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라리며느리 Sep 17. 2020

읽기만 하던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었다.

쓰기의 말들

* 오늘에야 한 달 전에 선언했던 '30일 동안 매일 서평 쓰기'가 마무리된다. 사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어려웠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나에게 있어 서평이라는 장벽은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새 혼자 도전할 만큼 낮아져 있음을 느낀다. 내 인생에 있어 쓰기의 시작은 서평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부터이다. 책을 읽으면 서평을 써야 된다는 말이 항상 숙제로 남아 있었다. '내 주제에 무슨 글을?', '글은 대단한 사람들이나 쓰느거지'라며 글 쓰는 행위에 대해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바꾼 건 [한 달]이라는 자기 계발 커뮤니티를 만나고부터이다. 글쓰기의 'ㄱ'자도 모르고 두려움만 가득 안고 시작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고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어떻게 이렇게 표현을 하지?', '어떻게 하면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며 한없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부러워만 했던 때였다. 물론 지금도 글을 잘 쓰는 분들을 보면 너무 부럽다.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마음속에 가득하다. '쓰기의 말들'을 쓴 은유 작가는 그런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글쓰기 책을 막 사들였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은 그중에 하나이다. 예전에 내가 아침마다 필사하던 책이기도 하다. 우연히 은유 작가에 대해 알게 되고 궁금해졌다. 나에게 이 분의 글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글을 이렇게 쓰는지 너무 궁금했다. 얼마나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면 이런 글이 나오는지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탄뿐이었다. 이 책은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왼쪽에는 유명인의 말을 인용했고 오른쪽 페이지는 은유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풀어놓았다. 글을 안 쓰는 사람이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 자기 고통에 품위를 부여하는 글쓰기 독학자의 탄생을 기다린다고 작가는 프롤로그에 말하고 있다.





이미 나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글을 쓰지 않던 내가 쓰는 사람이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예전만큼 크지 않다. '어떻게 쓰지?'라는 마음은 이미 '한번 써보지 뭐' , '일단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매일 글을 써야 하는 환경에 나를 가둔 건 정말이지 잘한 일이다. 은유 작가를 알게 된 후 나도 심심하지 않은 솔직하고 명확한 문장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글쓰기를 독학으로 배웠다고 말하는 저자는 글쓰기의 시작은 읽기였다고 한다. 문장 수집을 하고 니체에 빠져 충동적으로 '은유'라는 필명을 지었다고 했다. 니체의 문장이 본인의 삶과 글의 기준이 되었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은유 작가님의 글이 나의 그것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녀의 솔직하고 밋밋하지 않은 글이 참 마음에 든다. 그녀의 기가 막히는 표현들이 내 것이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긴다. 언젠가는 나만의 특별한 문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잠시 상상해본다.


내가 모은 빛나는 문장들처럼 '놀랄 만한'문장이 내 글에도 한두 개쯤 박혀 있길 욕망했다. <쓰기의 말들>


내가 생각했던 것을 저자가 이렇게 표현해줘서 고마웠다. 글을 잘 쓰는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위로받았다. 내가 쓰는 글이 맞는지, 문법에 오류는 없는지, 구성은 괜찮은지, 주제는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저자 역시 고민하는 모습에 글쓰기는 원래 어려운 거라며 날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 두려움은 의지로 퇴치되지 않는다. 글쓰기도 마찬가지. 펜을 든다고 생각이 술술 흘러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어렵고, 그 어수선한 생각의 파편을 보자니 괴롭다.

- 모든 배움의 원리는 비슷하지 않을까. 결심의 산물이 아닌 반복을 통한 신체의 느린 변화라는 점에서 말이다. 펜을 움직여야 생각이 솟아나는 것처럼, 물속에서 팔 다리를 부단히 움직이면 나도 수영을 배울 수 있을 텐데, 물에는 가지 않고 이렇게 책상에만 앉아 있다.

 - 견적이 크면 시작을 미룬다. 그래서 '글을 쓰자'가 아니라 '자료를 찾자'며 시작한다.

- 자기가 쓴 이상한 글을 봐야 하는 형벌을 면하려면 계속 다음 문장을 쓰는 수밖에 없다.

- 나에게 그 카페는 글쓰기 작업에 최적화된 장소라기보다 글쓰기를 미루고 싶을 때 글쓰기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입구다.

 - 글 쓰는 에너지를 회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글 쓰는 것. 몸의 감각이 쓰기 모드로 활성화되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밑 원고가 다져진다. 모터가 돌아가고 원고가 불어나 있으면 그 불어난 힘이 글의 소용돌이로 나를 데려간다.

- 하루는 반성문 쓰고 다음 날 계획표 쓰는 게 인생이랬나. 서툴고 거칠더라도 내 느낌과 생각을 지속적으로 표현한다면 아이의 삶을 북돋우는 엄마의 언어가 만들어지겠지.

 - 글쓰기에 투신할 최소 시간 확보하기, 글을 쓰고 싶다는 이들에게 일상의 구조 조정을 권한다.

- 일단 쓰고 나면 그 글이 삶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들, 그 글을 삶으로 갚지 않는다 한들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글과 삶이 달라도 된다.


필사를 하면서 밑줄을 쫙쫙 그은 문장들을 보니 글을 잘 쓰는 작가들도 환경설정이 필요하고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것에 안도감, 위로감이 다시 한번 느껴진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누구에게라도 적용되고 필요한 것임을 알았다. 제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 해도 글쓰기의 고통은 우리의 그것과 같다는 점이 나에게 그냥 계속 글을 써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은유 작가의 필체는 읽을 때마다 충격으로 다가와서 부러움만 가득했다. 그만큼의 고통 속에서 탄생한 글이라는 걸 알게 되니 부끄러워진다.




 일단 열심히 읽자, 그리고 쓰자


이 책을 읽고 또 한 번 다짐해 본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일단 많이 쓰고 보자고.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요즘은 글쓰기가 예전보다는 편해짐을 느끼니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참 좋은 변화이다. 부지런히 읽고 쓰다 보니 어느새 나는 읽기만 하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이렇듯 멈추지 않고 쓰다 보면 나중에는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30일 동안 매일매일 한 챕터씩 읽고 서평 쓰기 도전 Day 30


참고도서 <쓰기의 말들>  은유 지음



매거진의 이전글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마무리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