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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짱 Mar 04. 2020

Nudge


얼만 전에 우연히 ‘요즘책방 : 책을 읽어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정해진 한 가지 책을 가지고 설명과 여러 가지 관련 이야기들을 하는 프로였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 보고 있었다. 그날은 ‘넛지(nudge)’에 관한 책이었고, MC와 패널 간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사실 ‘넛지’라는 단어를 들어만 봤지 정확한 의미와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정말 많은 넛지를 당하고, 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넛지(nudge)’는 원래 ‘(특히 팔꿈치로)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시키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넓은 의미로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개입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많은 형태의 넛지를 살펴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넛지를 당하고, 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가격흥정     


우리가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면 가격흥정을 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 시장을 가도 마차가지일 것이다. 아마 소비자는 싼 값에 사고 싶고, 판매자는 비싼 값에 팔고 싶은 이유가 제일 클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넛지는 존재한다. 주인은 일단 높은 값을 제시한다. 그러면 당연히 손님은 그보다 낮은 가격을 얘기할 것이다. 몇 번의 이러한 흥정이 오고가면 주인은 본인이 손해 보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물건을 팔게 되고, 손님은 원래 가격보다 싸게 샀다는 좋은 기분을 덤으로 가지게 된다. 이렇게 각자가 만족하는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이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손님은 일단 가격을 흥정해보고, 지금 당장 꼭 필요한 것이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지 않는다. 다른 곳을 둘러본다든가 해서 주인에게 조금 더 싼 가격에라도 그 손님을 잡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손님은 조금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고, 주인은 원했던 판매가는 아니지만 하나라도 더 팔 수 있는 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매일 하는 행동 속에서 넛지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건 배열     


우리는 편의점을 참 좋아한다. 필요한 모든 물건이 있는 곳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빠르고, 쉽게 물건을 구입한다. 그리고 편의점의 매출을 높이는 방법에 넛지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계산대 바로 옆이나 근처에는 비교적 싼 가격의 초코바나 껌 같은 물건들이 배치되어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 계산하기 바로 전에 쉽게 집을 수 있거나 ‘아 맞아, 껌이 필요했었지.’라는 생각에 계산중에 집어들 수 있도록 그 곳에 놓았을 것이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젤리나 껌, 초코바를 집어 들었던 경험은 다들 한번쯤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또 물건을 진열할 때, 그 칸에서 매출을 높이고 싶은 물건을 오른쪽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이는 사람이 어떤 곳을 둘러볼 때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선을 왼쪽으로 시작해 오른쪽으로 둘러보다 결국은 오른쪽의 것을 고르는 상황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것도 하나의 넛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자세히 살펴보면 계산대 밑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이 많이 배열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하다가 아이가 사달라고 칭얼대면 바로 집어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물건을 배치해 두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렇게 매출을 높이기 위한 넛지를 많은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1+1제품 또한 이러한 넛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마실 것을 사려고 하는데 딱히 마시고 싶은 것이 없다면 같은 가격의 1+1하는 제품에 자연스레 손이 가지 않겠는가. 게다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같이 마시기 위해 이러한 이벤트 제품을 사게 될 것이다. 한번은 태국 방콕에 놀러간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백화점을 구경하다보니 유명한 속옷 브랜드 매장이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싸길래 바로 들어가 보았다.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앞에 붙어있는 글이 눈에 띄었다. ‘2개사면 10% 할인, 3개사면 20% 할인’이라는 글귀였다. 안 그래도 사고 싶어 하던 친구는 이것을 보고 바로 속옷 4장을 구매했다. 이것이 넛지의 힘이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많다. 나도 매장에서 1개사면 5000원, 2개사면 9000원하는 물건을 당장 2개가 다 필요하지는 않지만, 조금 싸다는 이유로 2개를 산 적이 꽤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넛지에 당한 것이다.     


월정액     


요즘은 많은 음원사이트나 ‘넷플릭스’ 같은 영상사이트에서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우리는 핸드폰 요금도 거의 월정액으로 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를 주의 깊게 잘 살펴봐야한다. 나도 한 번 낚인 적이 있는데, 한 음원사이트에서 한 달을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월정액이 있어 신청을 했다. 그런데 열심히 잘 듣다가 다시 한 번 살펴보니 무료인 기간 이후에는 자동으로 정상가격을 내고 들어야하는 월정액인 것이 아닌가. 그 월정액을 해제해야 더 이상의 돈이 나가지 않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부랴부랴 해제하고 나서야 내가 낚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빨리 해제를 해서 돈을 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무언가에 가입할 때, 더 신중하게 살피게 되었다. 물론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또 헬스클럽, 수영장, 요가클래스 등 운동을 하려고 할 때도 넛지는 사용되고 있다. 단기로 끊는 것보다 3개월, 6개월 정도로 길게 끊으면 더 싸게 해주는 것이 대부분의 프로모션 방법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한 달 정도 하고 잘 안 나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나중에는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꾸준히 잘 다니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래서 넛지에 속지 말고, 깊이 생각해본 후 자신의 성향에 잘 맞게 결정해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현금가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은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현금가가 쌀 경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현금을 잘 안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몰라도 네일숍 같은 곳에서 현금가로 할 경우 싸게 해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이를 깊이 생각해보면 하나의 넛지라 할 수 있다. 사실 현금가가 싼 가장 큰 이유는 카드수수료를 뺀 가격이기 때문이다. 즉, 손님은 수수료를 붙인 카드가격과 이를 뺀 현금가격 중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현금을 받으면 카드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고, 손님 입장에서는 조금 더 싼 가격에 서비스를 받았다는 좋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쿠폰     


아마 많은 사람들이 쿠폰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앱에서 다운받은 쿠폰이던, 종이로 받은 쿠폰이던 상관없이 말이다. 특히 얼마 이상 구매 시 할인을 해주는 쿠폰일 경우, 잘 살펴봐야한다. 까딱 잘못하면 할인쿠폰이라는 문구만 보고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에 그런 적이 있다. 백화점에 메이크업 브러시를 사러갔는데, 어떤 앱에서 쿠폰을 다운받으면 3000원을 할인해준다는 것이었다. 바로 다운받아 물건을 사면서 내밀었지만, 결국은 아무 혜택을 받지 못했다. 분명 아무 내용도 적혀있지 않았는데, 직원에 의하면 그 쿠폰은 3만원 이상 구매해야 3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쿠폰이라는 것이다. 순간 기분은 조금 나빴지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구매했다. 물론 어떤 쿠폰인지를 내가 좀 더 정확하게 물어봐야 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똑똑한 소비자가 되려면 정확하고, 면밀하게 살펴 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그래야 우리는 넛지에 속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라정책     


위에서 이야기한 개인적인 넛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정책에도 다양한 넛지가 숨어있다. 각 나라마다 방법과 내용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책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다둥이 혜택’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점점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다. 자녀가 많을수록 정부에서 그에 따른 보조금도 지원하고, 여러 가지 공공시설 같은 곳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실효성은 계속 의문시 되고 있다. 아마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이 터무니없이 적고, 혜택도 현실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애기를 더 가질까 하는 일말의 생각이라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 존재하는 몇 가지 넛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이것은 아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넛지를 지금도 당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아주 주의 깊게 생각한 후 무언가를 선택해야한다. 결국 선택의 책임은 우리가 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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