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Lif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짱 Feb 09. 2020

혼자서도 잘 놀아요

    

옛날부터 혼자 있는 시간을 싫어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름 인간관계도 좋았고, 어울려 노는 친구들도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 주일마다 친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그야말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가끔은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던 것 같다. 부모님이 어디를 가시거나 약속이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내 자유 시간이었으니까. 실컷 TV도 보면서 나름 자유를 만끽했던 것 같다. 뭐 지금도 나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은근히 즐기는 편이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 후에는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1인 가족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때에 혼자 노는 법을 터득, 혹은 배워서 그 시간을 즐길 줄 안다면 좀 더 여유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싶다. 천성적으로 외로움을 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의식적으로라도 자립심을 길러보는 건 어떨까.     


1. 몸을 움직인다.     


혼자서 놀려면 일단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 게으르다면 이참에 그 습관을 슬슬 고쳐보자. 나도 집순이라면 집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른해지고 졸려진다 싶으면 지체 없이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든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에 최소 한 번은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려고 한다. 이것도 집순이에게는 다소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잠깐 콧바람 쐬러 나가는 건데,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집 근처 마트에 장을 보러가던, 뒷길에 있는 산책로에 걸으러가던, 근처 대학교 교정으로 산책을 가던 움직일 일을 만든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두뇌회전도 잘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가기까지가 힘들지 막상 나가면 또 좋다. 아마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이 든다. 나가서 별거 하는 거는 없지만, 잠시 머리도 식히고 간혹 들려오는 새소리도 들으며 기분 전환하는 그 느낌이 꽤 괜찮다. 이것도 나만의 놀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일석이조 아닌가.     


2. 조용한 곳을 찾아가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많은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난 후에는 휴식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할 거리가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용한 곳을 찾아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습관이 되면 이보다 좋은 시간이 또 없다. 동네의 조용한 카페나 근처 산책로, 동네 도서관 등이 내가 자주 찾는 곳이다. 오너 입장에서는 마음이 아플 수도 있지만, 사람 없는 조용한 카페는 최적의 장소다. 마음껏 책을 읽고, 컴퓨터 작업(글쓰기)을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자제하고 있지만, 생각하기에 참 좋은 장소다. 근처 산책로도 저녁 먹고 나서 걸으러 나가면 거의 사람이 다니지 않는다. 가끔 길냥이들만 반겨줄 뿐. 혼자 독식하듯 걸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모든 걱정과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또 집 바로 근처에 자그마한 공영 도서관이 있다. 크지는 않지만, 웬만한 책들을 빌려볼 수 있고, 무엇보다 조용해서 자주 찾는 곳이 되었다. 직원 분들도 엄청 친절하시다. 도서관인 만큼 내가 좋아하는 삼박자가 딱 맞는 곳이다. 책, 고요, 혼자서 찾는 곳. 그래서 잠깐이라도 읽고 싶었던 책을 꺼내들고 앉아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저 밖과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도 내 방 서랍장 위에는 빌려온 책이 올려져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가 또 있다. 다소?! 넓은 공원. 산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잘 조성되어있는 공원은 엄청 좋아라한다. 어렸을 때는 이런 데를 왜 오나 싶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찾아다닐 정도가 되었다. 몇 년 전 영국에 놀러갔을 때, 숙소 바로 앞에 아주 큰 공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산책 겸 낮에 가봤는데, 큰 나무도 많아 너무너무 좋은 것이다. 잠시 벤치에 앉아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공원다운 모습에 반해 다음날부터 조식 먹기 전 그 공원을 한 바퀴 돌며 산책하는 것이 코스가 되어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또 가고 싶은 곳이다.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좋게 남아있다. 그 때부터 공원을 더 사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또 일본을 갔을 적에는 일부러 공원을 스케줄에 넣기도 했다. 유명한 공원이라고는 했지만, 넓어서 그런지 사람이 막 붐비는 느낌은 안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공원들이 워낙 많아서 다니다가 갈만한 곳이 꽤 많았다. 그런 곳에서의 휴식은 언제나 나를 재충전시키는 것 같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집 주변에 공원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일산 호수공원을 간 적이 있었는데, 고요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집 주변에도 그런 곳이 생기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추천하는 장소는 바로 미술관이다. 소리를 내서도, 떠들어서도 안 되는 미술관이야말로 정말 혼자 놀기 좋은 곳이다. 예술적 안목도 높이고, 잠재되어있는 감성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요즘은 혜택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아 얼마든지 저렴하게 관람이 가능하다. 아무튼 조용한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나만의 또 다른 놀이생활이다.                    


3. 쇼핑은 혼자서 즐겁게 한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취향이 너무 다른 사람과 함께 쇼핑하러 가면 얼마나 피곤한지를. 서로 원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서로를 배려한다 해도 힘들 수밖에 없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의 쇼핑은 너무 즐겁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서로 의만 상할 뿐이다. 물론 나에게도 유독 쇼핑할 때 잘 맞는 친구가 있다. 취향과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쇼핑가면 항상 다니던 코스대로 구경한다. 그렇게 해서 득템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역시 쇼핑은 혼자 하는 게 편한 것 같다. 내가 보고 싶은 매장만 딱 골라서, 사려고 했던 물건만 쏘옥 쇼핑하는 재미가 은근 쏠쏠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사고 싶은 것만 사게 되는 약간의 절약효과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살짝 다리도 아프고 지쳤을 때의 티타임도 내 마음대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가질 수 있다. 그래도 혼자 다니는 게 조금 창피하다 하는 분들을 위해 약간의 팁을 주자면 애매하게?! 큰 쇼핑몰을 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내 중심가를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해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확 몰리지는 않는 그런 곳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적당히 사람들이 있어 혼자 왔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매장들을 둘러보며 쇼핑을 즐길 수 있다. 그 후에 차 한 잔의 여유까지 즐긴다면 혼자만의 쇼핑시간으로 충분하다. 요즘도 혼자 쇼핑하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번 느낀다. ‘나는 혼자서도 쇼핑을 참 잘하는 것 같다.’고. 아마 하나의 놀이로서 즐겁게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외국에 나가서 쇼핑을 하게 되면 더 도드라진다. 혹자는 뭔가를 사러갔을 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가는 것 자체를 망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외국이어도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찾아가는 편이다. 혼자이든, 누구랑 함께든. 현지 언어를 잘 못한다면 영어로, 그것도 안 되면 바디랭귀지를 사용해서라도 쇼핑을 즐기는 타입이다. 핑계를 대자면 그곳에서만 살 수 있고, 구할 수 있다는 것 정도다. 그리고 외국이어도 친구랑 구경하고 싶은 게 조금 다르다면, 1시간 정도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원하는 것을 둘러보기도 한다. 그러면 서로에게 괜한 짜증을 낼 일도 없다.     


4. 집에서도 할 일은 많다.      


집에 있을 때도 매우 바쁜 사람과 뒹굴뒹굴하는 사람의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집에서도 되도록이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노력한다. 물론 쉴 때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때도 있다. 사람에게는 휴식도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집에서도 할 일은 굉장히 많다. 그게 또 다른 혼자만의 놀이라고 생각한다. 우롱차를 좋아해서 가끔 일본에 놀러갈 때면 팩으로 되어있는걸 사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 한 번 사오면 꽤 오랫동안 마실 수가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부담되는 쇼핑리스트는 아니다. 보리차를 끓이듯 팩에 뜨거운 물만 부어주면 쉽게 우러난다. 우러난 물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놨다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마시면 정말 맛있다. 이걸 끓이는 것도 나에게는 하나의 소소한 재미다. 

그리고 커피를 좋아해서 외출을 할 때(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다)나 집에 있을 때도 즐겨 마신다. 직접 핸드드립으로 내려 마시는데, 그 맛이 일반 커피숍 커피보다 훨씬 낫다. 원두를 사놨다가 핸드 그라인더로 갈아서 바로 내려 마시니 신선도도 뛰어나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원두를 가는 것 자체가 은근히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팔은 조금 아프긴 해도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운동 삼아 갈고 있으면 아주 좋은 원두 향이 올라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신선한 커피 생각에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지금도 어제 갈아놓은 커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그 맛을 음미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또 다음날 입고 나갈 옷을 미리 코디해보는 것도 집에서 나의 할 일 중 하나다. 뭔가 중요한 약속이 있거나 계획이 있는 전날, 꼭 입을 옷을 미리 챙겨놓는다. 이것도 하나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일 날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만의 패션쇼를 하듯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이러니 집에서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재미있다.        


5. 혼밥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혼밥을 하는 추세다. 편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이유가 제일 클 것이다. 물론 직업이나 개인 사정상 그럴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혼밥 초보 단계인 것 같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샌드위치 가게, 혹은 카페, 분식집에서는 혼자 먹어본 적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식 식당에서는 혼자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집에 무언가를 사와서 먹은 적은 많은데, 밖에서는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곳이 많다. 백화점 푸드 코트에서는 혼자 먹어본 적이 꽤 있다. 사람도 많고, 특히 바처럼 되어있는 곳에서는 혼자여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일본을 갈 때마다 놀라는 부분이 있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대부분 혼자 먹으러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여럿이 와서 먹는 테이블도 있지만, 혼밥 하러 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에 꽤 놀랐었다. 뭐 이제는 우리나라도 점점 혼밥이 대세가 되어가는 중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밥은 마음 편하게 먹는 게 최고다. 무얼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6. 혼자 어디까지 가봤니?     


나는 여행 매니아다. 제일 가까운 일본부터 저 멀리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까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기회가 될 때마다 여행을 가려고 애쓴다. 여건이 되는 한 다양한 곳을 가보고 싶다.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현실적인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못가본 나라가 더 많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아직까지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계획은 여러 번 세웠었는데, 그때마다 피치 못할 상황이 생겨 아직까지도 실천을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혼자 여행가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위시리스트로 남겨 놓았다. 국내도 좋고, 해외도 좋으니 조만간 혼자 여행 가는 것에 꼭 도전해보려 한다.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아주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의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