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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포기 못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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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면서 여행의 기쁨만큼은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여행을 한 번도 못 간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현대인에게 여행의 의미는 참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가족도 여행을 좋아하고, 내 친구들도 여행을 좋아라한다. 자칭 여행 매니아인 나는 두말할 것도 없이 여행을 즐긴다. 물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가고 싶어도 못가지만.
지금까지 가본 나라가 적지는 않지만, 아직 못가본 나라가 더 많다. 그래서 여행은 계속되는 것 같다. 잠시나마 자유롭고, 새로운 신선함을 느끼기 위해서 말이다.
여러분들은 여행하면서 제일 즐거울 때가 언제인가? 어떤 이는 현지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라고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는 쇼핑을 했을 때라고 답할 수도 있다. 나도 쇼핑을 좋아해서 일본이나 유럽을 가면 잔뜩 사오는 편이다(면세점을 포함해서). 내가 사용하는 브랜드가 여행지의 로컬 브랜드인 경우,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있다는 메리트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각 나라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여행 방법이다. 전시나 관람을 워낙 좋아할 뿐 아니라 유명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어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 수 있으니까.
뭐. 여행은 이 맛에 하는 거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가면 현지인처럼 자연스럽게 다니는 게 오래된 나만의 룰이다. 물론 중간에 길을 잃어버리거나 순간순간의 상황에 당황할 때도 있다. 하지만 되도록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다만 몇 일간만이라도. 현지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곳의 문화를 구경하고, 점차적으로 알아가는 재미가 난 좋다. 아,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이런 식습관을 가지고 있구나(많은 사람들이 현지 시장이나 슈퍼를 가는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새로운 낯선 사람들 속에서 처음에는 위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그들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도쿄로 놀러갔을 때였다. 한 쇼핑몰 매장에서 마음에 든 블랙 가죽 백이 있어 이리저리 매본 후 결제를 하고 있었다. 결제를 해주던 직원이 나를 흘끗 보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는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며 급 화색을 보였다. 그리고 이것저것 물으며 나와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내 일본어 실력이 거의 바닥수준이라 대화의 80%는 영어가 차치했다. 그래도 한국친구가 있다는 것, 그래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후. 스미마셍데시다. 앞으로는 언어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 맛에 여행 오는구나했다. 새로운 사람과의 생각지 못했던 대화(특히 외국에서)는 항상 즐겁다. 내게 새 힘을 가져다준다.
친구와 오랜만에 이탈리아 피렌체로 휴가를 떠났다. 모든 곳이 박물관 같아 눈에 평생 담고 싶은 장관을 보고나서 피곤해진 우리는 큰 광장에 있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바로 앞에는 작은 회전목마가 있어 내다보는 멋을 더했다. 꽤나 유쾌해 보이는 직원이 주문을 받고 잠시 후, 우리의 음료와 디저트가 나왔다. 하나하나의 맛을 음미해가며 그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주문받았던 직원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근처에서 영화촬영 하는 거 아냐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인데, 조금 있다 여기 오기로 했다며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그리고 줄리아로버츠를 보고 가겠냐고 물었다. 물론 장난이겠거니 하고 우리는 믿지 않았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다른 테이블로 주문을 받으러 떠났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다시 와서는 아직 줄리아로버츠를 기다리고 있냐며 장난을 치는 것이다. 오늘 그녀는 안 올 것 같다며, 농담이었다고 하는 그에게 알고 있었다고 대꾸해줬다. 그러면 됐네 하는 표정으로 그분은 또 다른 테이블로 가버렸다. 오늘도 그는 그 곳에서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피렌체를 다시 가게 된다면 또 볼 수 있으려나?
두려움 반 설레임 반이랄까
여행의 또 다른 재미는 낯선 곳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주 가는 여행지는 눈 감고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맛이 있겠지만, 처음 가는 곳은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설레이는 맛이 있다. 예전에는 처음 가는 여행지에서 길을 헤매느라 지치기도 하고, 엉뚱한 길로 들어서면 살짝 무섭기도 했다. 그러다가 예상치 못하게 아주 멋진 곳을 발견하게 되면 그 기쁨은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아무리 초행길이어도 로드맵의 힘을 빌어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언어의 장벽도 번역 앱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해졌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가뿐히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작 이 글쓴이는 여행을 혼자 해본 적이 아직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 언제든 도전해보기로 마음먹는다.
솔직히 여행지에서는 이동수단이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편하게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고, 전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걸을 수 있는 거리정도면 구경 겸 산책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도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대중교통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그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재미가 또 있다.
그리고 처음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에는 모든 게 처음이기 때문에 표 사는 것 차제부터가 하나의 관문이 된다. 아주 스릴감이 넘쳐난다. 표는 어떻게 사야하는 건지, 사람은 없고 왜 기계만 덩그라니 있는 건지, 뒤에 줄 서 있는 사람은 또 왜 이리 많은 건지 식은땀이 흐를 지경이다. 하지만 한두 번만 해보면 익숙해져 어느새 능숙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때의 뿌듯함은 그 어느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 타지에 와서 내가 이렇게 잘 해내고 있구나 생각하면 없던 자존감도 아주 뿜뿜 생긴다. 그런 고난과 역경?!을 딛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순간, 여행의 피로는 싹 사라진다. 내 눈에 한가득 담고, 사진도 열심히 찍은 후에는 추억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반가워요, 반가워
외국에 나가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고들 한다. 솔직히 나는 그 느낌을 잘 몰랐다. 굳이 해외에서까지 한국 사람을 마주치는 게 그렇게 좋은가하는 생각도 했었다.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자 떠나기도 하는 여행인데, 현지인과 만날 기회를 더 만드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했었다.
어느 추석시즌이었다. 꽤 긴 휴일에 엄마와 함께 일본 오사카로 떠났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다리가 아파 어느 쇼핑몰의 카페(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매장은 사람들로 꽤 붐볐고, 우리는 자리를 잡은 후 음료를 주문했다. 일본에서만 파는 메뉴를 시켜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이 불려 픽업대로 가보니 직원분이 멋진 휘핑크림으로 음료 마무리 중이었다. 음료를 받는데, 그 분이 혹시 한국분이냐며 갑툭튀 한국어로 물어보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하니 본인도 한국 사람인데, 오사카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바리스타일을 하며 거주하시는 듯 보였다. 너무 반갑다며 테이크아웃 컵에 짧은 글도 예쁘게 써주시고, 남은 여행 잘 하라며 끝까지 미소를 보여주셨다. 아마 한국 추석기간에 타지에서 고국 사람을 보니 너무 반가우셨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 남의 나라에서 일을 하며 지내는 동안 얼마나 한국이 그리웠을까 하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는 게 또 행복이지 않은가. 타지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분들, 힘내세요. 아자아자. 그 후에 내 마음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외국에서 한국말이 들리면 나도 모르게 슬쩍 고개가 돌아간다. 마음도 든든해지면서.
파리에 갔을 때였다. 친구와 기대감을 안고 찾아간 루브르박물관은 정말 최고였다. 멋진 건물과 풍경에 넋이 나가있다가 입장하려고 길게 줄서있는 사람들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다보니 정말 사람이 많았다. 우리도 얼른 줄에 합류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동양인으로 보이는 한 젊은 여자가 큰 배낭을 메고 우리 앞을 지나갔다. 속으로 ‘와, 파리로 혼자 여행을 오다니. 진짜 멋지다. 나도 다음에는 혼자 도전해봐야지.’하고 있는데, 우리를 흘낏 보시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시는 거다. 그렇다고 하니 여기가 줄이냐며 수줍게 물어보셨다. 한국 분이셨던 거다. 반가운 마음에 그런 것 같다고, 뒤에 서시면 될 것 같다고 대답해드렸다. 이 멀리 유럽에서, 그것도 혼자 온 한국인을 만나니 의외로 기쁘고, 그녀가 대단해보였다(뭐. 또래거나 우리보다 어렸을지도 모르지만). 막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한참 뒤쪽에 줄을 서셔서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근처에 있었다면 아마 통성명이라도 했을 것 같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항상 설레기 마련이다. 게다가 동향 사람을 만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더 가게 되는가보다. 요새는 어느 나라를 가도 한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단체로도 많이 가고, 개인여행도 많이 늘어서인지 저 멀리 유럽에서도 한국인들인 꽤 보인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은 다른 여행자들과의 만남과 대화도 새로운 활력이 되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닌가.
어디든 가볼 테야
여행을 하면서 제일 많이 느끼는 것은 ‘아,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곳에서 발버둥 치며 살고 있었구나.’하는 것이었다. 세계는 넓고, 아직 가보지도 못한 나라가 더 많으니 말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수많은 나라가 존재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그에 따른 시각은 여행을 통해서 확연하게 넓어지는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경험해봄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층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은 중요한 것이다. 내가 직접 부딪혀보고, 도전해보지 않으면 그 소중함을 모른다.
이 세상은 우리끼리만 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협력과 도움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아.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생활하고 있구나 느끼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전환을 가능케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여행이 가고 싶고, 계획을 세우고 있나보다.
함께 해서 좋아
누군가 그랬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그렇다. 여행을 가는데 있어 여행메이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이라는 게 즐겁고 좋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날 며칠을 함께 다니다보면 몸도 피곤하고, 안 맞는 부분도 있어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반대로 힘들고 내 밑바닥까지 보여줄 수 있는 상황에서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도 있다.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 때문에 여행이 더 즐거워질 수도 있다.
나는 원래 친구와 여행을 많이 다니는 편이다. 저 멀리 유럽도, 가까운 일본도 함께 한 친구와는 서로 잘 맞아서 많은 곳을 같이 여행했다. 지금 무엇이 급한지, 뭘 먹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말하지 않아도 잘 통해서 그야말로 최고의 여행메이트이다. 그래서 이 친구와의 여행은 힘들지 않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것 또한 여행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친구와의 여행도 재미있지만, 엄마와의 여행은 새로운 감동을 주는 것 같다. 모녀끼리 여행을 가게 되면 그 시간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아마 가족이라 마음이 더 편한 모양이다.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뭐 엄마와 여행지에서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금방 풀어지는 게 또 엄마와 딸 아닌가. 오랜만에 엄마의 사진도 찍어주면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가족과, 혹은 함께하고 싶은 친구와의 여행은 항상 설레임을 준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여행을 뒤로 미루었는가. “다음에 가지 뭐.” 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는가. 시간과 상황이 허락하는 지금, 생각나는 누군가와 여행계획을 한 번 세워보자. 우리만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게 여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