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향기로운 커피 향을 맡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흐음. 기분이 좋아진다.
“으윽. 써.”
“이게 무슨 맛이야.”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때 속으로 했던 생각이다. 어렸을 때는 괜한 호기심에 마셔봤다가 그 쓰디쓴 맛에 바로 넉 다운.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최소 커피 한잔은 마셔야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습관이 들었다고나 할까. 아마 바리스타에 도전을 하면서 이 습관도 더 심해진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커피가 좋은걸.
바리스타로 일했던 걸 따져보면 얼추 6~7년이 된다.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피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맛도 맛이지만, 이제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첫 알바의 기억, 커피숍
제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곳이 바로 커피숍이었다. 아르바이트로 스타트를 했지만, 아주 날카로운 기억이다. 커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에 처음에는 엄청 혼도 많이 났다. 배워가며 알아가는 것도 많아서 그래도 나중에는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다. 그 때 받은 월급으로 가지고 싶었던 것을 사며 어찌나 행복했던지. 그때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취직준비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후, 커피는 점점 나에게서 잊혀져갔다. 그 달콤쌉싸름한 맛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았다.
직장생활 중, 3년이 되어가니 매너리즘이 찾아왔다. 손으로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딴 데 가있었다.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쳇바퀴 돌 듯 주어진 일을 할 뿐이었다. 그 때 나에게 간절했던 것은 새로운 도전, 새로운 배움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회사를 퇴직하고 나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런 열망, 갈망이 나는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작, 도전이 걱정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만큼 간절하게 원했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런 생각만 들었다.
다시 커피를 만나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던 중, 문득 옛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워낙 물보다는 커피, 음료수를 좋아했던지라 마음 한켠에서 무언가가 스물스물 올라왔다. 그리고 후각이 좀 예민한 편이라 그윽했던 커피향이 너무 그리워졌다. 맛있는 커피 한 모금과 그 은은한 커피향만 있다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커피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졌다. 열정을 쏟을 새로운 것이 필요했고, 그걸 찾은 듯 했다.
바로 몇 가지 방법을 찾다가 바리스타학원에서 기초부터 배워보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학원이 있는지도 몰랐다. 너무 오랜만에 커피머신을 다루다보니 처음에는 엄청 버벅거렸다. 뜨거운 김이 나오는 스팀기는 무섭고, 포터필터는 무거우면서도 뜨거워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차츰 익숙해졌다. 더 이상 겁먹을 것도, 걱정할 것도 없었다. 커피라는 새로운 분야가 마냥 재미있고, 신기했다. 그리고 목표가 생겼다. 바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는 것. 하루하루 커피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다. 용어를 암기해가며, 노트에 열심히 적어가며, 손을 데어가며 시험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만큼 한 번에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해낸 것이다. 그리고 정식 바리스타로서 일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넘어 산
바리스타로서 일을 하려다보니 구직 사이트에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면접을 봤던 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면접관이 여기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대답을 했었는지 이유는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가 될 것이므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다소 건방진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바리스타 일을 너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게 좋게 보였는지 다행히 합격을 했고, 매니저로서 첫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음료를 만들고, 주문을 받고, 매장관리와 직원관리, 매출과 재고관리 등 해야 하는 일은 생각 외로 많았다. 하지만 바래왔던 만큼 즐거움도 컸다. 매일 아침마다 커피머신 컨디션을 확인하느라 신선한 에스프레소를 맛보는 것도, 단골손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의 대화를 하는 것도 좋았다.
그 후에도 몇 군데의 체인점에서 바리스타 일을 계속했다. 오래 하다 보니 솔직히 쉽지 많은 않았다. 장시간 서서 일하는 것은 물론, 몸을 쓰는 일이다보니 체력적으로도 힘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하지만 오래 염원하고 바래온 만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꿈은 이루어진다?!
점점 내 커피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갔다. 많은 사람들의 꿈이 내 가게를 갖는 것 아닌가. 나의 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나만의 가게가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 생각과 의지, 열정을 가지고 여기저기 자리를 알아보러 다녔다. 위치가 좋은 곳에서는 몇 시간씩 있으면서 유동인구를 살펴보기도 했다. 장사에는 목이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큼은 너무 신났다. 내 가게를 하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상상만 해도 피곤함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드디어 좋은 기회로 카페를 오픈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은 공간으로 시작했지만, 나에게는 한없이 소중했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신경 쓸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갑자기 당혹스러울 때도 있었고, 벅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일인가. 쉽게 무너질 수 없었다. 그리고 조금 더 큰 장소로 이전하게 되면서 감사한 마음도 커져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다.
사정상 지금은 카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내 도전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도전과제는 계속될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도전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