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끝판왕은 Amazon?
Netflix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첫날, Netflix CEO Reed Hastings는 한국을 포함해 약 130개국에서 Netflix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짜 Global Player가 되었음을 선언했다. 그동안 Netflix의 한국 진출과 관련하여 CJ 등 미디어 회사와 같이한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파트너를 맺을 것이다 등등 말이 많았지만 결국 독자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꽤 오랫동안 VPN을 통해 Netflix를 이용하고 있는 충성고객으로서 앞으로는 VPN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까 싶어서 한국 version의 컨텐츠들을 확인해 본 결과, 미국 version의 killer contents 중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미국 내 지상파 TV 외의 HBO, Showtime, TNT 등의 인기 미드 시리즈의 상당수가 제외되어 있으며 ESPN프로덕션의 30 for 30 같은 인기 다큐시리즈도 꽤 많이 누락되어 있다. 아마도 기존 한국 통신사업자와의 컨텐츠 공급계약이 되어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제외가 된 것이라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나는 어쩔 수 없이 VPN을 활용한 미국 version의 우회 시청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Netflix의 한국 상륙을 바라보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첫째, 과연 Netflix가 한국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둘째, Global scale로 볼 때, Streaming video 시장의 경쟁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Netflix의 성공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
내가 Netflix의 성공적 안착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최소 월 10,000원(베이식 $7.99~프리미엄$11.99)이 넘는 과금과 killer contents 부족 때문이다. 미드 애호가, 영어공부 목적 등으로 일부 얼리어답터들의 초기 가입이 예상되나, 상당수는 기존에 VPN을 이용하여 미국판을 이용하던 사용자일 가능성이 많으며 (내부 Cannibalization), 신규 잠재고객들의 경우 이미 대부분이 핸드폰, 인터넷 등과 결합된 다양한 케이블 TV 번들 상품으로 미드, 외화를 한계비용 수준으로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 10,000원의 추가 비용은 불필요한 지출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미국에서 Netflix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소위 'cord cutter'들의 힘이 크다. 이들에게 netflix가 소구하는 point는 저렴한 비용으로 killer contents (TV, 영화)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100이 넘는 인터넷/케이블 번들에서 케이블을 없애 월 최소 $50 이상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 한국의 경우로 말하면, 케이블 끊고 TV는 지상파만 보면서 종편/CJ 등 케이블 채널의 예능/드라마/영화를 월 만원에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케이블 번들 비용이 높지 않아 Netflix로 대체시 비용절감 효과가 크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Netflix가 제공하는 한국의 종편/케이블 채널의 컨텐츠가 질과 양적으로 모두 부족해 앞으로 상당기간 고객들을 'cord cutter'로 전환하는데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볼 때, 컨텐츠 소비의 관점에서 한국시장은 Netflix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만, 컨텐츠 생산의 관점에서 Emerging Market에서 가장 질 높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미국판 Netflix에서도 한국 드라마/영화를 별도 카테고리로 관리할 정도로 이미 Netflix는 K-drama/movie의 경쟁력을 파악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Netflix의 향후 성장에 대한 가장 큰 물음표가 붙는 지점이 Original 컨텐츠의 확보 여부와 및 제작비용 통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 '옥자'에 Netflix가 5,000만 불을 투자하고 아마도 Netflix를 영화의 주요 release outlet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최근의 발표는 꽤 의미심장해 보인다. Netflix original 시리즈인 센스8에서 배두나가 주인공 중 한명의 역할을 맡고 시리즈의 상당 분량의 촬영을 서울에서 진행했듯이, Netflix가 비용 효율적인 컨텐츠 제작을 위해 한국 인력 및 인프라를 활용하여 한국 진출을 컨텐츠 생산기지 확보 차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꽤 있어 보인다. Netflix의 자본으로 봉준호가 감독하고 이민호/김수현이 주연하는 SF시리즈를 제작하여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의 Netflix의 killer contents로 활용하는 방안 정도는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
지금 현재, Netflix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시장을 미디어 전체 영역으로 확장하면, 가장 큰 경쟁자는 아마도 미국 내 비디오 컨텐츠 유통을 책임지는 거대 케이블 회사(컴캐스트, 타임워너케이블 등)와 통신사(버라이즌, AT&T 등)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 이들은 Netflix에게 연전연패하고 있다. 대형화 시도(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합병 시도, AT&T의 DIRECT TV 인수 등)를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고 가격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지속하고는 있지만 망중립성(Net neutrality)과 같은 '독과점' 이슈 등으로 인해 cord cutting에 대응할 만한 경쟁력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점을 바꿔서 Netflix의 사업영역 'Video Streaming'으로 한정하면, 경쟁의 양상은 보다 분명해진다. 중립적 Video streaming plarform이라는 같은 모델을 가진 Hulu와 컨텐츠 생산자로서 자체 컨텐츠 중심의 streaming platform을 지향하는 HBO, Showtime 등이 경쟁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부분 온라인 영역에서 '포식자'의 위치를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Amzon을 빼놓을 수 없다.
Hulu의 경우,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으나 scale, 특히 global scale 측면에서 Netflix와의 Gap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Streaming Video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Network effect를 감안할 때, 대담한 전략적 전환이 없는 한 Hulu가 Netflix를 추격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HBO나 Showtime 같은 컨텐츠 생산자들의 독립 Streaming service는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cord cutting으로 인해 줄어드는 케이블로부터의 수익을 일부 보존하고 Netflix나 Amazon Prime Video 등 컨텐츠 구매처에 대해 showcase를 제공한다는 차원의 시도라고 보인다. 결국, Netflix를 위협할 직접적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개인적인 의견.
그렇다면 Amazon은 어떤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Amazon이야 말로 Netflix를 위협하는 진짜 '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더 나아가 아예 video streaming 시장 전체를 disrupt 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재 Netflix가 처한 상황을 한번 면밀히 들여다보자.
Netflix는 2015년 주요 Tech 기업 중 최고의 주가 상승률(130% 이상)을 보였지만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0월 이후, 성장 정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분기당 추가 가입자가 3분기에 100만명 밑(88만명)으로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자체 컨텐츠 제작이 늘어나면서 제작비용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도 불안 요인의 하나로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해외부문의 성장이 국내부문의 성장 정체를 cover 하는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해외부문은 2018년이 되어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Wall Street는 보고 있다. 1월 7일 CES에서 130개국에 서비스를 일제 확대시킨 것은 성장정체 문제를 Global Expansion을 통해 해소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이러한 Netflix의 움직임은 최근 Amazon Prime Video의 성장에 대한 Nexflix의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먼저, Amazon Prime Video라는 서비스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연간 $99을 charge 하는 Amazon Prime 서비스는 2일내 무료배송 (특정 도시는 1일내 무료배송), Amazon Music(streamin music service), Amazon Photo(무제한 사진 저장 cloud 서비스), Kindle Owner's lending library(월 1권의 전자책 무료 대여)와 함께 Netflix에 못지않은 제휴 및 자체 제작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Amazon Prime Video로 구성되어 있다. Netflix의 연간 사용료가 스탠더드 기준으로 $120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엄청나게 풍부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2015년 초까지 많은 전문가들이 Amazon Prime Video가 Netflix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유는 Orginal Contents의 경쟁력 때문이었다. House of Card, Orange is new black 등 자체 제작 컨텐츠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가파르게 가입자를 끌어모았던 Netflix에 비해 Amazon이 출시한 컨텐츠는 수준 이하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Amazon Prime Video는 Prime 고객들에 대한 부가서비스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하반기부터 Amazon이 공격적으로 공개한 자체 컨텐츠 제작 line-up 들인 The man in the high castle, Mozart in the zungle season 2 등이 호평을 받으면서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Amazon이 Prime고객에 대한 명확한 Data를 발표하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국 내 Netflix 성장 정체와 Amazon Prime Video의 성장이 연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Netflix에게 streaming service는 사업의 알파이자 오메가임에 반해, Amazon에게 Prime Video 서비스는 마케팅 Tool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결정적인 Amazon의 강점이라 하겠다. 마치 쿠팡의 로켓배송이 고객의 충성도 제고와 보다 높은 객단가 형성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서 Core business인 상거래를 보완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택배 자체의 수익과 무관한 대규모의 투자를 통해 택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일반 택배회사들이 장악한 택배업을 disrupt 할 수 있는 것처럼 (즉 배송을 독자적 사업이 아닌 전체 사업의 value chain의 일부로 전환), Amazon Prime Video도 궁극적으로 Amazon의 핵심 마케팅 Tool로서 충성고객 및 거래 확대에 도움이 되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Streaming Video 부문의 단기 수익성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MorningSta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Prime 고객은 일반 고객에 비해 연간 약 2.5배인 $1,224를 Amazon에서 구매하고 있으며 구매당 객단가도 일반 고객보다 $20 많은 $55을 기록하고 있어 충성도와 거래 확대에 확실히 기여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음
하지만, 미국 내와 달리 Global Exapansion 차원에서는 Netflix 대비 Amazon Prime Video의 Business Model적 상대 우위가 상쇄되는데, 이는 Amazon 상거래 서비스와 같이 진출해야 그 시너지가 발생하는 관계로 발 빠른 국제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Amazon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2차례나 받은 적이 있으며 Netflix의 가장 큰 잠재 위협으로 Amazon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는 Reed Hastings는 신속한 Global Exapnsion과 Scale 확보를 바탕으로 Amazon Prime Video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을 장기 전략방향으로 수립한 듯 보인다. 해당 국가별로 Killer Contents 정비가 미완인 상태에서 130개국, 거의 전 세계를 대상으로 Service를 Open 한 것은 그런 의미가 담긴 것이 아닐까? 그런데, 궁극적으로 Speed가 Business Model의 약점을 극복할 수는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 2013년 가장 감명 깊게 읽었고 지금까지도 생각날 때마다 들춰보곤 하는 책은 Bloomgberg의 Tech Editor인 Brad Stone인 쓴 "Amazon : the everything store"라는 책이다. Amazon과 그 창업자이자 CEO인 Jeff Bezos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평전 형식의 글이며, 책 발간 후에 Bezos의 아내를 비롯한 측근들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던 논란이 있던 책이기도 하다. 당시, 그 책을 읽으면서 최종적으로 든 생각은 Jeff Bezos가 건드리지 않은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책 곳곳에 묘사된 그의 치밀함, 담대함, 혹은 냉혹함과 그의 천재적 발상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Amazon 혹은 Bezos 덕후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버렸는데 Streaming Video 영역에서 Amazon의 행보도 충분히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Reed Hastings와 Jeff Bezos라는 희대의 천재들의 대결이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전개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