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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현 Jan 17. 2016

Fintegration :  FinTech+Bank

- Economist의 "The Disruption of Banking'

은행업에 대한 FinTech의 위협 고조 예상, FinTech 기업들에 의해 은행업이 혁신될 것이라는 다양한 전망, 1~2년 전부터 국내외 FinTech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venture funding' 등 최근 Tech 업계에서도 가장 hot한 분야가 FinTech임은 확실하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조사기관, 컨설팅사 들에서 엄청난 양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지만, 한 진영(은행 vs FinTech)의 논리에 입각한 보고서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FinTech의 은행 대비 강점을 강조하며 은행업의 어두운 미래를 조망하거나, 규제/신뢰/자본 등 FinTech산업의 상대적인 미흡함을 부각하여 결국 은행업이 상당기간 경쟁우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결론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난주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이하 EIU)에서 발간한 'The disruption of banking'보고서는 10페이지 내의 short paper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균형 잡힌 조사 내용과 상당히 신선한 시사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보고서를 쓰기 위해 동원된 설문조사는 100명의 은행 경영진과 100명의 FinTech 임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제공되는 시각의 '양'적 측면에서 기계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설문 내용의 해석을 'Banking 관점에서 바라본 FinTech', 'FinTech 관점에서 바라본 FinTech'으로 구분하여 '상호 강약점의 보완(Symbiosis)',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합(Fintegration)의 조건'으로 정리된 상당히 신선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다. 


다음은 설문조사 내용의 요약이다.

<Banking이 바라본 FinTech>

FinTech가 신기루라고 생각하는 은행 경영진은 10%에 불과하며 가장 많은 비율인 33%가 5년 후 은행과 FinTech가 각자 점유하는 강점 영역이 있을 것으로 응답했고 과반이 넘는 54%의 은행 경영진이 은행이 현재 FinTech의 도전에 원활하게 대응하지 못한다고 대답

은행의 FinTech 대비 약점 : 명확한 digital 전략 부재 (49%), 정보보안 취약(42%),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조직문화(38%), 빠른 시장접근 노력(35%)

은행의 FinTech 대비 강점 : 안정성(42%), 고객의 충성도(41%), 막대한 고객 규모(40%), 위험관리 경험(39%)
<FinTech가 바라본 FinTech>

FinTech 임원들은 46%가 5년 후에도 은행이 금융시장을 거의 독점할 것으로 예상 : 앞선 설문에서 Banking 임원들은 20%만 5년 후에도 은행이 독점할 것으로 응답

FinTech의 은행 대비 약점 : 위험관리 경험 부족(27%), 충분한 투자자금의 부족(25%), 경영진의 경험 부족(24%), 고객 신뢰 부족(23%)

FinTech의 은행 대비 강점 : 한정된 상품에 집중(34%), 기존 legacy system 없음(33%), 빠른 시장접근 가능(31%), 혁신역량(31%)


보고서는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Banking과 FinTech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Sybiosis(공생) 관계가 될  수밖에 없음을 주장한다.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맞잡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진영의 일방적인 승리로 경쟁의 결과가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보고서는 앞머리에서 바로 이러한 공생을 'Fintegration'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형식상으로는 은행이 적극적으로 FinTech를 받아들여 통합하되 그 방식은 "Keep two culture, but integrate the technology back office"라는 방식을 제안한다. 필요하다면 은행 내 FinTech사업 단위가 기존의 legacy 문화에 전염되지 않도록 'Ringfence'를 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된 보고서의 일반적인 결론 외에, 설문 결과와 보고서에 나타난 몇몇 FinTech 임원들의 인터뷰 quote 중에서 아래와 같은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은행 경영진보다 FinTech 경영진들이 기존 은행의 '장기 경쟁력'을 높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5년 후, 은행의 금융시장 독점 유지를 예사하는 은행 경영진은 20%에 머무르고 있는데 반해, FinTech 경영진은 과반수(46%)에 가깝게 5년 후에도 은행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FinTech 경영진의 오직 5%만이 5년 후 은행이 금융산업의 minor player가 될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는, 설문 대상인 FinTech 경영진들이 주로 미국과 유럽의 업력 4~5년 이상의 기업 소속으로 이제 Start-up 단계를 지나 사업화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금융업에서 기존 은행들의 경쟁력의 본질에 대한 실제  체험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보면, 현재 은행권 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존 은행업의 '붕괴' 우려는 다소 과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같은 맥락으로 Start-up에서 FinTech 기업으로 성장한 후 겪게 되는 고민들의 일단들도 보고서 곳곳에 표현되고 있다. 먼저, 준법 및 규제 관련 부담의 증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스웨덴의 FinTech Start-up의 임원인 Erik Engellau-Nilsson은 은행과 직접 경쟁하는 영역에 있는 FinTech는 정부의 기준을 따르려면 직원 중 가장 많은 인력을 compliance와  regulatory issue를 처리하는 부서에 배정해야 했다고 말하고 있으며, FinTech 기업의 주요 투자자인 VC의 기대 투자회수 기간인 5년 내에 충분한 규모와 이익을 내서 새로운 stage로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도 보고서에서 언급되고 있다. 결국 사업 '놀이'가 아니라 사업 '운영'이 되려면 어쩔 수 없이 많은 burden을 만나게 되고 외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stress를 피할 수 없다는 것. 개인적으로 올해부터 본격화 될 '인터넷 전문은행'의 미래를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점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일방적인 '구애'가 아니라 회사 설립 초기를 지나 '금융기업'의 모습을 가진 FinTech들이 계속기업의 모습을 가져가기 위해서도 은행과 FinTech의 결합, 즉 Fintegration이 갈  수밖에 없는 길임을 보고서는 곳곳에서 웅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은행업' 일반과 'FinTech' 일반을 말하고 있지만, 개별 Player별로 변화에 잘 적응하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은 반드시 나뉘게 될 것이다. 보고서 3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본질적으로 FinTech의 등장이 은행업의 수익 하락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FinTech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Cannibalization으로 발생하는 수익성 하락을 감수할 수 있는 은행이 될 수 있느냐가 장기적인 성공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Cannibalization을 두려워여 운영체계의 Mobilie로의 전환에 머뭇거리다 지난 10년을 실패의 세월로 보낸 Microsoft의 모습이 아니라, iPhone이 자신들의 가장 수익성 높은 상품이었던 iPod를, 대용량 패블릿인 iPhone 6+가 iPad를 Cannibalize 할 것임을 알면서도 미래를 위해 과감한 도입을 추진했던 Apple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Bank'만이 진짜 'Fintegration'의 성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보고서 원문은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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