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밥이요. 밥 좀 요.

by 주머니

3월 둘째 주, 6세와 7세반 친구들은 적응 중이었다. 5세 반도 우는 친구보다 안 우는 친구가 더 많아졌다. 5세 반 문을 여니 우는 친구를 안고 있는 담임선생님이 보인다. 영어 수업 해보자며 손을 잡아도 요지부동. 어쩔 수 없이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담임선생님의 작은 책상 자리에 식판이 보인다. 어른 수저가 있고 밥의 양이 어린이의 것보다 많은 걸 보니 선생님 식사였다. 식은 국과 말라버린 밥, 반찬이 담긴 식판이 그대로였다. 아직 점심도 못 먹은 선생님 얼굴이 헬쑥해 보였다. 1시간 전에 나온 식사도 못하고 있다니.

“선생님, 식사 안 하셨어요??

“네. @@이가 점심 먹은 걸 토해서 옷 갈아 입혔어요.”

선생님 품에 안겨 울던 @@이는 이 울다 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 잠들면 식사하세요.”

“아, 먹을 힘이 없네요. 안 먹어도 되요.”

대학을 졸업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어린 선생님을 보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선생님 또래의 딸이 있고도 남을 나이인 나는 끼니 놓치고 일하는 자식을 보는 엄마의 마음이 된다. 책상 위에서 깨끗한 A4지를 찾아 식판을 덮었다. 이미 식고 먼지 앉은 점심이지만 꼭 먹길 바라며 말했다.

“선생님 나중에라도 꼭 드세요. 끼니 거르면 속 버려요.”

“네에. 감사해요. 그래도 이번 주부터는 밥 먹었어요. 저번 주까지는 밥 먹을 생각도 못했거든요. 호호호. 이따가 조금이라도 먹을게요.”

여기서 문제 하나 풀어보자.


Q. 3월 첫 주에 5세 담임 선생님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1. 할 수 있다

2. 할 수 없다

3. 반 정도는 할 수 있다

4. 관심 없다


내가 다니면서 봐온 바로 정답은 2번이다. 첫 주에 식사를 한다 해도 목요일쯤에나 식판에 밥을 뜰 수 있다. 둘째 주가 되어도 못 먹는 선생님도 있다. 아이들 오후 간식으로 나온 떡을 들고 오늘도 점심을 못 먹어서 그런다면 수업하시는 동안 뒤에서 조용히 먹겠다는 선생님께 떡 말고 밥을 먹으라 권해도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아이들 간식 먹을 때 같이 먹지 그랬냐고 묻지 않은 건 간식시간의 풍경이 그림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간식 나눠주고 잘라주고 치워주느라 그랬을 테지. 입맛에 안 맞다고 우는 친구는 어찌 달랬을까? 같이 마시라고 나온 우유를 쏟은 친구는 몇 명이었을까? 선생님은 그 모든 일을 다 해결해주느라 자기 입에 떡 하나 못 넣고 있었다. 내가 영어 수업하러 오기만 기다렸다가 뒤에 앉아서 몰래 먹는 그 떡이 오늘 점심이었다. 엄마이자 선생님인 나는 어린 선생님의 엄마 마음이 된다. 엄마는 알까? 딸이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걸 알면 엄마는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래도 너는 어른이니 한 끼 굶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고, 남의 아이들 잘 돌보라며 출근시켰을 엄마가 이걸 알면 얼마나 속상할까 싶다. 식사는 꼭 하라 말해도 말갛게 웃고 마는 선생님이 우리 아들의 담임선생님 같기도 하다.

'선생님 진짜 감사합니다. 애써주신 덕분에 맡겨 놓고 일할 수 있습니다.' 괜히 마음이 울컥한다. 다음 시간에 초코바 하나 사서 시간 날 때 먹으라고 주니 함박웃음을 짓는다. 비싸지도 고급스럽지도 않은 달달한 초코바 하나 들고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은 어찌나 귀여운지. 선생님 당신이 웃어야 아이들도 웃을 거란 당연한 기대를 초코바에 담았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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