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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라리며느리 Sep 26. 2020

BTS는 어떻게 월드클래스가 되었을까?

입소문에 필요한 요건 세 가지

왜 BTS 노래만 들어? EXO가 더 인기 있지 않아?



필리핀에 살 때 안경점 매니저로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매장 특성상 K-POP을 틀어야 했는데 직원들이 BTS 노래만 내내 트는 거다. EXO 노래는 왜 잘 안 듣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EXO보다 BTS가 더 인기가 많다고 했다. 우선 노래가 좋고 퍼포먼스도 EXO보다 더 멋지다는 거다. 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노래는 워낙 많이 들어 알고 있었고 퍼포먼스는 처음 봤다. 직원들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그전에 난 BTS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대형 기획사에서 나온 EXO가 당연히 인기가 더 많을지 알았는데 BTS의 인기는 나에게 의외였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은 범접할 수 없는 월드스타가 된 BTS와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싸이가 필리핀 사람들과 연관이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한국의 케이팝 스타들이 필리핀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그리고 이들은 어떻게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을까?


이번에 읽은 말콤 글래드웰의 '티핑포인트'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떤 아이디어나 행동이나 제품은 유행을 타는데 다른 것들은 왜 그렇지 않은지, 긍정적인 유행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통제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케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든 신드롬은 놀랍도록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다'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티핑 포인트는 어떠한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작은 요인으로 한 순간에 폭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유행성 전염병에 비유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제품과 메시지와 행동이 마치 바이러스처럼 전파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세 가지 법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19 전염병도 이와 같다.


전염병의 양상이 급변하는 데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전염병은 감염원을 옮기는 사람들, 감염원 자체, 그리고 감염원이 활동하는 환경과 함수관계에 있다. 전염병의 양상이 급변하고 평형상태가 갑자기 깨지기 시작하는 이유는 이 부분들 중 하나(혹은 둘이나 셋)에 어떤 일, 어떤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는 이 세 가지 변화 인자를 소수의 법칙, 고착성 법칙, 상황의 힘 법칙이라고 부른다. p.28


소수의 법칙


인기 유튜버, 파워블로거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소수의 법칙과 연관이 있다. 이들이 슈퍼 전파자이다. 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도 마찬가지다. 이 소수를 저자는 커넥터, 메이븐, 세일즈맨으로 다시 나뉘어 설명한다. 말 그대로 커넥터는 이것과 저것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다. 메이븐은 '지식을 축적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세일 상품을 우리는 자세히 따져보지도 않고 세일가에만 현혹되어 구입을 하지만 메이븐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서 소비자들에게 도우미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메이븐은 사람들을 시장과 연결시키고 시장의 내부 정보를 알아서 그런 정보를 공유한다. '좋은 건 나만 알고 있을 거야'가 아닌 '좋은 건 나누어야 해' 하는 사람, 이타심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메이븐인 것이다. 이 둘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일즈맨은 본인이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을 화려한 화술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로 판매를 한다. 이처럼 세일즈맨 몇 명과 메이븐이자 커넥터로써의 비범한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면 일단 입소문은 따놓은 당상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있다고 해서 속칭 '대박'이라는 게 날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팔아야 하는 상품이 좋아야 한다.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 고착성 법칙이다.


고착성 법칙


메시지, 혹은 식당이나 영화나 제품이 기억에 남을 만한지, 실제로 변화를 일으키고 누군가를 자극해서 행동하게 할 만큼 인상적인지를 결정짓는 것, 달라붙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고착성'이다. 이 고착성이 뛰어날 때 혁신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법칙의 핵심은 우리 기억 속에 강하게 뭔가를 남겨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주변 사람들을 전염시킬 수 있는 강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광고에서 이 고착성의 법칙을 볼 수 있다. 재미있고 인상적인 CM송과 무의식 중에 내재되는 광고 메시지에 영향을 받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가수로 치면 임팩트 있는 노래나 퍼포먼스, 인상적인 외모도 마찬가지다.


상황의 힘 법칙


사람들이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돕도록 행동을 변화시키는 열쇠는 때때로 그들이 당면한 상황의 아주 작고 세세한 부분에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보기보다 상황에 훨씬 더 민감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누군가가 쓰러졌을 때 '누군가가 신고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방관한다면 그 상황에 나 혼자만 있었다면 바로 신고를 했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건물의 깨진 창문을 수리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건물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창문이 깨지고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처럼 유행도 그 유행이 발생하는 시기와 장소의 상태와 환경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황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필리핀 최초 K-pop 오디션 프로그램


다시 BTS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필리핀과 BTS, 싸이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https://mk.co.kr/news/culture/view/2017/11/775404/


이 기사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필리핀 사람들이 커넥터이자 메이븐, 그리고 세일즈맨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필리핀 친구들 친척들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영어권 국가뿐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중동 등에서도 살고 있는 것을 직접 보았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살고 있는 필리핀 사람들이 SNS로 방탄소년단과 싸이의 세계 진출을 도왔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필리핀에서 10년 넘게 살았던 필자는 이 말에 너무 공감했다.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고 지나칠 정도로 활발하게 하는 SNS 활동을 옆에서 보았기에 꽤 흥미로웠다.


결국 커넥터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시작되는 메시지(소수의 법칙)와 이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특성(고착성의 법칙), 그리고 이런 작은 팬덤이 들불처럼 확산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상황의 힘 법칙), 이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기에 BTS와 싸이는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외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저자의 세 가지 법칙을 보며 이 기사와 대입해보니 꽤 설득력이 있다.




성공적인 유행의 뿌리는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이라고 한다. 우선 변화의 잠재력을 믿고 극소수의 사람, 짧고 강력한 메시지, 사소한 상황이 거대한 돌풍을 일으킨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겠다. 지금 비록 작은 학원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만의 '티핑 포인트'를 잘 설계해서 나를 지지하는 팬덤부터 만들어 볼 예정이다. 이 책만 읽었을 뿐인데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결국 티핑 포인트는 변화의 잠재력과 지적 행동의 힘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당신 주변의 세계를 둘러보라. 바꿀 수 없는 요지부동의 곳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딱 적절한 곳을 찾아 살짝만 자극해도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p. 318



 

참고도서 : 말콤 글래드웰 <티핑 포인트>

사진출처 : 연합뉴스, 아트코리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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