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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현 Jan 14. 2016

2014년 책일기 : Flash Boy

자본시장의 탐욕은 어디까지인가?

현재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Michael Lewis의 “Flash Boys : A Wall Street Revolt”를 읽었다. 
지금 찾아보니 NYT 논픽션 부문 1위, Amazon Books 베스트 셀러 부문 3위(1,2위는 “Frozen”관련 동화책^^)을 달리고 있는 중…
이 책은 미국에 와서 일요일 저녁마다 꼭 챙겨봐 왔던 CBS의 60 Minutes라는 고발 다큐 프로그램을 계기로 읽게 되었다. 
“미국 주식시장이 HFT(High Frequency Trader, 초단타 거래자)들에 의해 조작되고 있다” 라는 충격적인 주제로 책의 저자인 Michael Lewis가 등장해서 실제 사례를 통해 제시한 현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주장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HFT들이 좀 더 빠른 인터넷 회선(Fiber Optics)과 주식시장의 운영 서버와 자신들의 거래 서버간 거리를 최대한 줄이는(co-location) 방법, 그리고 대형 증권사의 사설 거래 시장(Dark Pool) 등 시장의 loop-hole을 활용하여 주식 브로커들이 주문을 내는 시점에 매수/매도 정보를 먼저 알아내고 백만분 몇초 앞서 초단타 매매로 시장 가격을 단 몇센트 변경시키는 Technique를 통해 막대한(수십억달러에 이른다고 저자는 주장)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으며, 결국 이들이 취하는 부당이익은 주식투자자들의 손실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적하는 또하나의 문제는 HFT의 거래비중이 점점 커짐에 따라(전체 미국 주식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즉, 매매수수료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주식시장 운영자, 대형증권사, 규제 당국조차 시장의 성장/발전을 지원하다는 명목으로 이들의 시장 조작 행위에 방치 또는 협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NYT의 기사에서 기자가 말한대로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기 행위”가 공공연히 21세기 미국금융시장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소송 좋아하는 미국사람들의 특성과 미국 변호사들의 집단소송 전력으로 볼 때, 천문학적인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책이 출간되고 1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CNBC, Bloomberg news 등 미국내 경제전문 TV 채널에서는 아직도 끊임 없이 최소 하루 한꼭지 이상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미국전역이 갑론을박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하다.


저자 주장의 진실 여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려질 것이고 책을 읽고난 나에게 개인적으로 남은 고민은 다음의 2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중개인(intermediary)으로서 금융기관/금융인이 취야해 할 역할과 관련해 개인/조직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의 “이해 상충”을 해결하는 보다 적극적인 solution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HFT들의 사기행각을 시장에 알리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 새로운 주식시장(IEX)를 설립한 일군의 “영웅적” 무리들이 등장한다. 각각 쫌 특이한 또라이 성향을 가졌으되 공통적으로 금전적 이익보다는 “Big Picture”에 대한 관심,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자기 검열을 가진 것으로 Michael Lewis에 의해 묘사되는 이들의 인터뷰 내용, 각종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해상충의 문제를 선의를 가진 개인의 도덕적 선택으로 해결하는 것 외의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좀 묵직한 고민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해상충을 또 다른 규제를 통해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항상 loop-hole이 발생하고 이 loop-hole을 exploiting하는 자들은 규제로 인한 정보 비대칭성을 적극 활용하는 집단들이기에) 믿음을 갖고 있기에 더 그렇다고나 할까?


두번째는 Technology가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는 Distophia의 문제이다. 저자는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시스템을 담당했다가 퇴사후 HFT에 합류하기 위해 시스템 code를 훔친 혐의로 월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Serge Aleynikov라는 러시아계 미국인의 사례를 통해 언론, FBI, 재판관 및 배심원들의 Technology에 대한 무지를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무지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기초적인 수준에서의 이해도 불가능하게 고도화 되어버린 “Technology oriented Financial System”이 근본원인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거래의 편의성/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Technology가 Money making에 Focus하게 되면서 결국 Technology를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정보비대칭성을 활용해 이익을 챙기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종국에 가서는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기에 이른 현재의 상황이 우리가 앞으로 Technology를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고나 할까?


암튼 “머니볼”, “부머랭” 등 많은 non-fiction 베스트셀러의 저자답게 소설을 뺨치는 장면 전개와 복선 등 꽤 재미있게 쓰여진 책이며, 저자 본인이 월가의 주식중개인 경험이 있어서인지 월가의 작동방식, 사람들의 lifestyle에 대한 통찰력이 부가되어 딱딱한 주제를 감안할 때 비교적 쉽게 읽힌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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