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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머니 Feb 17. 2024

며느리명절싫어증후군의 특효약

일 년에 겨우 두 번만 참으면 된다지만 참고 싶지 않다. 사랑이 죄는 아니라고 뻔뻔하게 말하던 드라마의 남편처럼 며느리가 죄는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은 아내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시댁으로 갔다. 동서는 집도 멀고, 애도 어리니 어머니가 오지 말랬다는 말은 남편에게 들었지만 시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당신이 다 해놓겠다는 말은 그래서였구나 싶었지만 시댁 부엌은 해야 할 튀김과 치워야 할 그릇과 설거지가 산더미였다. 손 빠르게 제사 음식을 다 해놓고 아이들 뒤에 앉아 하루종일 시어머니 눈길을 피했다. 내 눈치 보시는 것 알지만 그러시라 내버려뒀다. 나 우리집에선 귀한 몸이라 엄마가 손가락 하나도 까딱 안 하게 한단 소리 하고 싶지만 안했다. 명절에는 그냥 며느리란 이름이 싫다.


그렇게 일 년에 두 번 중에 한 번의 명절이 끝났다. 시어머니 싸준다는 튀김이며 전은 하나도 안 들고왔다. 친정엄마가 다 해준다며 필요없다 했다. 친정엄마가 싸준 튀김이며 전이 냉장고를 뒹군다. 전찌개나 해먹지 싶어 꺼냈다. 무 잔뜩 넣고 물 적게 부어서 새우젓과 젓국 간장으로 간했다. 고추가룻 조금 풀고 마늘 많이 넣었다. 이 찌개를 먹으면 속상했던 명절의 기분도 좀 풀리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맛있게 끓였다.


아, 맛있다.

엄마가 해준 건 다 맛있다.

엄마 좋다.

명절 덕분에 엄마가 해준 튀김이랑 전도 먹어서 좋았다. 명절인데 작은 며느리는 일 시키기 미안해서 오지 말랬고, 명절인데 큰 며느리 혼자만 일 시켜서 미안했을 시어머니는 이 명절이 어땠을까?


잠깐 생각하다 말기로 했다. 자고로 며느리의 명절 뒷풀이는 시어머니 뒷담화가 최고 아니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가  시어머니되면 어떨지도 모르면서 속으로 실컷 욕을 하며 전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추석이 곧 다가온다는 것은 모른다는 듯이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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