기가 현실화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를 대응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미국과 EU의 차이점의 근거가 된다고 보는듯하다. 미국의 경우, 은행의 무한팽창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은행의 자산규모가 GDP의 120%미만, 6개 대형 national bank의 자산규모는 GDP의 60%로 금융기관의 도산 국민경제가 감당할만한 수준이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too Big to Fail”이라는 논리에 의해 정부에 의한 Bail out과 함께 경기 진작을 위한 QE 등 적극적 통화정책을 펼쳤다는 것.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은 도산은행의 자산규모가 역내 국가들의 경제력으로 감내할만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기 때문에(전체 은행자산은 EU GDP의 570% 수준) “too Big to Bail”이라는 논리에 의해 금융기관들의 구제금융에 투입된 재정확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EU 역내 국가들의 광범위한 “긴축정책(재정 삭감, 임금 삭감 등)” 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EURO 단일 통화의 문제점은 2가지다. 첫번째는 Recession을 벗어나는 일반적인 4가지 방식인 Devaluation, Inflation, Deflation, Default 중 통화주권이 없고 Inflation 안정화가 유일한 목표인 ECB에 의해 운영되는 EURO 체제에 편입한 국가들은 Deflation외에는(Default는 Euro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므로 선택지가 아님) 선택 방법이 없다는 것, 두번째는 독일/프랑스/영국을 제외하고는 EU 역내 교역이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ex. PIIGS)의 경우, 동시다발적인 “긴축정책”으로 인해 불황을 탈출할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EURO 단일 통화는 실패한 악몽이 될 것이라고 혹평을 퍼붓고 있다.


앞서 언급한 논지에 근거하여, 저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EU 위기, 특히 Sovereign Debt와 관련한 광범위한 왜곡을 “Causation과 Correlation에 대한 착각” 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즉, 현재의 EU PIIGS 국가들의 부채 위기는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말하듯이 “국가 혹은 정치인의 포퓰리즘적 복지정책, 선거 승리를 위한 경기 진작등에 과도한 재정 투입”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 EURO의 등장을 절호의 성장 기회로 삼은 “대형 은행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비정상적 저금리 상황”과 결과적으로 이를 활용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은행의 파산을 막기 위해 발생한 재정적자”가 상호 연계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것. 실제 데이터를 봐도 그리스를 제외하면 2008년 이전 기준으로 PIIS 국가들의 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문제가 될정도로 과도하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이런 문제의식에 근거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도대체 왜, 누가, 어떤 근거로 불황을 탈출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정책은 “긴축”이라는 근거없는 이야기를 퍼뜨리는가?”


누구를 위한 긴축(Austerity)인가? 그리고 왜 “긴축”은 위험한 생각인가?

저자인 Mark Blyth는 “Austerity”에 대한 열망은 John Locke, David Hume, Adam Smith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한다. 그 열망의 근거는 바로 “국가”에 대한 불신에 있다는 것이다. 17~18세기에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기반인 “상인” 계급을 대표하는 철학과 경제학의 기반을 제공한 이들에게 있어 “국가”는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왕권”의 다른 이름이었으며, 전쟁등을 위한 무분별한 재정 확장으로 국민경제가 도탄에 빠진 상황을 실제로 목격한 이들은 검약을 삶의 신조로, 저축을 기반으로 한 투자 확대가 부채에 기댄 소비 확대보다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무장된 사람들이었기에 이들이 확립한 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이론적 근거가 “Austerity(재정긴축)”의 맹아가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들도 개인 재산권의 보호 등을 위해 국가권력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하였는데, 전제는 항상 최소한의 정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국가에 대한 생각을 “Can’t live with it, can’t live without it and don’t want to pay for it”이라고 정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고의 딜레마가 고전 경제학의 득세 이후 Marx의 공산주의 등장, 대공황 이후 케인지안의 등장과 Austerity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재부상이라는 여정에 걸쳐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Locke, Hume, Adam Smith의 전통을 충실히 따른 고전파 자유주의 경제학은 당연하게도 미시적인 공급측면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서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고 이 투자가 고용을 창출하며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제품 구매에 소비되고 이것이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와 다시 재투자되는 선순환 사이클이 관심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투자 없이 수요 없고 수요 없이 소비 없다는 논리다. 즉,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영웅(hero)은 투자자(investor)인 셈이다.

반면, 대공황 이후 등장한 케인즈 경제학은 저축이 아닌 소비가 투자를 촉발시킨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케인지언에게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의 총량적 소득, 소비, 그리고 소비의 수요측면이 주요 관심사로 등장한다. 따라서 케인지언의 세계에서는 투자자가 아닌 소비자가 영웅(hero)가 되는 것이다. 즉, 소비 없이는 투자가 없다는 것.


따라서, 예를 들어 세금 감면에 대한 양 진영의 의견은 정반대일 수 밖에 없다. 자유주의 경제학의 입장에서 경기를 살리려면, 영웅인 투자자에게 세금 감면의 혜택(ex. 경기활성화를 위한 부자감세)을 주어야 하는 것이고, 케인지언의 관점에서는 영웅인 소비자에게 세금 감면의 혜택이 돌아가서 소비를 진작시키게하는 세금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정치적인 입장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본질에는 다른 경제관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것.


대공황 이전 득세했던 자유주의 경제학이 케인즈 경제학으로 대체된 후에도, 자유주의 경제학의 반격은 정부의 개입/확대 및 관료화 반대라는 이름으로 프리드만, 슘페터, 하이에크 등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흐름은 1980년 레이건의 집권을 기점으로 정책의 전면에 등장하여 1989년 IMF, Worldbank, 미 재무부의 합의에 의해 발표된 “Washington Consensus”로 구체화된다. Washington Consensus의 내용은 위기에 처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적 처방을 10개항으로 정리한 것인데, 그 내용은 보수적 재정정책, 국영기업의 민영화, 환울 및 무역 자유화, 규제 완화 등으로 IMF, Worldbank 등이 구제금융 및 투자를 할 때, 해당 국가에 요구하는 이행요건을 구성하는 기준이 되었다.

Washington Consensus를 통해 경제 위기를  탈피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긴축(보수적 재정정책)”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저자는 이것이 현재까지 불황탈출의 전제조건으로 “긴축”을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저자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Washington Consensus의 초안을 마련한 John Williams는 10개항에 보수적 재정정책을 포함시킨 것은 실수라고 개인적으로 인정했다고 하며, 본인도 그 초안이 이렇게 장기적으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의 기본 사상인 “긴축”은 Asia 위기시 IMF의 이행조건, 중남미 위기시 미국의 지원조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PIIGS 국가들에 대한 EU 및 IMF의 이행조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저자는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긴축”을 처방한 것은 위기의 심화확대 및 경제위기 탈출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을 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도 준 emprical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갈하고 있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긴축”이 위험한 사상이라는 사례로 세계 2차대전이 “긴축”정책때문에 발발했을수도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나치가 득세하기 전 피폐한 경제상황에서 번갈아 집권한 우파와 좌파정부 모두 재정개입을 최소화하는 “긴축” 정책을 폈고 (우파는 전통적인 자유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좌파는 자본주의 붕괴를 위해 정부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관점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는 독일 국민들에게 “반긴축”의 기조를 걸고 등장한 Nazi가 전국민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

많은 유럽인들이 독일을 군사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프랑스의 경우, 30년대 초반 집권한 좌파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반대한 프랑스 중앙은행의 긴축기조 유지(국채 매입 거절) 및 이어 집권한 우파정부의 경기불황 극복을 위한 극단적 재정 감축으로 인해 발생한 대폭적 국방비 삭감(2차 대전 발발 당시 기준으로 프랑스의 국방비는 독일의 10% 수준)이 대독일 군사 억지력 약화를 가져왔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도, 미국 및 유럽 유학파 경제학자들이 득세한 상황에서 20년 중반 닥친 대공황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전통적 자유주의 경제학의 처방에 충실해 실시한 “긴축” 처방이 군부의 집단 반발을 부르게 되고, 군부에 의한 총리, 경제부처 장관의 암살이 이어져 결국 1930년대 중반 군부의 구테타를 통한 집권이 1937년 대중국 전쟁선포 이후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2차대전 확대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가 간단없는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는 “Expansionary Austerity (확장적 긴축)” 정책 (불황시 정부의 재정 감축이 미래의 세금 및 정부 투자에 대한 기대를 변화시켜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의 실증분석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 Bocconi 학파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실증분석에 언급된 국가들의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박을 가하고 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불황기에 재정 긴축을 실행하게 되면, 정부의 지원과 상관없는 고소득층과 달리, 정부의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혜택을 받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감소하여 종국에 가서는 빈부격차 확대 및 계층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할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바로 이점이 Austerity가 위험한 아이디어라는 저자의 주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50페이지 남짓한 이 책에는 다양한 경제학적 개념에 대한 정리와 촌철살인의 문구들이 즐비하다. Youtube 동영상을 보면 말도 그렇게 달변일 수가 없는데, 아마도 신은 Mark Blyth에게 “글과 말” 두가지 재능을 모두 준 듯하다 (하지만 역시 공평하게도 외모는 주시지 않았다 ㅎㅎ).

직업이 직업인지라 책을 읽는도중 은행에 대한 적대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저자의 뉘앙스에 가끔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내내 나의 지적 흥분을 계속 고양시켜준 흔치 않은 경험을 하게해준 책이다. 만약에 다음에 Mark Blyth가 다른 책을 출간한다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Amazon을 다시 찾게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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