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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Jul 13. 2020

많이 틀리는 사람에게 상주기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

나는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위해서 교육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그들이 나로 인해 올바른 교육을 받았으면 해서이다. 내가 읽은 '앞서가는 아이들은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책도 제목을 보고 장바구니에 담아놨다가 예슬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바로 구입해서 읽었다.


이 책의 저자는 21세기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뉴욕, 런던, 파리, 헬싱키, 서울, 홍콩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가장 잠재력 있고 유망한 교육 방식을 보고 교사, 학생, 교육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얻은 깨달음과 해답을 이 책에 녹여냈다. 학습혁명을 위한 첨단 기술부터 앞으로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교육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침서로써 손색이 없는 책이 아닐까 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술술 읽힌다. 본문이 크게 3부로 나뉘어 있으며 변화를 주도할 세 가지 핵심적인 신념을 제시한다. 1부는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학습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우리는 모두가 '타고난 학습자들'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발달을 새롭게 생각하는 과정은 기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하고 있다. 2부는 '더 잘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자동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지 말고 학교들도 창조성과 목적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표현할 방법을 기를 수 있게,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말이다. 이것을 앞으로의 중요한 교육 목표로 두고 선생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어째서 더 깊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요즘 교육은 1등을 위해 서로 경쟁하며 결과만을 두고 평가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앞으로는 학습의 윤리적, 인간적 측면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첨단 기술이 아닌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 체계를 만들고, 경쟁 체제가 아닌 더불어 사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사회적, 감정적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만났던 선생님들의 말들이 인상 깊었고 특히 '제6장 교육계의 거장들'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여기 나오는 교육자들의 교수법을 다 따라 하며 수업시간에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모든 아이가 배우게 하려면 틀려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라


내가 수업 시간에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라 안심이 되었다. 이전에 '메타인지 학습법' 서평을 쓸 때도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시도하고, 틀린 답을 말했을 때 피드백을 받고, 답을 제대로 맞혀가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모든 아이들이 배우게 하려면 틀려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말이다.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성인들도 본인이 말하는 게 틀릴까 봐 두려워 머릿속으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말하려고 정작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걸 많이 봐왔다. '상대방이 내가 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며 남을 의식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뺏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그랬다. 지금도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버리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 점을 나는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선생님도 다 아는 게 아니고 틀릴 수가 있다고. 틀리는 게 두려울 때도 있지만 그래서 선생님도 계속 공부한다고 말해준다. 너희들이 모르기 때문에 학원에 오는 거고 선생님이 여기 있는 거라고 말하며 틀리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을 안심시킨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몇 번을 가르쳤는데 똑같은 걸 틀리면 속상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그러면 내가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되었는지를 돌아보고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보려 노력한다. 아이들마다 개개인의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똑같이 가르쳐도 금방 습득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느리게 받아들이는 아이도 있다는 것을 수차 경험해 보았고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도 배웠다. 특히 어린아이들을 가르칠 때 주의할 점이 틀리게 말한 친구를 보면 크게 웃거나 대놓고 놀린다는 점이다. 그 부분을 모든 아이들에게 말해주려 노력한다. 누구나 틀릴 수 있고 틀리게 말하더라도 용기 있게 말하려고 노력한 점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말이다. 이렇게 쓰다 보니 정말 수업 시간에 부끄러워 말도 못 하고 틀리게 말하는 친구에게 박수를 쳐주는 이벤트도 한 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은 피해야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선생님이라고 하는 페카 퓨라 선생님을 만난 이야기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교사가 언제, 무엇을 배울지를 다 결정해 놓으면, 학생들은 공부하는 방법을 익힐 수가 없어요


퓨라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교사가 정답을 그냥 말해주면, 학생들은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보지 않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인지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없다고 말하며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퓨라 선생님은 학생들 간에 차이가 존재하므로, 학습 경험을 항상 달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학급을 개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으로 우선 이해하고, 그 이후에 학급 모두가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교사에게 중요한 접근 태도라고 한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팀 활동을 할 때는 학생들이 안전하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노력하고 '우리는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유일한 규칙이라고 강조한다. 학습 내용은 학생 자율에 맡기고,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경험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개발해 제공하면서, 학생들의 타고난 학습 본능을 일깨우고 북돋을 수 있도록 동기를 자극하는 문화와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퓨라 선생님이 찾은 답이라고 한다. 나는 언어를 가르치는 사람이라 맥락적으로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체적인 교사로서의 역할로 볼 때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동기 부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도 공부하며 배우고 있는 중이다.


남과 다른 건 정상이에요. 뒤처지는 아이 같은 것은 없어요


반에서 잘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는 학생이 나올까 걱정하는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퓨라 선생님은 뒤처진다는 생각 자체를 완전히 없애라고 말하며 이런 사고방식이 학생들의 자긍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말이다. 누구라도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고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아이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 파악해서 그 분야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과목이 아닌 사람을 우선 가르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 아이의 선생님이 이런 선생님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이런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불끈 솟아올랐다. 선생님이기 전에 나 또한 부모인걸 생각하며 우리 아이에게 이런 선생님의 역할을 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기 시작할까요?


이것이 바로 퓨라 선생님이 추구하는 목표라고 한다. 교실에서 교사인 자신의 권한을 없애고, 대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고 친구들 끼리 서로 가르치게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선생님보다 또래 친구들에게 더 잘 배운다는 사실은 다른 책에서도 읽어서 알고 있고 이미 수업 시간에도 이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또래를 통한 배움은 성장형 사고방식을 키우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게 만들어서, 스스로 에너지를 쏟아붓고 학교에서 각자의 활동에 책임을 지도록 자유롭게 풀어두는 것이 퓨라 선생님만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가르치지 않고 가르치는 기술을 탐구하는 명인 기술자이자 학습의 선지자라 할 수 있는 퓨라 선생님에게 이 책을 통해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이 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배움에 가장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학생이 되고 학생들이 스스로의 선생님이 되는 때이다

                                                                 호주의 교육학자 존 해티



이 말은 내가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내 생각을 대변해 주는 말이라 더 와 닿았다. 더욱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해 주었다.


내가 오늘 쓴 내용은 이 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더 좋은 내용이 가득한데 한 번에 담아낼 수 없어 너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교사로서의 유능함을 판단하는 내용과 교사로서의 역할을 조금 더 중점적으로 풀어내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계획을 남기고 이번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교육계뿐 아니라 전 세계 교육과 연관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도 이 책을 읽고 본인들만의 좋은 교육관을 만들고 자기 아이에게 맞는 좋은 선생님을 보는 눈을 기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앞서가는아이들은어떻게배우는가 #교육자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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